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핵물질 탐지·채취도 이제는 드론과 로봇이 한다!(KISTI)

조조다음 2022. 1. 17. 06:30
지난 11월 29일부터 12월 17일까지 이란 핵합의(JCPOA) 복원 협상 7차 회담이 진행됐다. 올해 4월부터 미국과 이란은 핵합의 복귀를 위해 지난 4월부터 6차례 협상을 재개했다. 하지만 6월, 이란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5개월간 중단됐다. 다시 시작된 이번 회담에서 이란 측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협상에 참여한 독일과 프랑스, 영국은 이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며 곧 8차 회담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독일의 6개국이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고 약속하며 마련된 비핵화 방안이다. 하지만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 합의를 파기하고, 2020년 이란이 핵합의를 지키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이란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위해 3.67%까지만 우라늄을 농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은 현재 60%까지 고농축 우라늄(U-235)의 비축량을 늘리고,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원심분리기를 증설하며 핵 개발을 진척시켜왔다.
 
또 이란은 그동안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았다. IAEA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장려하고, 원자력이 군사적 목적으로 쓰이지 않도록 감시하기 위해 1957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IAEA는 각 나라의 원자력 시설에서 보유하고 있는 핵물질이 평화적인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사찰을 진행하고 있다. 핵 물질의 구성을 파악하고, 보고와 기록이 일치하는지, 관련 자료의 검증을 통해 핵 물질의 이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다.
 
사찰을 수행할 때에는 신고된 지역에 해당 핵물질이 제대로 보관돼 있는지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누락된 핵물질이나 은닉을 시도한 핵물질이 없는지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런 경우 해당 지역의 핵물질 정보가 부족하고, 방사선 수치가 높다면 사람이 먼저 들어가 사찰 활동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원자력 분야에서는 사람 대신 드론이나 로봇을 이용하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방사선 측정과 핵물질 탐지, 드론에게 맡겨
우선 주변 지역의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는 작업이나 사고 시에 드론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IAEA는 2012년부터 방사선 계측기, 카메라와 GPS가 장착된 드론을 개발해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실험하고 있다. 드론이 이륙하면 실시간으로 해당 위치의 방사선 수치 정보가 전송된다. 착륙 후에는 방사선 측정 데이터를 토대로 3D 방사선 지도를 얻을 수 있다.
 
2021년 8월에는 스위스의 드론 개발 회사인 ‘플라이어빌리티’가 ‘엘리오스2 RAD’라는 이름의 드론을 출시했다. 엘리오스2 RAD는 원자력 시설 내부를 점검할 수 있는 드론으로, 시간당 3mSv~10Sv 범위 내의 감마선과 X선의 방사선을 측정하는 3개의 센서가 달려 있다. 현재 미국의 원자력 발전소의 65%가 플라이어빌리티의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드론을 이용해 환경 방사능을 측정하는 연구가 활발하다. 특히 한국원자력통제기술원(KINAC) 김명수 선임연구원 연구팀은 드론을 이용한 핵물질 탐지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드론에는 총 9개의 방사선 검출기를 탑재하는데, 하나당 560g의 무게로 매우 가볍다. 특정 지역에서 낙하명령이 입력되면 검출기를 하나씩 떨어뜨리고, 낙하산이 펴지면서 땅에 착륙한다. 이들 검출기가 방사선을 측정해 그 값을 전달하여 지도에 표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낙하형 측정 시스템은 공중에서보다 의심물질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어, 정밀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핵물질 시료 채취, 운반하는 로봇도 개발 중
드론으로 방사선량이나 지형정보를 수집한 이후에는 로봇이 투입돼 사람 대신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 원래 원자력 분야에서는 로봇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10년 전인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원자력 시설에도 로봇을 투입하려는 시도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방사선 수치가 높아 인간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료와 샘플을 채취하고, 구조물을 파괴하거나 시설물을 운송하는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이 개발되고 있다.
 
KINAC 연구팀에서는 방사능 오염부지 또는 사람의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 시료를 채취하고 운반해 올 로봇도 개발하고 있다. 이 로봇은 사람의 다리와 허리 부분에 해당되는 이동체, 사람의 팔에 해당되는 기능부, 통신이나 영상촬영 같은 기타 기능을 맡는 보조부로 나뉘는데, 특히 기능부에 초점을 맞춰 연구 중이다. 로봇의 오른팔에는 사람의 손가락 역할을 하는 그리퍼가, 왼쪽 팔에는 토양 채취 장비와 보관 장비가 달려 있다. 로봇이 오른팔로 토양에 스탬프를 찍듯 채취 장비를 눌러 시료를 채취한 다음, 다시 왼쪽 팔에 달린 보관 장비로 채취 장비를 운반한다. 총 6개의 시료를 채취할 수 있으며, 현재 가장 중요한 기능부의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연구팀의 드론과 로봇은 핵 사찰 활동뿐만 아니라 핵실험, 테러, 방사성 물질에 대한 불법 거래 탐지에도 이용할 수 있다. 또 수명이 끝난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제염’ 작업, 혹은 방사선 모니터링에도 쓸 수 있을 전망이다. 원자력 분야에 드론과 로봇이 일상화돼 좀 더 안전한 환경이 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 본다.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