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빼놓고는 삶을 논할 수 없습니다. 매일 몇 번이고 즐겨도 질리지 않는 육체적 쾌락은 음식 말고는 없죠. 음식은 문화의 표현이고 부모님의 사랑이자 축하와 위로의 수단입니다. 그래서 급속한 기후 변화를 막는답시고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를 걸고넘어지면 몹시 거슬립니다.
제일 많이 까이고 있는 음식은 바로 맛으로는 깔 수 없는 고기죠. 이 논의를 제대로 조사하기도 힘들뿐더러 토론을 해도 금새 감정 싸움이 되죠. 그래도 과학이라면 분명 답을 주겠죠! 현실은 복잡합니다. 기후변화 관점에서 고기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근거 세 가지를 살펴보고 어떤가 한 번 봅시다.
첫 번째. 먹는 게 기후 변화에 그렇게 큰 영향을 주나요?
온실가스 배출 없이 수십억 명을 먹여살릴 순 없습니다. 언젠가 트랙터를 탄소 배출 없이 굴리고 냉장고와 레인지를 재생에너지로 돌리고 전기 트럭으로 음식을 수송한다 한들 온실가스가 전혀 안 나올 수는 없습니다.
벼는 메탄을 뿜어냅니다.
농경지와 목초지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베어냅니다. 거름과 비료를 뿌리면 아산화질소가 나오죠.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약 26%가 식품 생산 과정에서 나옵니다. 참 안타까운 일이죠. 먹는 건 선택사항이 아니니까요. 물론 26%면 그리 나빠 보이진 않습니다만 달리 말하면 당장 오늘부터 다른 배출원을 전부 없앤다 해도 식품에 의한 배출량만으로도 2100년이면 전체 탄소 허용치를 넘어버린다는 겁니다.
그러니 이리 보고 저리 봐도 식품은 기후 변화에 크게 기여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무슨 식품이냐에 따라 배출량도 크게 다르죠. 하나하나 떼어 놓고 탄소 발자국을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식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흔히 '전과정평가'를 통해 조사합니다.
상품이 존재하는 모든 시점의 배출량을 측정하는 분석기법입니다. 생산부터 운송, 포장, 사용, 폐기 처리 모두를 포함하죠. 현재까지 가장 정밀하게 메타분석된 전과정평가에 따르면 소고기의 배출량이 독보적인 1등입니다. 평균적으로, 1kg의 소고기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71kg에 달합니다. 양고기도 40kg으로 높습니다. 돼지고기는 12kg, 가금류는 10kg입니다. 제일 밑 순위에는 여러 식물성 식품들이 있습니다. 그 예로, 감자는 배출량이 소고기보다 약 150배 적습니다.
물론 식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게가 아니라 영양소의 밀도죠. 같은 1kg이어도 감자보다 소고기를 먹었을 때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습니다. 그럼 칼로리 당이나 단백질 당 배출량으로 바꾸면 순위가 어떻게 변할까요? 별로 안 변합니다.
동물성 단백질이 여전히 환경에 제일 부담이 되고 칼로리 당 배출량을 따져도 소고기와 양고기는 여전히 극상위입니다.
근데 이게 공정한 걸까요? 어쨌거나 소고기라고 다 같은 게 아닌데요. 소를 기르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풀 뜯어먹일 수도 있고 공장식으로 할 수도 있죠. 제일 나쁜 소고기는 단백질 100g당 배출량이 105kg이고 제일 좋은 건 9kg밖에 안 됩니다. 10배 차이가 나죠. 반면 다른 식품의 경우, 특히 식물성 식품은 대부분 양극단 폭이 훨씬 좁습니다. 어떻게 해도, 최상의 소고기가 최악의 채소보다 못하네요. 좋은 소고기를 사서 배출을 줄이면 어떨까요? 인근 지역에서 난 소고기를 사서 탄소 발자국을 최대한 줄인다면요?
두 번째. 로컬 푸드를 사는 게 효과가 있을까요?
계속 소고기로 가 봅시다. 제일 골칫덩이니까요. 로컬 푸드를 사는 목적은 운송과 포장 과정에서 배출을 없애는 것이죠. 그러나 이 배출량은 소고기 생산에서 배출되는 총량의 0.5%~2% 뿐이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사실 운송과 포장 단계를 합쳐봤자 식품에 의한 총 배출량의 11%정도밖에 안 됩니다. 식품 운송에서 나오는 배출 대부분은 운송 마지막 몇 킬로미터에서 생깁니다.
여러분 지역에 있는 마트와 가게들에 식품을 공급하는 단계죠. 국제 운송은 대부분 화물선에서 이루어지는데 운송 효율이 엄청나게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아보카도 1kg를 남아메리카에서 유럽으로 배송할 때 운송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환산량은 0.3kg 정도이고 총 배출량은 약 2.5kg입니다. 반면에 동네 정육점에서 구매한 소고기 1kg은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최소 18kg 이상 생성합니다.
따라서 식물성 식품 대부분은 장거리 배송을 해도 인근에서 생산되는 동물성 제품보다 배출량이 더 적습니다. 그럼, 운송이 큰 문제가 아니라면 소고기에서 나오는 이 많은 배출량은 다 뭐 때문인 걸까요? 현재 소고기로 인한 배출량 중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동물들이 직접 배출하는 메탄입니다.
