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복에 관한 연구를 보면 행복을 높이는 여러 요소 중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두 가지 요소가 있다. 바로 정기적인 운동과 끈끈한 사회적 관계다. 규칙적으로 몸을 움직이고 다른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행복감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며 이런 행복감은 건강에도 좋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과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은 더 좋지 않겠는가?
타인과 함께 운동하는 행복감이 기대수명 늘려
먼저 여러 연구를 통해 운동이 건강에 도움이 되며 기대 수명을 늘린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운동은 심혈관질환, 당뇨, 암을 비롯해 다양한 질병에 의한 사망률을 낮춘다. 이런 사실은 아주 오래전부터 발견됐다.
1953년에 의학 학술지인 <랜싯(Lancet)>에는 재밌는 연구가 실렸다. 영국 런던에서 버스 운전 기사와 버스 안내원에게 관상동맥 질환에 의한 사망률에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 것이다. 버스운전사는 근무 하는 내내 앉아 있다. 반면 버스 안내원은 요금을 받아야 하기에 근무 하는 내내 버스를 돌아다닌다. 연구 결과 버스 안내원은 운전 기사에 비해 관상동맥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절반이나 차이 났다.
그럼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것 말고 운동의 종류에 따라서도 건강 증진 효과에 차이가 날까?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렇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에서 발간하는 학술지에서는 8500여 명의 덴마크인을 대상으로 주로 하는 운동 종류를 조사한 후 25년간 추적 관찰해 사망률을 계산했다. 흡연이나 식습관, 비만처럼 사망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은 통계적으로 보정했다. 그 결과 헬스클럽에서 혼자 하는 운동은 기대 수명을 1.5년 늘린 반면에 테니스는 무려 9.7년, 배드민턴은 6.2년, 축구는 4.7년이나 기대 수명을 늘렸다.
이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운동 시간이나 운동 강도보다는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운동이 건강에 더 좋다는 사실이다. 함께 하는 운동은 사회적으로 고립되었다는 느낌을 줄여주고 타인과 친밀감을 쌓아 행복을 증진하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런 결과를 통해 인간은 역시나 다른 사람 없이는 잘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것을 다시 알 수 있다.
외로움이나 고립감은 정말로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심리 과학> 학술지에는 연구에서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얼마나 하는지로 평균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는 논문이 실렸다. ‘혼자 산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 중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세 가지 중 한 가지에도 해당되지 않는 사람보다 앞으로 7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약 30%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 몸과 마음에 생리적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몸을 움직이며 다른 사람과 친밀감도 북돋는 종류의 운동은 건강에 더 좋은 것이다.
짧은 운동이라도 괜찮다
정말로 운동 시간이나 강도는 중요하지 않은 걸까? 기대 수명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또한 그렇다. 대만 국립보건소 연구팀은 41만 6175명의 인구를 대상으로 일상생활의 운동 강도를 전혀 하지 않음부터 매우 높은 강도까지 다섯 단계의 집단으로 나눠 8년 동안 추적 조사했다.
그 결과 하루 15분 정도 적당히 운동을 한 집단은 전혀 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과 비교해 전체 사망률은 14% 낮았다. 암으로 인한 사망은 10%, 심혈관 질환 발생 확률은 20% 줄었다. 15분 동안만 운동을 꾸준히 해도 기대수명은 평균 3년 연장됐다.
코로나19로 다른 사람과 운동하기가 겁나는 시절이지만 그래도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마스크를 끼고 짧은 시간 배드민턴이라도 즐겨보면 어떨까. 독자의 행복감은 올라가고 이와 더불어 수명도 증진될 것이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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