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사람의 다리가 낸 길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마음이 낸 길이기도 하다. 누군가 아주 친절한 사람들과 이 길을 공유하고 있고 소통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에 내가 그 길에서 느끼는 고독은 처절하지 않고 감미롭다. - 15쪽
겨울의 희망은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봄이고, 봄을 믿을 수 있는 건 여기저기서 달콤하게 속삭이는 봄에의 약속 때문이 아니라 하늘의 섭리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 27쪽
전형적인 보통사람을 찾긴 힘들지만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를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어하고 또 그렇게 생각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한 것 같다. - 56쪽
광에서 인심난다는 옛말도 말짱 헛것인 게 있는 사람일수록 더 인색하다. 넉넉하다는 게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마음이라면 요새 부자는 늘어나는지 몰라도 넉넉한 사람은 자꾸만 줄어드는 것 같다. - 91쪽
새벽의 잔디를 깎고 있으면 기막히게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건 향기가 아니다. 대기에 인간의 숨결이 섞이기 전, 아니면 미처 미치지 못한 그 오지의 순결한 냄새다. - 110쪽
왜 당신에게는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하는가. - 128쪽
남의 좋은 점을 찾아내면 네 속이 편해지고 네 얼굴도 예뻐질 거다. - 134쪽
아무 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 있다면 그건 아무도 그의 쓸모를 발견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 136쪽
인생은 결국 과정의 연속일 뿐 결말이 있는 게 아니다. 과정을 행복하게 하는 법이 가족이나 친척 친구 이웃 등 만나는 사람과의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것이다. - 138쪽
아이들은 예쁘다. 아이들에게 과도한 욕심을 안 내고 바라볼수록 예쁘다. 제일 예쁜 건 아이들다운 애다. - 151쪽
교양있는 부모님들에 의해 잘 다스려지는 가정일수록 입김이 희박해지는 게 아쉽다. 세상이 아무리 달라져도 사랑이 없는 곳에 평화가 있다는 건 억지 밖에 안 되리라. 숨결이 없는 곳에 생명이 있다면 억지인 것처럼. - 169쪽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재능 부족을 은폐하진 못할 것 같다. - 216쪽
작가의 눈엔 악인도 성인도 존재하지 않는다. 악인과 성인, 부자와 빈자를 층하하지 않고 동시에 얼싸안을 수 있는 게 문학의 특권이자 자부심이다. - 236쪽
인생이 여행이면 내 육신이란 그 인생을 담아온 가방일 것이다. - 247쪽
시간이 해결 못할 악운도 재앙도 없다면 시간은 신의 다른 이름이 아닐까. - 252쪽
오늘 살 줄만 알고 내일 죽을 줄 모르는 인간의 한계성이야말로 이 세상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때로는 나에게 죽음도 희망이 되는 것은 희망이 없이는 살아 있다 할 수 없기 때문이다. - 264쪽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 박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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