이산화탄소는 몇 세기가 지나도 남아있는 데 반해 메탄은 대기에 수십 년 정도밖에 잔류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짧은 시간 동안에도 아주 강력한 힘을 발휘하죠. 메탄은 이미 인위적 지구온난화의 23~40%를 일으켜 왔습니다. 이게 정확히 얼마나 나쁜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논쟁이 있지만 여기서는 더 깊게 들어가지 않기로 하죠.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서는 메탄이든 뭐든 더 배출되는 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 소라면 다 비슷하게 트림을 하고 방귀를 뀔 텐데 왜 소고기별로 배출량이 이렇게 다양할까요?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젖을 짜려고 기른 소의 고기인지 고기용으로 기른 소의 고기인지에 따라 다릅니다. 지구의 소고기 중 44%는 젖소의 고기이고 유제품과 탄소 발자국을 공유합니다. 젖소에게는 전반적으로 더 좋은 품질의 사료가 제공되므로 더 빨리 자라고 메탄을 덜 배출합니다.
지리 역시 중요한 요인인데 가능한 사육 방식이 지리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일 악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농지를 만들기 위해 숲을 파괴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식물에 묶여있던 이산화탄소가 방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흙에 저장되어 있던 이산화탄소가 날아가서 땅이 이산화탄소를 다시 저장할 수 없게 됩니다.
소고기에서 나오는 배출 대부분은 이 요소들 때문입니다. 최악의 배출원은 농지를 만들기 위해 열대 우림을 파괴하는 농장들입니다. 특히 브라질에서요. 여기에는 악랄한 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동물들이 고통받을수록 기후변화 방지에는 더 좋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는 게 훨씬 효율이 좋으니까요. 땅도 덜 차지하고, 음식도 바로 앞까지 전달되니 자라는 속도도 빠르고 걷는 것 따위에 에너지를 허비하지도 않죠.
목초지를 누비지 않고 공장식으로 길러지는 소들이 어떨 때는 오히려 환경을 덜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한때는 우거진 열대우림이었던 곳에서 평화롭게 풀을 뜯는 소들보다요. 하지만 소들을 이렇게 악마 보듯 말하는 건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 아닌가요? 어차피 소들이 풀 뜯어먹는 땅 중에는 농사 짓기 어려운 땅도 있는데 말이죠. 소는 목초지에서 풀을 뜯어먹어 우리가 소화를 못 하는 것들을 음식으로 바꿉니다. 못 쓰는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막힌 방법이 바로 축산 아닌가요?
세 번째. 소한테 주는 땅은 대부분 농사도 다른 것도 다 못 하는 땅 아닌가요?
사막과 얼음지대를 제외한 전세계 토지의 약 절반은 농업에 사용되고 이는 남북아메리카와 중국을 합친 넓이입니다. 농업용으로 사용되는 토지의 절반이 오로지 동물들을 위해 쓰이죠. 대부분은 초원이고 그 중 65%는 경작할 수 없는 땅입니다.
그러니 이 땅에서 가축을 기르는 건 분명 효율적인 방법인 겁니다. 어차피 다른 방법으로는 먹을 걸 기르지 못할 땅이니까요. 하지만 여기에는 문제 몇 가지가 있습니다. 쓸모없는 풀을 소에게 먹여 스테이크로 바꾼다니 괜찮은 아이디어 같지만 이는 마케팅을 위한 거짓말입니다. 방대한 크기의 목초지여도, 그 땅 하나로 거기 사는 반추동물들을 다 먹일 순 없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방목으로 생산되는 소고기는 전체의 13%밖에 차지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100% 방목으로 전환한다면 단순히 생각해도 소고기를 훨씬 덜 먹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방목에만 의존한다면 소고기 생산량이 70%나 감소할 것입니다. 고기에 대한 우리의 막대한 수요를 충족시키려면 농작물을 재배해서 소에게 먹이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심지어 이건 오로지 곡물 사료만 먹는 닭과 돼지는 빼고 한 얘기입니다. 사료의 수요가 이렇게 크기 때문에 전세계 곡물 중 사람이 직접 소비하는 양은 절반이 채 안 됩니다. 41%는 동물에게 먹여지죠.
콩을 봐도 비슷합니다. 콩을 재배하려고 아마존 숲까지 깎아내느냐고 말이 많습니다. 콩 하면 보통 두유나 두부를 떠올리니까요. 하지만 전세계 콩 생산량 중 인간의 몫은 19%밖에 안 됩니다. 약 77%는 동물을 먹이기 위해 사용됩니다. 덧붙여서, 작물을 못 기르는 땅이어도 환경에는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단에서 소고기만 빼도 약 20억 헥타르(605만 평)의 땅이 남고 채식을 하면 약 30억 헥타르(907만 5천 평)의 땅이 남습니다. 이 남는 땅으로 숲을 가꾸고 야생 초원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대기에서 탄소를 빨아들일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심을 수 있겠죠. 30억 헥타르(907만 5천 평)의 토지를 보존하면 매년 이산화탄소 약 80억 톤을 공기 중에서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년 배출하고 있는 이산화탄소 환산량 약 500억 톤과 비교해 봅시다. 그렇다면 채식을 하는 것으로 매년 배출량의 16%를 절감할 수 있다는 겁니다.
자, 그럼 요약을 해봅시다.
식품은 온실가스 배출에 엄청난 기여를 합니다. 고기도 고기지만, 특히 소고기가 배출량 측면에서는 제일 나쁜 음식입니다. 인근에서 나는 식품을 구매하는 건 배출량에 큰 영향이 없고 어떤 식품을 소비하느냐가 영향이 더 큽니다. 소고기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소를 방목해서 키울 때는 토지가 훨씬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떨 때는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소고기를 쓴다 한들 여러분 햄버거의 탄소 발자국은 야채로 만든 패티보다 훨씬 더 클 겁니다. 이 정보를 가지고 어떻게 할지는 여러분의 몫입니다. 사실 여러분은 언제나 한 발짝만 내딛으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장 오늘부터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새로운 관심사에 빠져들어 보는 거죠! 여러분에게 달린 일입니다. 물론 그 한 발자국이 참 떼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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