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도시 교통망의 핵심은 버스와 지하철이다. 전통적으로 버스는 단거리 이동을, 지하철은 중장거리 이동을 담당했으나 근래 간선급행버스체계(BRT)가 확대되면서 버스의 중장거리 부담률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버스와 지하철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틈새가 있다.
한국의 대도시 환승시스템은 비교적 잘 구축된 편이지만 지하철과 간선버스가 이르지 못하는 지역을 지선버스와 마을버스만으로 커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버스는 수송력에 한계가 있으며 지하철은 사업규모가 너무 커서 쉽사리 건설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비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 ‘신교통시스템’이 있다. 신교통시스템은 버스와 지하철 양쪽의 장점을 취하는 교통수단으로, 주로 전기를 이용해 친환경적이고 궤도를 이용한 버스에 비해 정시성이 높으며 굴착이나 대규모 역사 등이 필요하지 않아 지하철에 비해 가설비용이 저렴하다. 국내 신교통시스템으로는 기존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 BRT나 M버스, 경전철 등이 있다.
BRT(Bus Rapid Transit)는 주요 간선 도로에 버스 전용 차로를 설치해 급행으로 버스를 운행하는 방식이고, M버스(Metorpolitan Bus)는 수도권 주요거점을 중간정차 없이 연결하는 광역급행버스다. 경전철은 수송량과 운행 거리가 기존 지하철의 절반 수준인 경량 전철로,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용이 저렴하고 공해와 소음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이다.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이란 말 그대로 현재 신교통시스템의 다음 세대를 말한다. 국내에서 개발 중인 차세대 신교통시스템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것 중 하나가 자기부상열차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6년 사업단이 출범해 본격적으로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왔다. 국토해양부의 국가건설교통 연구개발사업으로 추진돼 한국기계연구원에서 개발 및 실용화중인 자기부상열차는 오는 2012년 10월 인천국제공항에 시범노선이 설치돼 공항 이용객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 될 예정이다.
목표는 최고속도 110km/h, 1량 탑승인원 100명, 무인운전이 가능한 자기부상열차 개발과 인천공항 내 6.1km 시범노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설정됐다. 11~12월이면 시속 110km/h 도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후 약 1년간 시운전을 통한 안정화 기간을 거쳐 2013년 9월 공식 개통할 계획이다.
자기부상열차는 자석의 같은 극끼리 밀치고 다른 극끼리 당기는 힘을 이용해 차량을 선로 위에 띄워서 움직이는 열차를 말한다. 도시형자기부상열차에 사용되는 자석은 강력한 영구자석이다. 선로와 열차가 직접 닿지 않기 때문에 마찰력이 매우 적어 가속이 빠르며 소음이 65dB 수준으로 낮다. 바퀴와 레일의 마찰로 인한 진동과 분진도 없어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꼽힌다. 또한 탈선, 전자파 등의 위험요소가 없고 건설비와 운영비도 기존 철도에 비해 저렴해 세계 각국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도 운행할 수 있어 차세대 도심대중교통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통 자기부상열차라고 하면 상하이 도심과 푸동 공항을 연결하는 열차처럼 초고속열차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 개발하는 자기부상열차는 중저속 도시형자기부상열차다. 교외와 도심을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내에서 지하철이나 경전철을 대신하는 용도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자석을 이용한 방식 외에 열차에서 튀어나온 전자석이 철판으로 만든 선로 아래를 감싸듯 설치한 ‘상전도 흡인식’도 있다. 상전도 흡인식은 자석이 철판으로 달라붙으려는 흡입력으로 열차를 띄우는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저속은 물론 고속열차에도 적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초고속 열차 전용으로 개발된 기술도 있다. 강력한 초전도 자석의 반발력을 이용해 높은 속도를 낼 수 있는 초전도 반발식이 그것이다. 자기부상열차 바닥에는 초전도체를 이용한 초전도 자석을 놓고 레일 위치에 전자석을 놓아 만든다. 초전도 현상이란 섭씨 영하 200도 이하의 매우 낮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말한다.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초전도체는 전기 저항이 사라지는 것 외에도 아주 큰 자기장을 만들거나 가두어 둘 수 있다.
열차 바닥의 초전도자석과 전자석의 자기장 방향을 반대로 두어 열차와 레일 사이에 서로 밀어내는 척력이 생기고, 무거운 열차가 공중에 뜰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마찰력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적은 동력으로도 먼 거리를 갈 수 있다.
현재 도시형 자기부상열차가 개통돼 영업 중인 노선은 세계적으로 일본 나고야가 유일하다. (중국 푸동공항과 상하이를 연결하는 노선은 시속 300km를 넘는 고속형이다.) 최근에는 중국이 자체 기술로 저속 자기부상열차를 개발해 선보였지만, 상용화가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인천에서 시범운행을 시작할 자기부상열차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운행을 시작하는 도시형자기부상열차가 된다. 2013년 9월 성공적으로 상용화 돼 향후 최첨단 녹색교통시스템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글 : 김택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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