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손목에 이어 무릎까지? 직장인은 아프다 (KISTI)

조조다음 2013. 8. 18. 08:21

 

 

직장인은 괴롭다.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다 보니 고개는 거북이처럼 앞으로 빠지고(거북목증후군), 잦은 클릭으로 손목은 찌릿찌릿 뻐근하다(손목터널증후군). 최근엔 슬개대퇴증후군까지 가세했다. 무릎을 어디 부딪친 적도 없는데 앉아있기만 해도 찌릿찌릿 아파온다.

젊은 사무직 직장인의 무릎통증 원인 1위
슬개대퇴증후군은 슬개골과 대퇴골이 잘 맞물리지 않을 때 생긴다. 슬개골은 무릎을 직각으로 굽혔을 때 만져지는 삼각형 모양의 평평한 뼈다. 아래쪽으로는 경골, 위쪽은 대퇴사두근과 슬개골 인대에 연결돼 무릎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대퇴골은 허벅다리뼈로 무릎 위쪽 허벅지를 지탱한다. 슬개골은 무릎을 구부리거나 펼 때 대퇴골의 위, 아래, 옆면 등 여러 면과 닿는다. 따라서 두 뼈가 잘 맞물리지 않으면 무릎을 굽힐 때마다 뼈가 엇나가게 닿고 주변 인대도 함께 엉뚱한 방향으로 당겨지면서 무릎 통증이 생기게 된다.

운전이나 사무 등 장시간 앉아있는 자세는 무릎에 무리를 주게 된다. 이런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면 슬개대퇴증후군으로 발전한다. 슬개골을 지지하는 허벅지의 근육이 약하거나 X자형 다리, 평발 등도 흔한 원인이다. 전문가들은 “부딪힌 적도 없고 특별히 다친 적도 없는데 무릎이 아프다고 병원을 찾는 젊은 환자들은 대부분 슬개대퇴증후군”이라고 말한다.

환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두 배 정도 많다. 전문가들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골반이 넓고 대퇴에서 무릎으로 이어지는 각도가 남성보다 커서 슬개골이 더 많은 힘과 충격을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쉽게 설명해 남성의 골반과 무릎은 직사각형에 가깝다. 반면 여성은 골반이 커 무릎으로 이어지는 뼈가 직선보다 사선에 가까워 전체적으로 직각 삼각형 모양이다. 때문에 꼭짓점인 슬개골에 가해지는 힘이 남성보다 크다.

슬개대퇴증후군은 ‘러너즈 니(Runner`s knee)’라고도 불린다. 주로 달리기 초보자들이 무리하게 장거리를 달릴 때 생긴다. 달리기는 체중의 3~4배에 달하는 충격이 다리로 전달되기 때문에 무릎에 부담이 큰데 갑작스런 무릎사용으로 무릎 주변에 근육이 경직되면서 무릎의 정렬이 틀어져 굽히거나 뛸 때 통증을 느낀다. 초보 마라토너처럼 갑자기 무릎을 많이 사용하거나 직장인들이 바쁜 업무로 주말에 몰아서 운동을 할 때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과사용증후군’이라고도 한다.

앉아서 일하거나 영화를 볼 때, 운전할 때 무릎이 계속 아프다면?
통증은 보통 양 무릎에서 다 나타난다.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무릎을 구부리거나 무릎을 꿇는 등 무릎에 힘이 가해질 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자가진단법으로 ▲극장이나 식당, 차 안에서 장시간 앉아있을 때 무릎을 움직이기 힘들다고 느낀다, ▲달리기, 농구, 배구, 축구 등의 운동을 할 때 통증이 심해진다, ▲계단을 내려갈 때 특히 더 아프다, ▲아침에 일어날 때 무릎을 움직이기 어렵다, ▲무릎을 구부리고 있거나 몸을 웅크리는 자세로 자고 일어나면 무릎이 딱딱하게 굳은 느낌이다. 전문가들은 이 중 2~3개 이상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슬개대퇴증후군을 의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진단은 X-ray를 통해 한다. 보통 대퇴골 중앙의 움푹 파인 부분과 슬개골의 볼록한 부분이 맞닿아 있다. 슬개대퇴증후군은 X-ray를 찍어보면 슬개골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대퇴골의 볼록 나온 부분과 맞닿아 있다. 두 뼈는 움직일 때 마찰을 일으키며 통증을 유발한다.

치료는 빠를수록 좋다. 대개 무릎이 아프면 많이 움직이거나 피곤해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기고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증이 지속된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초기에 치료할 경우 물리치료나 근력강화운동 등으로 수술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증상을 방치할 경우 연골이 손상되거나 관절염으로 진행될 수 있다. 조사결과 슬개대퇴증후군을 앓는 여성 중 45%가 관절염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고됐다.

수술 없이 다리 근육 강화 운동만으로도 호전
운동은 무릎 위쪽인 대퇴사두근과 무릎 아래쪽 근육인 햄스트링, 허벅지 안쪽 근육인 대퇴내전근 등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는 운동이 좋다. 집이나 사무실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동작을 익힌 뒤 틈틈이 하면 도움이 된다.

대퇴사두근을 강화시키기 위한 동작으로는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아 무릎을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운동이 좋다. 또 다른 방법으로 벽에 등을 기댄 상태에서 무릎은 어깨 넓이로 벌린 뒤 커다란 운동용 볼을 등 뒤에 두고 허벅지 근육을 이용해 무릎을 굽혔다 폈다 한다. 이 때 두 손을 깍지 껴 머리 뒤에 둔 뒤 턱을 당겨 얼굴은 정면을 향하고 호흡은 내려갈 때 들이마시고 올라오면서 대퇴사두근이 수축될 때 내뱉는다.

햄스트링 강화운동은 의자를 돌려 의자 뒷면을 몸 앞 쪽에 둔 뒤, 손으로 등받침을 짚고 한쪽 무릎을 들어 올렸다가 내렸다가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때 드는 다리는 지지하고 서있는 다리와 수직이 될 때까지 올린다. 대퇴내전근은 운동볼을 이용하면 좋다. 누워서 양 손으로 바닥을 짚고 허벅다리를 올린 뒤 무릎을 굽혀 다리를 ㄱ자 형태로 만든다. 무릎 사이에 공을 끼운 상태로 자세를 유지한다. 테이핑 요법도 있다. 대퇴골 중앙이 아닌 한쪽으로 치우친 슬개골의 위치를 테이핑으로 조정해 원래 위치로 고정시키는 방법이다.

슬개대퇴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계속 앉아 있기보다 점심시간과 업무 시간 중간 중간 허벅지 근육강화운동이나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 달리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으로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줘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해 무릎으로 가는 부담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앉아서 무릎을 자주 두드렸던 직장인이라면 이번 기회에 증상을 잘 살펴보자. 계속 방치하다가는 젊은 나이부터 관절염 약을 달고 살 수 있다. 스트레칭과 산책도 잊지 말자.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