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적인 우주 쓰레기
일본의 한 연구진이 세계 최초의 목재 위성 리구노샛(LignoSat) 개발에 착수했다. 리구노(Ligno)는 나무, 샛(Sat)은 인공위성을 뜻한다. 일본의 목재업체 스미토모임업(린교)과 교토대가 2023년까지 목재 위성 만들어 발사하는 것을 목표로 최근 ‘우주에서의 나무 생육과 목재 이용에 관한 기초연구’ 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목재 위성 프로젝트(LignoStella Project)’라고 명명했다.
목재 위성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문제 때문이다. 지난 2020년 한 해만 해도 900기가 넘는 인공위성이 우주로 발사됐다. 민간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X 한 곳이 쏘아 올린 것만 해도 840여 개에 이른다.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추진하는 스타링크는 소형 위성 1만 2천 기를 지구 저궤도에 발사해 전 지구적 초고속 인터넷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이다.
이처럼 위성은 통신, 텔레비전, 내비게이션 및 일기예보 등에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우주 분야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 유로컨설트(Euroconsult)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동안 해마다 약 1000개의 위성이 발사될 전망이다. 이는 2028년까지 약 1만 5000개의 위성이 지상 200~2000km 고도인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 LEO)에 붐비게 됨을 의미한다.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현재 지구 저궤도를 도는 위성 수는 거의 6천 개에 달하며, 그중 약 60%가 용도폐기된 우주 쓰레기다. 지름 1cm 이상의 우주 쓰레기는 약 90만 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무게로 따지면 약 8천 톤에 이른다. 이들은 시속 3만km가 넘는 엄청난 속도로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므로 다른 위성이나 우주선 등에 충돌한다면 치명적인 손상을 입힐 수 있다. 실제로 2006년엔 작은 우주 쓰레기 조각이 국제우주정거장(ISS)과 충돌해 창문에 박힌 적이 있으며, 2009년엔 러시아의 폐기 위성이 이리듐 통신위성과 충돌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더 많은 우주선과 위성이 발사됨에 따라 우주 쓰레기가 지구로 떨어질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수명이 다한 우주정거장이나 위성은 지구 대기로 진입하면서 대부분 불에 타 없어지지만 일부는 지상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 1979년 77톤에 달하는 미국의 위성 잔해가 호주의 한 마을로 떨어졌던 사례도 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다만 호주에서 미국측에 폐기물 무단 투기로 400달러의 벌금을 매겼을 뿐이다. 또 2018년 4월에는 통제불능에 빠진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 1호가 남태평양 칠레 앞바다에 떨어졌다. 다행히 피해는 없었지만, 1년 넘게 지구촌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 민폐 사건이었다.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여러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 가장 유력한 해결책으로는 그물을 쏘아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거나 로봇팔로 수거한 뒤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유럽우주국(ESA)은 2025년 우주 쓰레기 수거 위성 클리어런스 1호를 발사해 2013년에 발사한 베스파 위성의 잔해를 수거할 계획이다. 로봇팔로 이 위성을 잡아채 대기권으로 진입시켜 태워버리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그 많은 우주 쓰레기를 다 처리하기에 역부족일 뿐더러 고비용이 들어 비효율적이다. 이런 점에서 아예 우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 위성의 개발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목재 위성, 가능할까?
현재 대부분의 인공위성에는 높은 온도와 방사선에 견딜 수 있도록 알루미늄 합금, 고강력 케블라 섬유 등이 소재로 쓰인다. 고도의 내구성과 높은 강도의 이런 소재들은 인공위성이 수명을 다한 후에도 그대로 우주 공간에 남아 우주 쓰레기로 전락한다. 게다가 인공위성에 사용된 알루미늄은 지구로 돌아올 때 작은 알루미나 입자들로 분해돼 수년간 대기 상층부를 떠돌아다니면서 환경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알루미나는 우주에서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해 약간의 냉각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지구의 오존층을 파괴할 수 있다. 반면 목재 위성은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할 때 대기와의 마찰로 인해 완전연소가 되기 때문에 환경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거의 없다.
목재 위성의 또다른 장점은 전자파와 지자기가 투과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안테나와 자세 제어 장치를 위성 바깥이 아닌 내부에 둬도 된다는 뜻이며, 그에 따라 위성 구조가 그만큼 단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목재 위성 개발에 뛰어든 스미토모임업과 교토대 우주종합학연구부 도이 다카오(土井隆雄) 교수는 우주와 같은 극한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 목재를 찾아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7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탑승과 2008년 국제우주정거장 왕복 경험이 있는 우주비행사 출신 도이 교수는 2016년 교토대 우주종합학연구부 교수로 부임한 이후 ‘우주에서의 목재자원 실용성’을 새로운 연구주제로 삼은 것이 목재 위성 개발의 계기가 됐다. 교토대는 현재 대학원에서 ‘진공 상태에서 목재의 역학 성질과 저중력, 저기압에서의 목재 생육에 관한 기초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스미토모와 도이 파트너십은 먼저 온도 변화와 햇빛에 강한 목재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지구상의 극한환경에서 다양한 종류의 목재시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어떤 목재를 위성 소재로 삼을지에 대해서는 기업 비밀이라고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또한 도이 교수는 “다음 단계는 인공위성의 엔지니어링 모델을 개발하고 2023년까지 비행 모델을 제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미토모임업은 이번 연구에서 얻은 목재 활용 기술을 창업 350주년을 맞는 2041년을 목표로 진행 중인 초고층 목조빌딩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어떤 면에서 나무는 혹독한 우주 공간 환경에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나무의 구조적 구성 면에서 생각하면 이 아이디어는 상당히 그럴듯하게 보일 수도 있다. 나무는 섬유소(cellulose)와 목질소(lignin)의 견고한 합성물로, 목재의 강도와 내구성은 이들 중합체의 비율과 혼합물에 존재하는 물질에 크게 좌우된다. 또한 목재를 물리적,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그 속성을 변경하거나 강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같은 처리 결과 어떤 목재는 알루미늄만큼 강도가 높았으며, 몇 가지 흥미로운 추가 속성까지 구현되었다. 임업 회사는 목재 가공방법에 대한 광범위한 지식을 가진 만큼 목재 위성의 제작에 적합한 수준까지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어떤 물리적, 화학적 과정을 더해 우주 환경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목재를 만들 수 있느냐가 이번 연구의 핵심이다.
하지만 목재 위성을 개발했다고 해서 이것이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소할 것인지는 의문이라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 우주 쓰레기는 위성 본체가 아닌 로켓이나 위성 내부의 각종 기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목재 위성이 대기권에 진입할 때 목재 부분이 다 타버린다는 이점은 분명 있지만, 우주 공간에 남아 있는 동안은 목재도 우주 쓰레기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목재 위성 개발의 초점은 우주 쓰레기 문제보다는 위성 제작비용의 절감과 대기권 진입 시 환경 면에서 유리한 소재의 발굴에 더욱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어쨌든 천연소재의 활용 범위를 우주로 넓히고 대기 상층부의 오염원을 줄인다는 점에서 목재 위성의 개발이 의미 있는 도전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아울러 목재 위성이 가능하도록 목재를 처리하는 방법을 알아내는 아이디어는 흥미로운 재료과학 문제이자 매우 실용적인 응용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이 목재 위성 프로젝트가 계속 진행되어 일정한 성과가 거두어지기를 기대하는 이유이다.
글: 이광식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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