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연구팀이 식중독대장균에 의해 발생하는 장 출혈성 대장균 감염증으로 인한 합병증(일명 ‘햄버거병’)이 급성 신장 손상으로 진행되는 이유를 밝혀냈다.
‘햄버거병’이라고 불리는 질병의 공식 명칭은 ‘용혈성 요독 증후군(HUS)이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은 햄버거 패티를 먹은 어린이 수십 명이 감염돼 이런 이름이 붙었다. 대장균에 오염된 다진 고기나 야채를 제대로 익히지 않고 섭취하거나, 살균되지 않은 우유 또는 오염된 칼과 도마로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걸릴 수 있다.
건강한 성인은 금방 호전되지만, 10세 미만의 어린이는 취약해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장 출혈성 대장균은 ‘시가독소’라는 독소를 분비하는데, 시가독소는 신장의 기능을 망가뜨려 용혈성 요독 증후군을 유발하게 된다. 아직 적절한 예방법이나 치료제가 개발돼 있지 않아 명확한 병리기전 규명 및 치료개술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연구팀은 시가독소에 노출된 숙주세포가 단백질 변형의 일종인 ‘오글루넥당화(O-GlcNAcylation)’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글루넥당화란, 단백질에 아세틸글루코사민이라는 당 분자가 결합하는 것으로 이 단백질들은 세포 내에 중요한 신호 인자들로 알려져 있다. 만약 오글루넥당화 단백질이 너무 많으면 각종 암의 발병 원인으로 작용하고, 반대로 비정상적으로 낮아지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오글루넥당화는 ‘항상성’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연구팀은 다양한 세포 실험을 통해 오글루넥당화를 통제하면 숙주세포의 괴사 및 염증 반응을 동시에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 쥐와 3차원 인간 신장 오가노이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오글루넥당화 저해제를 처리하면 용혈성 요독 증후군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연구에 참여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무승 선임연구원은 “우리 실생활 먹거리나 많은 농식품 재료에 오염될 수 있는 대장균 중 일부가 외부로 배출하는 치명적 독소로 인해 유발되는 장 출혈 동반 식중독과 그의 합병증인 급성 신장 장애 치료제 개발의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의생물학 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EMBO Molecular Medicine’ 11월 29일 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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