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첨단기술, 인체도 모사한다! (KISTI)

조조다음 2013. 2. 5. 07:46

 

 

 

자연계에는 인간이 갖지 못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생물들이 많다. 때문에 생물학자들은 자연이 발명한 것들을 밝혀내고, 공학자들은 밝혀진 원리를 토대로 공학에 응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자연모사(自然模寫)’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탄생한 수많은 발명품들은 이미 우리 생활을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2013년 1월 6일부터 4일간 강원도에서 열린 ‘2013년 자연모사기술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자연을 모사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사람의 장기(臟器) 등 인체를 모사한 연구들이 발표돼 주목받았다. 허동은 서울대 의대 의공학교실 교수는 엄지손가락보다 작은 칩에 허파꽈리 조직을 담은 ‘렁온어칩(lung on a chip)’을 선보였다. 이 칩은 폐세포와 모세혈관조직을 함께 배양해 만들었으며, 생체막으로 합성수지를 사용했다.

이 생체 칩에 약물을 넣으면 실제 폐에서 일어나는 생리적인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신약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효율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게 된다. 현재 신약 하나를 개발하는데 대략 10여 년의 긴 시간동안 8,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독성과 안전성 검사를 위해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시험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생체 칩이 이를 대신할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은 확연히 줄어들 것이다. 현재 렁온어칩 이외에도 심장과 간 등 사람의 모든 장기의 기능을 하나의 칩에 넣는 ‘휴먼온어칩(human on a chip)’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이렇게 작지만 스마트한 칩이 만들어질 수 있던 이유는 미세전자기계시스템(MEMS, 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 덕분이다. MEMS는 각종기계나 전자기기를 소형화하기 위해 반도체 및 기계 기술을 융합해 제작한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시스템을 말한다. 크기는 수 밀리미터(mm)에 불과하지만 고도의 기능을 갖춘 시스템으로, 마이크로시스템이나 마이크로머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20세기의 대표적인 산업기술이 반도체라면, 21세기의 대표적인 산업기술은 MEMS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미래 유망 기술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발히 연구 중인 분야는 MEMS와 의생명공학이 결합된 바이오 MEMS분야다. 의료 분야에서는 이미 혈당측정기, DNA칩, 약물방출시스템, 혈액 한 방울로 건강검진이 가능한 랩온어칩에 MEMS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 몸속에 직접 들어가 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마이크로로봇도 그리 먼 미래의 일은 아니다.

 

MEMS는 나노 기술과 결합하며 쓰임새가 날로 확장되고 있다. 미래의 MEMS 사용 범위는 새로운 컴퓨터 액정 디스플레이에서부터 당뇨병 환자의 글루코오스 수치를 관찰할 수 있는 바이오칩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각종 전자기기들을 더 작은 몸체로 만들면서도 더 많은 기능을 담을 수 있도록 한 일등 공신도 바로 ‘MEMS’다. TV나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수많은 전자기기들의 신(新) 모델이 출시될 때면 우리는 얼마나 더 얇고 가벼워졌는지, 그에 반해 기능은 얼마나 더 향상됐는지를 먼저 살펴본다.

우리가 MEMS를 가장 자주 접할 수 있는 기계는 바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사용자의 행동을 ‘즉각’ 알아채고 작동하는 다양한 센서들에 있다. 가로로 돌리면 가로로, 세로로 돌리면 세로로, 그때그때 바뀌는 화면은 신기하기만 하다. 스마트폰을 좌우로 움직여 장애물을 피하거나 아이템을 획득하는 게임도 마찬가지. 스마트폰에는 MEMS를 이용한 다양한 센서들이 들어있는데, 그중 가속도센서는 우리의 동작 등에 따라 변하는 스마트폰의 운동 상태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MEMS 가속도센서는 마이크로미터 단위의 초소형 시스템을 사용해 기울기나 가속, 관성 등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어 각종 첨단기계에 사용되고 있다. 닌텐도 Wii와 같이 우리 몸의 움직임을 읽는 게임기의 모션센서부터 자동차 에어백에 내장된 센서, 선박, 비행기 등 각종 교통수단과 로봇 제어시스템에 필수적으로 들어가고 있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MEMS 가속도센서는 순간적인 사고에 빠르게 반응해야 하는 에어백에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에어백에 장착된 가속도센서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충돌할 때에만 에어백이 터지도록 작동해야 한다. 때문에 가속도가 특정 기준 이상으로 커지면 작동하도록 만들어진다. 달리던 자동차가 다른 물체에 충돌하면 자동차의 속도는 짧은 시간 동안 급격히 줄어든다. 이러한 큰 가속도를 가속도계가 인식해야 에어백이 터지게 할 수 있는 것이다. MEMS 이전에도 다양한 가속도센서가 사용됐지만, 크기가 크고 가격이 비싸 차량에 설치하기 어려웠다. MEMS가 개발되면서 작고 정밀하면서도 가격이 저렴한 가속도센서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렇듯 오늘날 MEMS는 의생명공학, 정보통신, 기계, 자동차, 항공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산업제품과 융합돼 기존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키기도 한다. MEMS와 다양한 분야의 융합이 가져올 미래는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