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 27일, 런던올림픽이 개막한다. 우리나라도 다양한 종목에 참가하는데, 그중 한국의 펜싱팀은 한국에서 펜싱이 시작된 이래 최다 선수들이 출전해 세계인들과 실력을 겨룰 예정이다. 아직까지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스포츠인 펜싱은 첨단 과학의 보고다. 알고 보면 두 배로 즐길 수 있는 펜싱의 과학을 소개한다.
1945년 일본 유학생들로부터 국내에 처음 도입된 펜싱은 유럽 강국의 선수들과의 체격과 기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남자 플뢰레 김영호 선수가 금메달,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여자 플뢰레 남현희 선수가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펜싱(Fencing)의 핵심은 ‘검’이다. 펜싱 경기는 플뢰레(Fleuret 또는 Foil), 에페(Epee), 사브르(Sabre) 세 종목으로 나뉘는데 이 생소한 용어들도 사용하는 검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플뢰레는 1567년 프랑스에서 펜싱 학교인 루이 아카데미를 창설하며 시작됐고, 에페와 사브르는 이탈리아와 헝가리의 검법에 근거를 두고 시작됐다.
펜싱은 무기(검)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장 위험한 스포츠 종목 중 하나로 꼽힌다. 16세기 앙리 드 생크 디디에(Henry de Sainct-Didier)라는 프랑스인이 플뢰레 검법을 처음으로 제시했는데, 근접 거리에서 가늘고 긴 칼로 빠른 몸놀림을 사용해 찌르기를 수행하는 경기 특성상 눈 부상이 속출했다. 때문에 플뢰레 경기는 18세기말 프랑스의 펜싱 지도자였던 ‘라 보에시에르(La Boëssière)’가 정교한 마스크를 만들고 나서부터야 보편화됐다.
1982년에는 펜싱 경기 도중 부러진 칼이 마스크를 뚫고 들어가 구소련 선수가 사망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이처럼 격렬한 경기 도중 칼날이 부러져 선수의 보호 장비를 뚫고 들어가는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펜싱은 선수들의 안전을 위해 보호 장비 제작에 첨단과학을 이용하고 있다.
국제펜싱연맹(FIE, Federation Internationale dEscrime) 공인 대회에서는 의무적으로 선수보호용 재킷을 합성섬유인 케블라로 만들도록 한다. 케블라는 가볍고 튼튼한 특성으로 인해 방탄조끼나 헬멧에 많이 사용되는 소재다. 또 바깥재킷(800N, 81.6㎏)과 안쪽 재킷(800N)을 합쳐 총 1600N(163.3㎏)의 저항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한다. 얼굴을 보호하는 마스크는 스테인리스 강철로 만든다. 그물코의 짜임새는 구멍 뚫기 테스트에서 허용되는 힘의 두 배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조밀하게 구성돼 선수들을 날카로운 칼날로부터 보호한다. 마스크의 목보호구(bib)는 1600N의 저항과 12㎏의 압력을 견딜 수 있게 제작된다.
펜싱용 칼은 마레이징 강철(검의 몸 : lamé 람므)을 사용해 만든다. 마레이징 강철은 제트 전투기를 만들 때 사용되는 합금 강철로, 탄소 강철보다 강하고 잘 부러지지 않는다. 칼끝(부똥 : 검의 최전방에 달려 있음)에는 상대방의 칼에 닿자마자 채점이 가능하도록 센서가 달려 있다.
그런데 어떻게 펜싱 칼이 닿자마자 점수가 매겨지는 걸까? 펜싱 경기를 자세히 보면 선수들 옷 뒤에 긴 전선이 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펜싱은 각 종목별(플뢰레, 에페, 사브레) 득점부위에 금속선이 고르게 분포된 경기복을 입는다. 그리고 재킷 뒤로는 전선이 길게 연결돼 있어 상대편의 득점 부위를 찌르면 센서가 바로 작용해 알려준다. 이런 센서들은 대부분 압력 센서로, 자극을 전기신호로 바꿔주는 역할을 한다. 심판의 눈으로 놓칠 수 있는 공격도 순간적으로 반응해 전등의 불을 밝히며 공격의 성공을 알린다.
검투에서 시작돼 오랜 역사를 가진 고전적 스포츠 종목과 현대 첨단 기술의 만남을 곧 2012 런던 올림픽에서 관전할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그동안 피땀 흘리며 연습했을 선수들. 이렇듯 과학의 발달은 선수들이 더욱 안전하게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또한 전자심판을 통해 자칫 놓칠 수 있는 것들을 정확히 기록하며 그들의 실력을 정당하게 평가하고 있다.
글 : 김태완 국민체육진흥공단 체육과학연구원 국가대표 펜싱담당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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