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정신을 업로드해 영원히 살 수 있을까?(KISTI)

조조다음 2022. 1. 19. 06:30

인간의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욕구는 우리의 첫 이야기만큼이나 오래됐죠. 우리는 끝없이 넓은 세계에 존재하지만, 물리적 법칙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의 의식은 여전히 필멸의 육신에 구속돼 있습니다.

아주 놀랍고도 격렬한 혁신과 진보로, 육체를 뒤로하고 디지털 유토피아에 정신을 업로드하는 일이 처음으로 가능해졌습니다. 이는 논리적으로도 진화의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정신 업로드와 디지털 불멸성은 사이버펑크 2077의 주제와 일맥상통합니다. 사이버펑크는 현시대 기술보다 훨씬 진보한 인류의 암울한 디스토피아를 그린 게임으로, 인간성이 과연 무엇인지 탐구합니다.

우리의 정신을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을까요? 음. 어려운 질문이군요. 정확히 뭘 업로드하는 걸까요? 정신이라는 말을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정신은 우리의 의식과 지능을 아우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상상하고 꿈을 인식하는 거죠.

정신 업로드는 가상의 개념으로, 우리의 내면을 복사해서 의식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컴퓨터로 전송하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 전체 과정을 정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성급한 일입니다. 


정신 업로드는 세 가지 가정을 바탕으로 실현 가능합니다.

가정 1: 우리의 정신은 뇌의 구조와 결합, 생리를 따릅니다.
이는 모든 정신은 뇌에 저장된다는 물리주의죠. 따라서 자연법칙을 벗어나는 일은 고려하지 않습니다.
가정 2: 언젠가 뇌의 활동을 완벽히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어 정신을 디지털로 복사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 3: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정신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정신을 프로그래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뇌에는 의식을 포함하는 물리적인 부위가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없고, 하더라도 코드가 매우 많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가정은 여러 과학자와 철학자들이 제시한 것으로, 아직도 열띤 토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근본적인 의문이 많아서, 어떻게 주장하든 상대방의 의견에 배치될 수밖에 없죠.

여러분의 생각이 어떻든 정신 업로드는 뇌 이야기로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뇌란 무엇인가
뇌는 신체에서 가장 복잡한 부위로 이 영상을 다 채워도 설명할 수 없기에 간단히 알아보고 넘어가겠습니다. 1000억 개에 달하는 뉴런이 1000조 개의 연결을 통해 초당 최대 1000번씩 신호를 주고받습니다. 우리가 깨어 있는 동안 1초에 1000조 가지 사건이 일어나는 거죠! 게다가 뉴런뿐만 아니라 10억 개에 달하는 여러 지지 세포와 면역 세포들이 각자 맡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뇌는 크게 호흡, 심박 조절, 운동 조절, 불수의적 반사 등 여러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가장 발달된 부분은 신피질로, 뇌의 가장 바깥 부분입니다. 이 부분은 기억 저장, 계획, 사고, 상상, 희망, 꿈을 관장합니다. 뇌에서 '자아'를 담당하는 부분이 어디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습니다. 전구 피질 부분이 우리의 의식에 큰 영향을 준다고 알려져 있지만 그 밖에 여러 부분이 함께 연결돼 있기 때문에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부위는 없죠.

뇌를 구성하는 요소들 또한 단순하지는 않습니다. 뉴런은 정보를 전환하고 전달하기만 하는 단순한 전선이 아닙니다. 
시냅스는 외부 자극이 일어나면 수용기에 수백 가지 화학 신호 전달 물질을 내보내 뉴런 사이의 정보 전달을 일으킵니다. 이 반응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기본적인 것은 밝혀졌으며 정확하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 작은 규모로 예측할 수는 있지만 뇌 전체는 단순한 신경 신호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호르몬도 큰 역할을 합니다. 세로토닌은 감정과 관련이 있고 히스타민은 기억에 영향을 주죠. 뇌는 심장 신경이나 대장균같이 우리 몸의 다른 곳에서도 영향을 받습니다. 아주 복잡한 시스템의 한 가지 요소를 밝혀내면 더 복잡한 이면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광범위하게 연결된 세포와 신체와 화학 물질 덩어리를 컴퓨터로 옮기려면, 디지털 세계에서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합니다. 뇌를 스캔하는 것이죠. 안타깝게도 fMRI 기계 같은 스캔 기술은 아직 시뮬레이션에 쓸 만큼 발달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뇌를 아주 얇게 잘라서 고해상도 전자 현미경으로 스캔한 다음, 세포 사이의 연결을 정확하게 매핑하는 것이죠.

