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연일 무서운 기세로 확산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확진자가 1천명을 넘어가는 등 완벽한 백신이 나오기 전까진 모든 사람이 고통받는 모습이다.
그런데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것은 우리들만이 아니다.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인 백신 개발에는 생각보다 많은 동물들의 희생이 필요하다.
그 대표적 예가 투구게다. 약 4억5천만 년 넘게 존재하며 ‘살아 있는 화석’이라 불리는 투구게는 특유의 파란색 피로 유명하다. 산소 운반책으로 ‘헤모글로빈’이 아닌 ‘헤모시아닌’을 사용하기 때문. 구리 성분이 있는 헤모시아닌은 산소와 만나면 푸른색이 된다.
그런데 이 파란피에는 특별한 효용이 있다. 일부 세균을 탐지하면 곧바로 응고되며 내독소의 확산을 막는 것. 이러한 성분 덕분에 쉽게 독성 물질을 판단할 수 있어 투구게의 피를 이용한 일명 LAL 검사법은 의학, 제약 분야에서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LAL은 백신의 오염 물질을 검출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때문에 요즘처럼 백신 연구가 한창인 시기에 투구게의 피는 그 무엇보다 필요한 존재. 평소에도 강제 헌혈(?)을 통해 많은 고초를 겪는 투구게에게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한숨만 나오는 사태가 아닐 수 없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른 실험동물의 희생 역시 처참하다. 후보물질이 실제 생물체에 어떤 부작용을 나타내는지, 바이러스가 생체에서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 등을 인간보다 앞서 몸으로 테스트하기 때문이다.
영장류는 인간과 유사하기에 특히 자주 활용된다. 약 2천500만 년 전 공동 조상으로부터 인류와 갈라진 붉은털원숭이가 대표적. 붉은털원숭이는 사람과 유전자 93%를 공유하는데, 혈액형을 결정하는 Rh인자 등을 보유해 연구 가치가 매우 높다. 개체수가 많고 몸집이 작은 것도 실험에 적격이다.
실험동물의 대표격인 쥐 역시 코로나19 연구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 핵심은 사스코로나바이러스 감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에이스투(ACE2) 단백질이다.
쥐가 가진 ACE2 단백질은 사람의 ACE2 단백질과 다르다. 즉 쥐는 본래 코로나19 연구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미. 그러나 과학자들이 2003년 사스(SARS) 유행 사태를 계기로 인간의 ACE2를 지닌 쥐를 개발하면서 쥐 역시 주요 실험대상으로 자리 잡았다.
족제비의 일종인 페럿 역시 주목받고 있는 동물이다. 바이러스감수성이 뛰어나 감염이 쉽고, 인간의 폐와 생리학적으로 유사한 폐를 보유했기 때문. 사람과 같이 재채기, 콧물, 기침 등의 증상을 보여 바이러스 전파에 대한 연구에도 유용하다.
이밖에도 코로나19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햄스터 역시 실험동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질수록 이들 동물들의 고통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동물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을까. 첫 번째는 대체재를 만드는 것이다. 인간 세포를 배양해 만든 유사장기 ‘오가노이드’다. 본래 암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지만, 실제 캐나다 등지에서 코로나19 치료제 연구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방법은 인공지능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기존 데이터를 분석해 독성을 예측하는 기술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
아직 그 효용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는 이도 많지만,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점차 그 정확도가 높아지고 있다.
투구게 피의 경우에도 세균에 투구게 유전자를 삽입, 이를 재조합해 만드는 rFC라는 대체물질이 있다. 다만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기에 완벽한 대안으로 인정받진 못한 상태.
그래도 이런 노력들이 쌓인다면, 언젠가 코로나19도, 안타까운 희생도 없어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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