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차가우면 변한다, 카멜레온 컵 (KISTI)

조조다음 2012. 7. 26. 08:20

 

무더운 여름, 밖에서 땀을 뻘뻘 흘리고 집으로 들어오면 시원한 물 한 컵 들이켜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 져요. 급한 마음에 얼음을 잔뜩 넣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가는 차가운 기운에 머릿속이 찌릿찌릿해 지지요. 추운 겨울에는 무심코 입을 갖다 댔다가 혀는 물론 목구멍을 데일 정도로 뜨거워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죠. 적당한 온도를 알려주는 컵이 있으면 얼마나 편리할까요?

*실험 주의사항 : 스티커를 붙일 때는 물을 넣지 않은 상태에서 붙여 주세요. 찬물을 붓고 붙이려면 컵 표면에 성에가 끼어 잘 붙지 않는답니다. 섭씨 10도 이하에서 색이 변하지만 그냥 찬물보다는 얼음물을 넣어야 색깔의 변화를 더 잘 관찰할 수 있어요.

실험에 사용한 시온 스티커는 상온에서는 흰색이었다가 섭씨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파란색으로 변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요. 때문에 시온 스티커를 붙인 머그컵에 얼음물을 부으면 서서히 파란색으로 바뀌는 것을 관찰할 수 있어요. 그 이유는 얼음물의 냉기가 컵을 통해 전도되면서 시온 스티커에 전달됐기 때문이예요. 일반적으로 열이 전달되는 방법은 전도, 대류, 복사가 있어요. 그중 이번 실험은 고체로 된 물질을 통해 열이 전달되는 ‘전도’ 현상 덕분에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컵을 만들 수 있었어요. 냄비 밑바닥을 데우면 윗부분에 있는 손잡이까지 뜨거워지는 것처럼, 차가운 물의 냉기가 컵의 바깥쪽까지 전달되면서 시온 스티커의 색을 변화시킨 거예요. 시온 스티커가 온도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색을 바꿀 수 있는 이유는 스티커에 시온 잉크가 묻어있기 때문이예요.

시온 잉크는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잉크예요. 주로 유기화합물을 사용해 만드는데, 온도에 따라 분자의 구조가 달라지거나 분자들의 배열 방법이 달라지는 성질을 이용한 거지요. 예를 들어 온도가 높아지면 특정한 화학결합이 끊어지고, 온도가 낮아지면 끊어졌던 화학결합이 다시 이어지면서 물질에 따라 다른 색을 띠게 되는 원리지요. 이렇듯 시온잉크에는 온도가 높아지거나 혹은 낮아졌다가 원래의 온도로 돌아가면 본연의 색을 찾는 종류가 있고, 한번 색깔이 변하면 다시 돌아가지 않는 종류도 있어요.

시온 잉크는 우리 주변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머그컵이나 온도계, 프라이팬 등 온도 변화를 손쉽게 알려주는 편리한 제품들이 많이 개발돼 있어요. 업체에서도 신선한 제품임을 알리기 위해 많이 활용하지요. 한 맥주회사는 맥주병에 저온용 시온 잉크 마크를 새겨 맥주가 시원한 상태인지 한눈에 알 수 있도록 했고, 한 피자 업체는 배달용 피자 박스에 고온용 시온 잉크로 글자를 새겨 넣어 피자가 식기 전에 배달을 한다고 홍보하기도 했어요.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도 유용하게 이용되고 있어요. 온도계를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기계일 경우, 시온 잉크를 사용해 온도를 감지하지요. 대용량 전기 장치에서 전동기나 변압기, 저항, 스위치, 도선의 접속 부위 등이 과열되면 다양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요. 특정 온도 이상으로 과열되면 시온 잉크의 색이 변해 사고를 예방할 수 있도록 돕는답니다.

그밖에도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의류, 장미, 책, 카멜레온 매니큐어, 전구커버, 펜던트 같은 장식품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어요.

실험에 사용된 시온 잉크는 온도에 따라 색이 변하지만, 이 외에도 전기나 기압, 수분의 정도를 다르게 해 색이 변하도록 만든 물질도 있답니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