2019년에 과학자들은 쥐의 뇌를 큰 모래 알갱이만 한 1세제곱밀리미터 크기로 잘라 매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 안에는 약 10만 개의 뉴런과 10억 개의 시냅스, 4킬로미터에 달하는 신경 섬유가 있었죠. 과학자들은 이 뇌 조각을 25,000개로 얇게 썰었습니다. 그리고 5개의 전자 현미경을 동원해 5개월 동안 끊임없이 스캔한 끝에 1억 개에 달하는 이미지를 생성했죠.

그 이미지들을 3D 모델로 합치는 데 3개월이 걸렸습니다. 완성된 데이터를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데만 2백만 기가바이트가 필요했죠. 만약 사람의 뇌로 이 작업을 하려면 같은 작업을 백만 번은 해야 하고, 실제로는 더 어려울 겁니다. 
게다가 뇌를 정확히 시뮬레이션하려면 더 작은 구조로 나누어 매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수십억 개에 달하는 단백질과 세포 수준에서 상호 작용하는 모든 분자의 작용을 포함해야 하니까요.

이렇게 되면 지구상에 있는 모든 저장소를 합친 것보다 용량이 큰 데이터가 생성될 겁니다. 
뇌수와 의식의 혼합물
다양한 문제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과연 이 설계도를 어떻게 작동하는 뇌로 만드는가 하는 겁니다. 시냅스 단위까지 모두 스캔을 했다고 하더라도 구조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그 규칙을 알아야 하고 정지된 체계에 생명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화학 결합 방식과 시뮬레이션을 활성화하기 위한 전기역학도 적용해야 하죠.

그렇게 되면 진짜 뇌처럼 움직이며 1마이크로초마다 진화하고, 생각하고, 보고, 행동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 가능할 것인지는 알 수 없죠. 

우리의 기술로 진짜 정신을 만들 수 있다면, 좀 더 핵심적인 문제를 살펴야 합니다. 뇌와 정신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를 알아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가? 혹은 우리가 절대 알아낼 수 없는 복잡한 것인가?

최악의 경우, 의식은 우리가 아직 알아차리지 못한 뇌의 여러 부분의 기능이 결합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개선된 스캔 방법을 찾지 않는 한 밝혀낼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부분적인 요소들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는 전체 의식을 파악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우리는 확실한 과학적 결과들로 훌륭한 연구를 시작할 수 있지만 최종적으로 진짜 시뮬레이션까지는 갈 길이 멀고 많은 혁신과 연구가 동반돼야 할 겁니다. 역사적으로 인류는 진보의 속도를 예측하는 데 끔찍할 만큼 재주가 없었습니다. 잘해 봐야 연구를 진행하고 적합한 해결책을 찾는 것일 뿐이죠.

어쩌면 모든 세포나 원자 수준까지 시뮬레이션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 대신 요소들을 확률적 모델로 단순화해서 그 모델들이 뇌의 작동 방식과 맞아떨어지면 더 단순하고 관리가 편리한 시스템들을 사용하면 되니까요. 따라서 우리는 아직까지 우리의 뇌와 의식을 이해해서 인간의 정신을 업로드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구할 가치는 충분히 있죠. 적어도 인류에 관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고 새로운 기술도 많이 개발될 테니까요. 연구에 성공하고 컴퓨터 기술이 급격히 발전한다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정신을 업로드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인류와 인류의 미래를 완전히 바꿔놓을 만큼 엄청난 영향을 끼치게 되겠죠.

