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인간은 고립되면 슬픔과 우울을 느끼며, 이는 신체적인 질병으로까지 이어진다. 오죽하면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홀로 떨어진 주인공은 배구공과 대화를 하며 견뎌냈겠는가. 우리는 그 장면을 보면서 그런 행동이 절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에게는 타인이 필요하다.
특히 요즘 같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집에 있어야만 해 외로움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일각에서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것이 그렇게 큰일이냐고 되묻기도 한다. 하지만 관계 맺기는 인간의 기본적 욕구이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신경과학자들은 뇌 연구를 통해 타인에 대한 갈망이 마치 음식에 대한 욕구처럼 뇌 신경 영역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음식에 대한 욕구와 타인에 대한 갈망은 같은 뇌 신경에 기반을 둔다
MIT 신경과학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 40명을 모집해 창문 없는 방에 10시간 가두었다. 참가자들은 스마트폰을 쓸 수 없어 소셜 미디어도 전화도 할 수 없었다. 화장실을 갈 때나 실험을 중단하고 싶을 때만 방 안에 있는 컴퓨터를 통해 연구원과만 연락할 수 있었다.
게다가 연구팀은 참가자가 완벽한 고립감을 느끼도록 애썼다. 화장실에서 참가자끼리 만날 수 없도록 미리 연구진에게 알리도록 했으며 아무도 없을 때만 화장실을 쓰도록 허락했다. 음식도 문 앞에 갖다 주어 조금이라도 타인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렇게 10시간이 지난 뒤 참가자들에게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며 즐겁게 웃는 사진을 보여주면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로 뇌를 촬영했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은 뇌의 신경 활동이 활성화되어 변화하는 혈류랑, 특히 산소를 조직에 전달하고 이산화탄소를 받는 환원헤모글로빈의 농도가 변화하는 것을 자기장으로 관찰하는 기술이다. 다음으로는 같은 참여자를 10시간 동안 금식시킨 뒤 크림치즈파스타와 신선한 딸기 사진을 보여주고 같은 방법으로 뇌를 촬영했다.
그 결과 사람을 만나지 못했을 때 사회적 교류를 담은 사진을 본 뇌와 음식을 먹지 못했을 때 음식 사진을 본 뇌에서 활성화되는 부위는 동일했다. 가장 핵심적은 부위는 흑질(substantia nigra)이라는 영역이었다. 흑질은 중뇌에 있는 부위로 주로 보상과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생성하는 곳이다. 도파민은 의욕, 행복, 기억, 인지, 운동 등을 조절하여 인간 행동에서 아주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행복과 연관되어 있어 도파민이 없다면 일을 해내는 성취감이나 도취감이 없어 아무런 의욕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런 결과는 음식을 탐닉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 욕구이듯이 사람과 함께 있으려 하고 사람을 원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그렇게 타인을 갈망하는 욕구는 뇌 신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깊다. 사회적 욕구는 절대로 가벼운 욕구가 아니다.
외로움과 고립감을 관리하는 것이 인간의 숙제
이 실험은 또한 코로나19 시대에 외로움과 고립감을 관리하는 것이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알려준다. 많은 사람이 과거의 일상을 지속하지 못해 실제로 우울과 불안을 겪고 있다.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실제로 사람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
이 역시 실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고립되어서 아픔을 느낄 때는 고통을 느낄 때와 똑같은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연구팀은 2004년에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른 사람 2명과 공을 패스하는 비디오 게임을 시켰다. 이때 게임을 참가자에게 공을 패스하는 횟수를 점차 줄여가다가 결국에는 공을 주지 않도록 프로그램했다.
육체의 고통은 대뇌의 전방대상피질이라는 곳에서 느낀다. 게임 실험에서 자신의 캐릭터가 패스를 받지 못했던 참가자들은 화가 나고 우울한 감정을 느꼈으며 기능적 자기공명영상 촬영 결과 육체적 고통과 마찬가지로 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됐다. 더욱이 게임에서 소외당하는 정도가 클수록 전방대상피질은 더 강하게 활성화됐다. 고작 공 패스 게임에서 공을 받지 못해도 몸과 마음의 상처를 입는 데, 현실에서는 더 심할 것이다.
‘코로나 블루’라고 하는 우울증은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 없는 데서 오는 명백한 고통이다. 이를 개인적 문제나 성향 탓으로 치부하지 말고 사람 간의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 외로움에 지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 이인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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