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파리 협약 이후 6년만… COP26 글래스고 기후합의가 담아낸 것들 (KISTI)

조조다음 2022. 1. 3. 06:30

지난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26th Conference of the Parties, COP26)가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2년 만에 개최된 이번 총회는 6년 전 발표된 ‘파리 기후 협약’에 대한 각국의 실천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이자 앞으로의 기후 변화 논의 향방을 점쳐볼 수 있는 중요한 정치 무대였다.
 
COP26에 참석한 197개국의 논의 사항은 총회 마지막 날 ‘글래스고 기후합의(Glasgow Climate Pact)’로 정리되었다. COP26의 주요 이슈와 글래스고 기후합의의 내용, 앞으로의 과제 등을 살펴보자.
22세기의 지구를 지키자는 약속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자는 세계적 논의는 약 30년 전부터 지속되어 왔다. COP의 ‘당사국’들은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에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을 처음 체결했다. COP 자체는 1995년 이후 거의 매년 개최됐으나, 선진국과 개발 도상국 모두가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데 합의한 것은 2015년이 되어서야 가능했다. 20년 사이 기후 변화가 전 세계의 정치 의제로 서서히 부상하면서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시대 대비 2도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상승 폭이 최대 1.5도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파리 협약에 대부분의 나라가 동의하게 됐다. 이것이 글래스고 기후합의 체결 전까지의 주요 배경이다.
 
COP26 주최 측이 제시한 총회의 지향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2050년까지 전 세계가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1.5도 상승 폭을 유지하자는 합의를 이루는 것이 첫 번째다. 이를 위해 각국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를 제출하라는 UNFCCC의 요청에 응답해야 했다. 다음은 기후 변화의 충격을 받는 지역 공동체와 생태 서식지를 보호하는 수단을 확보하는 것, 그리고 앞선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진국이 최소 1000억 달러(약 118조 원) 규모의 기후 재원을 동원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최 측은 이 세 목표를 위해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 시민 사회가 모두 협력하기를 요청했다. 
 
그렇다면 글래스고 기후합의에는 이러한 이상이 얼마나 반영되어 있을까? 첫 번째 목표와 관련해, 각국은 2022년 말까지 온난화 억제 목표 달성을 위한 NDC를 추가 상향한 후 재검토하자는 합의를 이뤘다. 국제 환경 단체와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이미 제출된 각국 NDC가 제대로 이행된다면 향후 지구 온도 상승 폭이 1.8~2.4도 수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목표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실천할지 문제지만, 재검토 결정에는 중국‧인도‧러시아 등 온실가스 배출 주요국이 금번 제출한 NDC가 1.5도 상승 폭 목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주효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온난화 억제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성과는 협약문에 석탄 화력 발전과 화석 연료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감축(phase-down)’한다는 내용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석탄 사용, 화석 연료 보조금 폐지는 1.5도 상승 폭 유지 목표를 위한 핵심 과제였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등 개발 국가가 ‘폐지’ 문구에 강하게 반발하고, 총회 마지막 날 인도가 표현 수정을 요구하면서 단계적 감축 수준으로 논의가 마무리됐다.
 
기후 변화 취약국에 대한 조치와 선진국의 기후 재원 마련도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기후 변화의 피해에 직면한 국가를 기술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산티아고 네트워크의 기능을 확대하고, 별도의 논의 기구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선진국 기후 재원은 2019년 200억 달러(약 23조 원) 수준이었던 것을 2025년까지 최소 두 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그간 기후 기금에 관한 논의와 이행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산티아고 네트워크와 새로운 논의 기구를 활용해 취약국의 손실과 피해 복구를 본격화하겠다는 사전 논의가 진행됐다.
 
이번 총회는 미국의 파리 협약 탈퇴와 복귀, 팬데믹이라는 위기 상황,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 중 하나인 중국과 러시아의 정상 회담 불참 선언 등 크고 작은 위기 속에 개최됐다. 전 세계가 기후 변화의 여파를 체감하는 와중에도 각 나라가 제출한 NDC 수치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5년 만의 협약문에 끝내 기후 위기 해결 의지를 명시하지 못한 점은 글래스고 기후합의의 한계점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럼에도 세부적으로는 조금씩 진전된 바가 있었다. 파리 협약에서의 목표 달성을 위해 다시 한번 모든 나라가 힘을 모으기로 했고, 메탄 서약‧산림 훼손 방지 협약 등 이번 회의를 기해 여러 새로운 국제 합의가 제안되었다. 해외 온실가스 감축 사업에서 발생하는 실적을 사업 참여국의 실적에 반영하자는 국제 탄소 시장 지침을 마련, 수년간 미합의 상태였던 파리 협정 세부 규칙을 완성한 것도 COP26의 또 다른 성과다. 곧 있을 COP27의 개최국은 대표적인 중동 산유국 이집트다. COP26의 ‘온건한’ 합의가 짧은 사이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을지, 앞으로의 귀추가 주목되는 바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