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세먼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사람들은 이전보다 공기질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공기 정화 식물을 길러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 방법이 최근 주목 받고 있다.
공기 정화 식물은 1989년에 나사(NASA, 미국항공우주국)에 의해 처음 고안되었다. 밀폐된 우주선에서 1년 이상 살아야 하는 우주인들이 건강을 잃지 않으려면 공기 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사 연구팀은 1세제곱 미터(1m3)보다 좁은 밀폐된 공간에 식물을 넣고 발암물질인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을 주입한 뒤, 식물이 이를 얼마만큼 제거하는지 조사하였다. 연구 끝에 나사 연구팀은 식물이 하루 동안 최대 70%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제거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실험에 기반하여 나사는 식물이 공기 정화에 탁월한 효능을 보인다고 결론 내렸으며, 아레카야자, 관음죽 등을 대표적인 공기 정화 식물로 선정하였다. 이 식물의 잎이 미세 물질을 잡아들이고, 많은 양의 수분을 내뿜음으로써 공기를 정화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의 영향으로 인해 현재까지도 공기 정화 식물은 실내 공기를 정화시키는 좋은 방법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공기 정화 식물은 실내 공기 정화에 정말 효과적일까? 최근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식물의 공기 정화 효과는 다소 과장되어 있다.
식물의 공기정화 효과는 재현되지 않았다
드렉셀 대학교 공과대학 건축, 환경공학과의 마이클 워링 교수 연구팀은 밀폐된 공간에서 식물의 공기 정화를 다룬 12편의 다른 논문을 검토 및 재현하였고, 196건의 실험 결과들을 산출, 분석하였다.
그들은 이러한 실험 결과를 공기정화율(Clean Air Delivery Rate, CADR)이란 단위로 나타내었다. 공기정화율이란 1시간 동안 공급된 깨끗한 공기의 부피를 나타낸 값으로, 단위는 m3/h로 나타낸다. 공기정화율이 높을수록 공기 정화가 잘 이뤄짐을 뜻한다.
워링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공기 정화 식물의 경우 공기정화율은 0.023m3/h로 굉장히 미미했다. 이는 4인 가족이 살만한 면적(140m2)에서 창문 두 개를 열었을 때 공기정화율이 화초 680개가 있을 때의 공기 정화율과 같음을 뜻한다.
또한 일반 건물에서 환기 장치의 공기정화율이 1 제곱미터(m2)당 화초 100개가 있을 때 공기정화율과 같음을 뜻한다. 환기를 위해 집에 화초 680개가 있는 상황 혹은 발 디딜 틈 없이 화초로 가득 찬 건물 내부를 상상해보라! 이를 토대로 워링은 공기 정화 식물이 실내 공기를 정화하는데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이 아님을 주장하였다.
나사의 실험환경과 실제 가정 환경은 다르다
그렇다면 나사의 실험 결과가 집이나 사무실의 경우에 적용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나사의 실험실 환경의 경우 1세제곱 미터보다 좁은 밀폐된 공간을 가정하였으며 그 공간에 한 종류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일정하게 주입하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내의 경우 나사의 실험실 환경과 전혀 다르다. 실내는 1세제곱 미터보다 넓으며 밀폐되어있지도 않다. 그뿐만 아니라 실내에는 여러 종류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있으며 이 화합물들이 일정하게 주입되고 있지도 않다.
이는 실내 환경이 나사의 실험 환경과 매우 상이함을 보여준다. 워링은 실내 환경에 나사의 연구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경우 환경공학적 측면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워링은 식물의 정화능력이 과장되었으며 식물을 통한 공기 정화보다는 창문을 여는 것과 같은 자연적인 실내 환기가 실내의 공기 정화의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결론 내린다.
워링은 나사의 연구를 재검토함으로써 두 가지를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첫째로 과학적 발견이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오해되고 잘못 이해될 수 있는지 보여준다는 점이다. 둘째로 과학적 연구에 대한 재검토와 의문이 끊임없이 이뤄져야 함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는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참된 이해에 다가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글: 정원호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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