책 속에서

고기장수 손에 걸렸다고 죽은 고기가 무서워서 벌벌 떠는 것 봤니

조조다음 2022. 6. 18. 06:30

사위를 짓누르는 적막의 우세한 힘 앞에 청각의 기능이 꼭 마비당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래서 내 귀에 들리는 저 소리들이 실제로는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것들이니 나는 지금 무엇에 홀려 가짜를 진짜처럼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 63쪽

 

먹혀들지 않을 불평보다는 차라리 요지부동의 그 위엄 앞에 몸을 송두리째 내던지는 편이 어떤 의미에선 아주 마음 편했다.  - 113쪽~114쪽

 

내용물보다 그걸 담는 그릇 쪽이 외려 더 행세하고 우대받는 경우를 왕왕 본다.  - 136쪽

 

곤경에 처했다고 꼭 움츠리고 살란 법은 없어요. 그럴수록 우린 우리대로 한정된 범위에서나마 즐기는 방법을 찾아내지 않으면 안 되요.  - 150쪽

 

여론이란 건 말야 원래 대다수 사람들 의견이 똑같은 경우를 가리키는 말 아닐까. 그런데 단 두 사람 머리에서 나온 의견을 여론이라고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 185쪽

 

옷에는 보호기능과 표현기능이 있다. 우리가 옷에서 바랄 수 있는 건 그 두 가지 기능만으로 충분하다.  - 208쪽

 

고기장수 손에 걸렸다고 죽은 고기가 무서워서 벌벌 떠는 것 봤니?  - 232쪽

 

무제(霧堤) : 배 위에서 보면 마치 육지처럼 보이는 먼 바다의 안개  - 291쪽

 

겁쟁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의외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었다.  - 354쪽

 

장마, 윤흥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