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망원경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한국 시각으로 2021년 12월 25일 남미 프랑스령 기아나 유럽 우주센터에서 아리안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현재 지구 547km 상공에서 1990년부터 32년째 임무를 수행 중인 ‘허블우주망원경’을 잇는 차세대 망원경으로 평가받는다. 허블우주망원경보다 관측 가능한 빛의 파장 범위가 넓어 빅뱅 직후 천체가 내뿜은 빛까지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지난해 12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가장 멀리 떨어진 은하와 먼 행성의 대기, 우주먼지 속에 가려진 별의 형성 과정 등을 관찰해 천문학을 새로 쓸 것”이라고 평가했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발사 후 보름이 지난 1월 9일 빛을 받아들이는 ‘주경’을 성공적으로 펼쳤고, 25일에는 지구에서 약 150만km 떨어진 관측지점(라그랑주 L2)에 무사히 도착했다. 오는 4월 말까지 전원 공급, 냉각, 미세정렬, 테스트 관측 등을 수행하고, 6월 말 첫 관측에 나선다.
뛰어난 ‘시력’ 비결은 중적외선 관측장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허블우주망원경이 볼 수 없을 만큼 먼 곳에 있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이유는 중적외선 카메라 덕분이다. 천체에서 발생한 빛은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에 맞춰 파장이 길어지는 ‘적색편이’ 현상 때문에 우주를 누빌수록 파장이 짧은 가시광선에서 파장이 긴 자외선이나 적외선으로 바뀐다. 이런 이유로 우주망원경이 감지할 수 있는 적외선의 범위가 넓을수록 먼 곳에 있는 천체를 볼 수 있다.
특히 초기 우주의 상태를 관측하는 게 주요 임무인 만큼 고성능 중적외선 관측장비(MIRI)가 탑재됐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가시광선과 파장이 800~2400㎚(나노미터)인 근적외선을 포착할 수 있었다면,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5000~2만8500㎚ 범위의 중적외선까지 잡아낸다. 이 덕분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136억 광년 떨어진 천체가 내뿜은 빛도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빅뱅이 대략 138억 년 전에 일어났으므로 빅뱅이 발생하고 2억 년 이후 탄생한 천체를 관측할 수 있는 셈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다른 장치들도 적외선 관측에 알맞게 설계됐다. 먼저 주경을 구성하는 18개의 육각형의 거울 조각은 금을 코팅한 베릴륨으로 만들어졌다. 베릴륨은 적외선 반사 능력이 뛰어난 데다 가볍고 열변형이 적다. 주경의 지름은 6.5m로 허블우주망원경의 지름인 2.4m의 2.7배, 집광 면적은 6~7배에 달해 적외선을 더 잘 모을 수 있다. 또 허블우주망원경보다 희미한 물체를 ‘100배’ 더 잘 구별할 수 있다.
망원경 아래에는 태양 빛을 가려 망원경 내부에서의 적외선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는 차양 장치도 탑재됐다. 보통 물체의 온도가 상온 이상일 때 적외선을 방출하기 때문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온도는 절대온도 40K(섭씨 -233도) 정도로 유지돼야 한다. 이를 위해 5겹의 차양 장치를 설치해 태양으로부터 오는 직사광선과 지구로부터 오는 복사열을 차단한다. 이외에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발열을 막기 위해 아주 낮은 전력으로 작동하는 컴퓨터를 사용한다.
수리 어려운 건 단점, 예상 가동 기간 5~10년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원시 우주의 상태를 관측하는 것 외에도 우주 입자들의 온도, 성분, 밀도, 거리 등을 적외선 분광기로 분석해 먼 우주에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외계 생명체에 대한 단서도 찾는 등의 막대한 임무도 수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 허블우주망원경만큼 오래 활동할 수 없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의 경우 지구 근처에 떠 있어 수리가 비교적 수월했지만,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워낙 멀리 떨어져 있어 비용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수리가 어렵기 때문이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설계상 수명과 목표 수명을 고려하면 5~10년 동안 임무를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를 비롯해 유럽우주국(ESA)과 캐나다우주국(CSA)이 1996년부터 25년 동안 무려 100억 달러(약 11조 9000억 원)를 투입해 제작한 것 치곤 가동 기간이 짧지만, 뛰어난 성능을 바탕으로 그동안 관찰할 수 없었던 깊은 우주의 모습을 보여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첫 번째 관측 대상으로 밝기가 균일해 초기 작동 상태를 파악하기 좋은 ‘대마젤란은하’가 거론되고 있다. 6월 말, 인류의 새로운 눈이 보여줄 첫 번째 이미지를 기대해보자.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KISTI와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만 관련 세포막 단백질 구조 최초로 밝혀냈다 (0) | 2022.03.11 |
---|---|
나만 그런게 아니라고? 월요병과 새학기 증후군 (0) | 2022.03.09 |
'사회생물학의 아버지' 에드워드 윌슨, 자연으로 돌아가다 (0) | 2022.03.04 |
휴대전화 완충에 6분? 차세대 리튬전지 양극 기술 개발 (0) | 2022.03.02 |
통가 해저 화산 폭발이 남긴 것 (0) | 2022.0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