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설원을 배경으로 어슬렁거리는 북극곰은 눈과 코, 입술, 발바닥을 제외하고는 모두 흰색이라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북극곰의 털은 하얀색이 아니다. 케라틴으로 된 우리의 손톱처럼 빛이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하다. 털이 햇빛에 반사돼 우리 눈에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즉 북극곰의 털은 가늘고 길며 속이 빈 반투명 플라스틱 튜브를 닮았다고 생각하면 된다.
북극곰에 대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은 또 있다. 바로 속살의 색깔이다. 겉보기에 새하얀 북극곰은 피부도 하얄 것 같다. 하지만 털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피부는 사실 검은색이다. 털이 없는 부위인 코나 입술, 발바닥의 일부는 검은색이다. 그러니 ‘피부도 검은색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짐작이 갈지 모르겠다.
필자도 북극곰의 털까지 들춰보고 확인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애꿎은 애완견의 털을 새삼스레 들춰보았다. 개의 경우 코와 입술, 발바닥이 검은색이라고 해서 피부가 검지는 않다. 색깔 논쟁을 떠나서 피부가 검으면 빛을 잘 흡수해 추운 환경에서도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북극곰은 영하 40도의 가혹한 추위와 강한 눈보라를 견뎌내야 하기 때문에 검은 피부 이외에도 체온 유지를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가지고 있다.
우선 피하지방층이 두꺼워 체온 손실이 거의 없다. 피부에는 보온이 잘 되는 촘촘하게 난 짧은 털과 방수가 잘 되는 긴 털이 두 개의 층을 이루고 있다. 털 속의 빈 공간에는 공기가 채워져 있어 단열효과를 높일 수 있다. 이중유리창이 두 겹의 유리 사이에 빈공간이 있어 단열이 잘되는 것과 같다. 북극곰은 발바닥에도 털이 많이 나있다. 털이 많은 발바닥은 훌륭한 눈신발의 역할을 해서, 얼음이나 눈 위에서도 미끄러지지 않고 걸어 다닐 수 있다.
또한 북극곰의 귀와 꼬리는 다른 종류의 곰에 비해 유난히 작다. 돌출된 부분이 작으면 몸 밖으로 방출되는 열을 줄여 체온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추운 곳에 사는 포유동물의 경우 북극곰처럼 몸의 말단부위가 유사 종에 비해 작은 것을 생태학에서는 ‘알렌의 법칙(Allens rule)’이라고 한다. 귀가 유난히 작은 북극여우도 마찬가지다. 반대의 예는 사막에서 찾을 수 있다. 아주 더운 곳에 사는 사막여우는 다른 종류의 여우에 비해 귀가 굉장히 크다. 큰 귀를 통해 체온을 방출시켜 더위를 식힐 수 있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여느 종류의 곰보다 덩치가 크다. 체온이 일정한 항온동물의 경우 덩치가 크면 몸의 체적 대비 표면적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때문에 체온을 빼앗기는 면적이 줄어들어 보온에 유리하다. 항온동물이 추위에 적응하기 위해 덩치가 큰 것은 생태학에서 ‘베르그만의 법칙(Bergmann principle)’이라 한다.
북극곰은 겨우내 겨울잠을 잘까? 이것도 절반은 틀린 얘기다. 북극곰은 겨울에 동면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깊은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중간에 깨어나 활동을 하기도 한다. 북극곰이 좋아하는 먹이는 바다표범 종류인데 순록이나 물고기, 바닷새 등을 잡아먹기도 한다. 북극곰은 숨을 쉬기 위해 바다표범이 얼음 구멍 위로 머리를 내밀 때를 기다려 먹이를 잡는다. 또 얼음 위에서 쉬고 있는 먹이에 살금살금 접근하거나 물속에서 헤엄쳐 먹이를 잡기도 한다. 먹이를 찾지 못하면 죽은 고래의 사체나 사람이 버린 음식물 찌꺼기를 먹기도 한다. 한편 식물이 자라는 북극의 여름 동안에는 육식성 먹이를 찾지 못하면 식물성 먹이를 먹기도 한다.
북극곰의 학명인 우르수스 마리티무스(Ursus maritimus)는 바다의 곰이라는 뜻이다. 북극곰은 북극해를 둘러싼 북극권에서만 사는 육식성 포유류이며, 북극권에 널리 분포하지만 주로 얼음으로 뒤덮인 섬이나 육지 근처 바닷가에 산다. 암컷은 4살 정도가 되면 성적으로 성숙해지며, 수컷은 암컷보다 약 2년 정도 더 자라야 짝짓기를 한다. 암컷은 눈 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 새끼를 낳는데, 공기가 통할 수 있는 작은 구멍만 남기고 굴을 눈으로 덮어버리기 때문에 겉에서 보면 굴이 어디에 있는지 찾기가 쉽지 않다. 북극곰은 짝짓기 할 때와 암컷이 새끼를 기를 때를 제외하고는 일생의 대부분을 고독하게 혼자 보낸다.
최근 북극곰들이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으로 수난을 당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서식지가 점차 준다거나, 뇌에서 환경오염물질이 검출되는 등의 뉴스를 보니 북극도 더 이상 환경오염의 안전지대가 아닌 모양이다. 녹아버린 유빙에 간신히 발을 붙이고 서 있는 북극곰의 모습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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