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석유 없어도 60년을 버틸 수 있는 에너지원 등장 (KISTI)

조조다음 2012. 12. 18. 12:36

 

 

최근 국제사회의 주요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셰일가스가 우리나라에서도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2월 12일에는 캐나다 벤쿠버에서 ‘제1회 한-캐나다 천연가스 포럼’이 개최돼 한국 정부와 캐나다의 셰일가스 개발 협력이 강화될 예정이라는 뉴스가 전해졌다. 그 다음날인 13일에는 서울 양재동에서 ‘셰일가스산업의 파급효과와 미래전망’이라는 주제로 세미나가 열려 셰일가스 개발이 전체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셰일가스 자원의 개발 확대를 두고 ‘에너지 혁명’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다. 그러나 많은 언론에서는 셰일가스가 새로운 에너지원이라는 사실만 강조할 뿐, 셰일가스가 정확히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분명한 정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셰일가스는 값싼 천연가스의 등장이라는 의미에서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일반적인 천연가스와는 다르다. 천연가스는 가스가 생산되는 지층의 특성에 따라 전통 가스와 비전통 가스로 분류되는데, 이를 정확히 이해하려면 석유가 생성되는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석유는 동식물 사체 등이 오랜 퇴적과정을 거치면서 높은 온도와 압력을 받아 생성된다. 이렇듯 유기물이 석유로 변환되는 지층을 근원암이라 하는데, 입자가 조밀해 유체가 잘 흐르지 않는다. 대표적인 근원암이 바로 점토가 굳은 셰일이다. 근원암에서 만들어진 석유는 높은 압력으로 인해 근원암에서 밀려나와 상대적으로 입자가 큰 사암이나 탄산염암으로 구성된 저류암으로 이동한다. 이렇듯 저류암은 큰 입자 사이사이의 빈틈에 원유나 가스를 품고 있다.

근원암을 빠져나온 석유는 근처의 암석을 타고 위로 계속 이동하다 덮개암이라는 매우 작은 입자의 암석으로 차단되면 멈춘다. 전통 가스는 이렇게 덮개암에 막혀서 모인 가스를 말한다. 이 공간에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가스를 얻는 것이 전통 가스 생산과정이다.

반면 비전통 가스는 저류암이 아닌 곳에 존재한다. 상대적으로 입자가 치밀한 암석에 갇혀 있어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에 회수하려면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다. 따라서 생산하려면 우선 전통 가스를 얻을 때처럼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저류층(원유나 가스가 지하에 모여 쌓여 있는 층)에서 직각으로 꺾이는, 즉 저류층과 수평이 되도록 시추관을 설치해야 한다.

대표적인 비전통 가스인 셰일가스는 근원암인 셰일 내부에 존재하는 가스다. 때문에 셰일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ㄴ’자 모양으로 시추관을 굴착하는 기술과 물, 모래, 화학물질 등의 혼합물을 고압으로 투입하는 수압파쇄기술이 필요하다. 시추관에 혼합물을 고압으로 투입하면, 셰일과 수평으로 위치한 시추관으로 혼합물이 빠져나가(수평 시추관에는 구멍이 송송 뚫려있다.) 셰일에 균열을 만든다. 이 균열 사이사이에 모래가 밀려들어가 균열을 유지하게 되고, 이때 압력을 낮추면 갇혀 있던 가스가 새어나와 시추관을 통해 다시 지상으로 분출되는 것이다.


 

[그림]셰일가스가 매장된 지층의 위치. 그림 출처 : 위키미디어


셰일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시추관을 수평으로 설치하는 기술과 수압파쇄기술 외에도 저류층의 생산성 평가를 위한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축적은 단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문에 각국의 에너지 기업은 개발 역사가 가장 긴 미국 내 셰일 광구(셰일을 채굴할 수 있도록 허가된 구역)에 대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이렇게 채굴할 수 있는 셰일가스 매장량은 현재 확인된 전통 가스 매장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는 2011년 세계 천연가스 소비량 기준으로 향후 60년간 쓸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이 중 캐나다 지역의 셰일가스 매장량이 전체 셰일가스 매장량의 약 6%로 가장 높다. 미국은 자체적으로 셰일가스를 생산하면서 2009년에는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천연가스 생산국으로 부상했으며 이로 인해 이전에 계획했던 LNG 수입을 중단했다. 셰일가스 생산량은 2030년까지 꾸준히 증가해 세계 천연가스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1년 기준 세계 산업과 경제 시스템을 이끄는 에너지원은 석유(33%), 석탄(31%), 천연가스(24%)로 천연가스의 비중이 가장 낮다. 하지만 셰일가스의 본격적인 개발로 새로운 에너지 시대가 열릴 수 있다. 현재 천연가스의 한계는 수송용 에너지원으로 석유를 대체할 수 있느냐이다. 2050년까지 기체를 액체로 바꾸는 ‘GTL(Gas to Liquid)’ 기술이 발전한다면 천연가스가 석유를 대체해 주 에너지원의 역할을 담당하게 될지 모른다.

전 세계의 에너지 지각변동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1월, 한국가스공사는 미국과 2017년부터 20년 동안 연간 350만 톤의 셰일가스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는 천연가스 사용량을 처리, 운송하기 위한 가스 도입 및 처리 시설 확충(LNG설비, 가스배관 등), 소규모 가스발전소 시설들의 건설 및 운영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이 대규모로 필요한 시점이다. 에너지 혁명이라는 큰 파도에 맞서 적응할 수 있는 국가적 계획과 지원이 필요한 시기다.

글 : 강주명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