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한 달 전, 국제 무역 문제로 한국 전체가 들썩인 현상이 있었다. 자기 차를 끌고 다녀야 그 존재를 알 정도인 ‘요소수’가 문제의 주인공이었다.
요소수란 물에 요소 성분을 혼합해 만든 것으로, 디젤 차량 내부의 오염 물질 저감 시스템이 작동되는 데 필수적이다. 요즈음 디젤 자동차는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보급해 주지 않으면 기름이 떨어졌을 때처럼 차량을 운행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런데 지난 10월 중순, 세계 최대 요소 생산국이자 수출국인 중국이 요소를 비롯한 비료 품목 29종의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비료의 문제가 전국 물류 이동의 문제로 번졌다.
언론을 통해 차량용 요소 품귀 현상이 예고되면서 요소수라는 낯선 물질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요소란 무엇이며 어떻게 합성하는지, 요소수가 어떻게 배출 가스 저감 장치에 쓰이는지, 요소수를 대체할 물질은 없는지 등 요소수 대란에 관한 과학적 내용을 살펴보자.
사람의 몸에서 실험실과 공장으로
요소(尿素, CH4N2O)는 동물의 오줌(尿)에서 발견되는 물질이다. 단백질 대사 과정에서 생체 에너지를 만드는 데 불필요한 아미노기가 제거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암모니아는 독성이 강해 간으로 이동한 후 그보다 독성이 약한 요소로 바뀌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즉 본래 요소란 단백질 분해로 생성되는 과잉 질소를 배설하는 과정에서 합성되는 것이다.
한편 요소는 화학사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물질이기도 하다. 교과서에서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한, ‘실험실에서 합성한 세계 최초의 유기화합물’이 바로 요소이기 때문이다. 본래 탄소를 포함한 화합물은 살아 있는 동식물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의미에서 특별히 유기화합물이라는 이름으로 구분되었다. 하지만 19세기 초, 독일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가 시안산암모늄 수용액을 가열해 요소 결정을 얻어내면서 실험실 환경에서도 유기화합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고, 이로써 유기 화학이라는 새로운 연구 분야의 문이 열리게 되었다.
체내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오늘날 공업적으로 생산되는 요소는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를 합성하는 방식으로 손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1910년에는 질소와 수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대량 생산하는 질소 고정법이, 1922년에는 암모니아와 이산화 탄소를 반응시켜 요소를 만드는 요소 생산법이 개발되면서 요소 대량 생산의 길이 열렸다. 두 공정의 특허는 오래전 만료되었고, 더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 않으므로 요소 생산은 ‘이를 위한 공장을 운영할 것인가’라는 선택의 문제로 변모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50여 년 전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요소 공장이 설립되는 등 오랜 기간 요소를 만들어 왔으나 업계 전체가 중국산 요소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며 2010년대 초반 이후 그 명맥이 끊겼다.
자동차로 들어온 요소, 환경 규제의 핵심 물질이 되다
요소수 생산은 어떨까? 요소수는 말 그대로 요소를 물에 녹인 단순 수용액이므로 국제 표준 기구의 표준 규격 역시 품질보다는 특정 농도(차량용의 경우 요소 32.5%의 농도)에 초점을 맞춘다. 다만 요소 생산 과정에서 혼입된 특정 불순물이 제 기능을 방해할 수 있어 이를 처리하는 공정을 거쳐야 한다. 필수 재료인 요소와 멈춰 있던 생산 공정을 재정비할 시간만 주어진다면 국내 설비로 요소수를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
화학 공정의 발달로 인체가 아닌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요소는 오랫동안 인류 먹거리 문제에 기여한 한편, 환경 문제가 대두된 오늘날에는 차량 배기가스를 줄이는 과정에 적극 쓰이게 됐다. 1992년 유럽 연합이 디젤 차량의 배출 가스를 줄일 목적으로 실시한 유럽 배출 가스 기준(European emission standards) 규제 정책은 2008년에 이르러 각 차량에 선택적 촉매 환원(Selective Catalytic Reduction, SCR) 장치와 요소수를 활용한 저감 시스템을 장착하도록 했고, 이는 곧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 되었다. 디젤 차량에서는 엔진 내부의 고온 고압 조건에서 질소와 산소가 반응하며 질소 산화물(NOx)이 만들어지는데, 이 물질이 그대로 배출될 시 산성비의 원인이 되며 사람의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 따라서 디젤 산화 촉매 장치, 디젤 매연 필터 등을 거친 후 질소 산화물에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SCR 장치에 이르도록 설계해 오염 요인을 줄이도록 한 것이다. SCR 장치에서 분사하는 요소수의 요소(NH2CONH2)가 질소 산화물과 만나면 오염 물질이 질소(N2)와 물(H2O)로 분해되어 배출된다.
물론 질소 산화물을 줄이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가령 한국화학연구원은 지난 2018년부터 탄화수소를 이용해 질소 산화물을 줄이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이 기술은 경유 자체에 탄화수소를 포함시켜 분해 반응을 끌어내므로 주기적으로 요소수를 보충해야 하는 불편을 줄이는 이점이 있다. 다만 질소 산화물 제거율이 요소수 기반 SCR 시스템의 60~70% 수준에 그치고, 제거율을 높인 후로도 이러한 기술이 규제 과학 안에 포함되도록 여러 평가 시스템을 거쳐야 한다는 후속 과제가 남아 있다.
이번 요소수 대란은 비료 수출 제한이라는 공문을 디젤 차량의 필수품 공급 시장의 변화로 읽어내지 못한 것이 크다.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더라도 다른 경로를 통해 요소를 확보하고, 2~3주가량의 검증 기간을 거쳐 자체 생산이 가능한지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 요소수가 고갈되는 시점에 맞춰 공급 루트를 제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미처 수습하기 전 ‘품귀 현상’이라는 단어가 시장을 자극했고, 정부는 범부처 대응반을 구성해 차량용 요소수 확보에 나섰다.
12월 1일 범부처 발표에 따르면 국내 전체 요소수 생산 물량이 평균적으로 1일 소비량을 크게 상회하는 등 안정세를 회복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확보된 물량이 각각의 차량에 도달되는 데까지는 또 다른 유통의 단계를 거쳐야 할 것이다. 요소수 대란이 물질세계의 다양한 연결을 읽는 눈을 틔우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야 하겠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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