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기연구원(KERI) 전기환경연구센터 정순신 박사 연구팀이 원하는 곳이나 대상을 필요한 만큼만 원하는 온도로 가열할 수 있는 ‘스마트 전자레인지’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
필수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은 전자레인지는 전자기파의 하나인 마이크로파로 음식을 가열한다. 하지만 현재 전자레인지 기술은 음식물을 한정된 범위 내에서 일정하게 움직이며 데우는 방식인데, 시시각각 달라지는 온도 분포를 반영하지 못해 가열되는 곳은 더 뜨거워지고, 그렇지 않은 곳은 계속 미지근해 가열이 고르게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정순신 박사 연구팀은 약간의 주파수 조절로도 마이크로파의 파장을 크게 변화시켜 사용자가 원하는 곳을 필요한 만큼만 가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적열 적소 스마트 마이크로파 가열 기술’을 개발했다. 마이크로파의 파장을 마음대로 늘렸다 줄였다 해, 마이크로파의 공간 분포를 조절함으로써 가열 위치를 제어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빠르고 정교하게 파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주파수 조절 방식을 사용했다. 흔히 전자기파를 활용하는 기기마다 허용된 주파수 대역이 있는데, 기존에는 주파수를 바꿔도 파장 변화가 미미해 실제 활용 단계까지 가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수년 간의 노력 끝에 주파수를 1%만 조절해도 파장 변화가 기존 대비 무려 100배나 커질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파장 변화를 통해 마이크로파 가열 위치를 폭넓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고르게 가열하는 ‘균일 가열’과 원하는 부분만 가열하는 ‘표적 가열’이 모두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기술을 발전시키면 여러 가지 음식물이 함께 있어도 각각 원하는 다른 온도로 가열할 수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 전자레인지’뿐만 아니라 반도체, 자동차, 탄소섬유 다이아몬드 등 각종 생산 공정에서의 효율적인 가열에도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KERI 정순신 박사는 “약간의 주파수 조절로 파장을 크게 변화시켜 가열 위치를 제어하는 세계 최초의 성과로, 사용자의 편의성은 높이고, 불필요한 대상을 가열하는 데 소모되는 에너지는 절감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전하며 “꾸준한 연구를 통해 마이크로파 가열이 잘 되지 않는 금속체도 효과적으로 가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활용 범위를 크게 넓히고 싶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열 공학과 전기재료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국제 학술지 ‘응용열공학(Applied Thermal Engineering)’과 ‘재료화학A저널(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A)’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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