복제
정신 업로드에 성공하면 불멸을 이룰 수 있습니다.
손상되거나 삭제되지 않는다면 복제한 정신으로 영원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스캔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정신 또한 잘못될 겁니다. 평생 고통을 느끼거나 망상에 시달릴 수도 있고 영원히 신경 쇠약을 겪을 수도 있죠.

이 디지털 정신이 정말 우리라면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수 있지만 일단은 디지털 정신이 적어도 우리와 똑같다고 가정하기로 하죠. 그렇다면 정신 업로드가 우리 삶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죽음이 끝이 아니라고 한다면 훨씬 안전하다고 느낄까요? 아니면 정신이 업로드되기 전에 죽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게 될까요? 스캔 기술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생물학적 버전과 디지털 버전이 공존할 수도 있습니다.

두 존재가 협심해서 생물학적 존재의 삶을 더 즐겁게 하고, 복제된 존재의 미래를 더 안전하게 할 수도 있죠. 어쨌든 이처럼 복제된 정신은 디지털 세계에서 눈을 뜨면 완전히 새로운 삶을 살게 될 겁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실제로 신체를 가진다는 것은 꽤 멋진 일입니다. 음식, 사랑, 고통, 피로 같은 것들은 우리가 안고 살아가야 할 삶의 일부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뇌의 뉴런이 작동한 결과입니다. 따라서 시뮬레이션된 신체로 살아갈 수 있다면 디지털 정신은 선택 사항일 수도 있습니다. 버튼 하나 누르는 것만으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별로 재미없겠죠. 하지만 아주 색다른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태양 표면을 걸어 다니거나 지루한 시간을 빠르게 넘길 수도 있고 과거를 시뮬레이션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육체를 벗어나 자유를 얻는다면 관점과 우선순위가 변할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에 대해 더 다양한 지식을 얻게 될 것이고, 스스로 내면을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겁니다. 간단한 변화로는 괴로운 기억을 지우는 게 있겠죠. 원한, 중독, 게으름 같은 성격을 바꾸는 것도 가능할 테고요.

생물학적인 제약이 없다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능력도 상승할 것이고 삶의 목표 또한 기존의 뇌로 상상하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습니다. 디지털 불멸성이 가진 진정한 가능성을 서서히 깨닫고 평생을 바쳐도 달성할 수 없었던 위업을 시작할 수도 있죠.

과학자들은 어마어마한 지식을 쌓아 이 세상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습니다. 모험가들은 정신을 작은 우주선에 업로드해서 수천 년 동안 의식을 정지한 채 우주를 여행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디지털 정신이 인류에 공헌할 거라고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는 권력과 명예를 영원히 누리기 위해 제국을 만들 수도 있죠. 어떤 이들은 다른 정신들과 서로 경쟁하며 최대한 많은 재물을 모으려 할 겁니다. 오래 살아남을수록 점점 육체를 지닌 사람들에게 공감할 수 없게 되겠죠. 절대 죽지 않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가 수백 년 동안 자신의 거짓 진리를 완벽히 다듬어 신앙을 더 공고히 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죠. 어쩌면 우리 정신이 불멸과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고 디지털 정신도 기나긴 삶을 살며 원하는 것을 모두 이루고 나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은퇴할 수도 있습니다.

이처럼 스스로 발전하는 정신이 수천 년을 자유롭게 산다는 것이 좋은지 나쁜지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 인류의 기술 수준으로는 정신 업로드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없지만 지금 잠시 시간을 내서 미래의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를 그려낸 사이버펑크 2077의 나이트 시티를 거닐어 볼 수는 있습니다.

사이버펑크 2077은 '위쳐' 시리즈를 제작한 CD PROJEKT RED의 게임으로 지난 몇 년간 많은 사람이 애타게 기다려온 게임입니다. 놀랍도록 발전한 기술이 우리의 존재와 의미를 결정하는 어두운 디스토피아에 뛰어들어 보세요. 몰입감 높은 스토리로 이 놀랍도록 거대한 세계의 일부가 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