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無水) 세탁기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LG전자가 최근 관련 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소식이다. 그런데 물 없는 세탁이 정말 가능한 걸까?
일단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무수 세탁기의 비결은 바로 이산화탄소. 적당한 온도에서 이산화탄소에 압력을 가하면 액체 형태로 바꿀 수 있는데, 이를 물 대신 활용하는 것이다.
액체 상태 이산화탄소는 물보다 끈적끈적한 성질을 갖고 있다. 또한 스스로 뭉쳐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성질(표면장력)이 크기에 세제 없이도 옷감 속 노폐물을 쉽게 제거할 수 있는 것.
빨래 이후의 오물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기화시키는 과정에서 따로 분리돼 수거된다. 폐수가 발생하지 않기에 친환경적인 기술이다.
상업용으로 자주 쓰이는 드라이클리닝의 경우, 기름을 사용하고 배기가스가 배출되지만 이산화탄소 세탁기는 그럴 염려가 없다.
이산화탄소는 구하기도 쉽고, 그 액화도 비교적 용이하다. 상용화만 된다면 세탁으로 인한 많은 오염을 막을 수 있다. 때문에 외국에선 스웨덴 가전기업 일렉트로룩스 등 여러 곳에서 상용화가 이뤄져 왔다.
반면 국내에선 지금껏 무수 세탁기가 없었다. 현행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서 이산화탄소 액화 과정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하좌우로 8m씩 공간을 두는 것은 물론 방호벽을 설치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로웠다.
최근 LG전자의 무수 세탁기 개발은 산업부가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시범운전을 허용한 덕이다. 친환경성과 기존 상용화 사례를 감안, 예외적으로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것이다.
이에 LG전자는 무수세탁기 개발과 함께 본격적인 실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 안정성이 입증될 경우, 임시허가를 받아 세탁소를 중심으로 점차 보급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산화탄소는 그간 여러 곳에서 활용돼 왔다. 바이오연료, 의약품 제조, 수소생산은 물론 각종 플라스틱이나 건축자재의 원료로 쓰였다. 실생활에서는 탄산음료나 드라이아이스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무수 세탁기는 이러한 이산화탄소 활용을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 이는 기후위기 대응이란 측면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은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모아 이를 재활용하는 기술이야말로 환경과 경제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수단이다. 무수 세탁기가 단순히 신기한 발상을 넘어, 탄소제로 시대를 이끄는 새로운 바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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