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기상청은 올해 12월부터 기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올겨울이 예년보다 추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런데 그 이유로 지목된 것이 바로 지구가 점점 더워지고 있기 때문이란다. 지구가 더워지는데 왜 더 추워진다는 걸까?
이상한 말처럼 들리겠지만, 올겨울 한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구온난화가로 지목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의 한 부분으로 냉각화(glaciation)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엄밀히 말하면 빙하기에서 벗어나면서 온도가 상승하는 것도 온난화의 범주에 들어간다. 원래는 원인에 관계없이 ‘지구의 평균기온이 올라가는 현상’을 뜻하는 말이었지만 현재는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 사용 증가로 인한 기온의 증가’라는 좁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그만큼 최근의 기온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뜻이다.
분명히 지구는 더워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역적으로 한파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급격한 온난화에 대한 지구의 반작용’이라고 해석한다. 수십억 년의 세월 동안 지구의 평균기온은 끊임없이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일정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추워지면 기온을 높이는 방향으로, 더워지면 낮추는 방향으로 지구는 나름의 노력으로 안정을 유지하려 한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겨울 한반도에 닥친 국지적 한파는 급격하게 상승하는 기온을 진정시키려는 지구의 노력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국지적 한파의 요인으로 북극진동 세기, 북유럽의 기단변화, 적도의 대류현상 등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지난 2년간 한반도에 닥친 한파는 북극진동의 세기 변화에 의한 것으로 여겨진다.
일반적으로 북극은 일조량이 적어 대기가 냉각돼 수축하는 반면 중위도의 대기는 상대적으로 따뜻해 팽창한다. 때문에 중위도의 대기가 극지방의 대기를 밀어내 북극을 중심으로 고리 모양의 편서풍 제트기류가 발달한다. 평상시에는 중위도 대기의 세력이 강해 제트기류가 극지방에 가깝게 형성돼 차가운 공기가 남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에어커튼’ 역할을 한다.
그런데 기온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되지는 않으므로 북극과 중위도 지방의 세력 크기는 주기적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제트기류도 중위도 지역의 세력이 강해지면 북상하고 극지방의 세력이 강해지면 남하하는 식으로 위치가 바뀐다. 이러한 현상을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극진동은 보통 ‘극진동지수’라는 수치로 그 정도를 표시한다. 극진동지수는 중위도 기압이 북극보다 높으면 양의 값으로, 북극 기압이 중위도보다 높으면 음의 값으로 표시한다. 따라서 극진동지수가 양의 값이면 제트기류가 북극에 가깝게 형성되고 팽팽해진다. 이때는 시베리아, 알래스카, 캐나다 등의 지역이 중위도 공기의 세력권에 들어 평소보다 더 따뜻해진다. 반대로 극진동 지수가 음의 값이면 제트기류가 남하해 중위도 지역까지 내려오며 동아시아, 북미 중동부 등에서는 더욱 남쪽으로 쏠려 돌출부를 형성한다. 이렇게 생긴 제트기류의 돌출부에 속한 지역에는 극지방의 찬 공기가 밀려들어 평소보다 훨씬 추워진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북극진동의 지수가 계속 증가했으나 2000년 이후 극진동지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2009년 겨울에는 11월 말부터 무려 3주 동안 100년에 한 번 있을 정도로 매우 강한 음의 극진동 상태를 보였으며 그 결과 매서운 한파가 몰아닥쳤다.
극진동지수가 강한 음의 지수를 기록하고 제트기류 고리가 남하하는 주요 원인은 가을철 시베리아의 폭설이라 추측된다. 스키장에서 살이 타는 현상을 보면 알 수 있듯, 눈은 지표면보다 태양 에너지를 훨씬 잘 반사시킨다. 따라서 눈이 쌓이면 태양열을 반사하여 기온이 낮아진다. 때문에 시베리아에 평년보다 눈이 많이 내리면 공기가 평소보다 더욱 차가워져서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해진다. 시베리아의 공기가 차가워지면 수직 파동 활동이 활발해져 북극 대기 상층은 오히려 따뜻해진다. 결국 따뜻해진 북극의 공기 압력이 중위도보다 높아지므로 음의 북극진동 상태를 만든다. 이 과정은 보통 1~2개월 정도에 걸쳐 일어나기 때문에 가을철 시베리아의 눈의 양을 보면 이듬해 겨울의 한파를 대략 예측해 볼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시베리아 지역의 눈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북극 주변 온난화에 따른 해빙 감소와 연관이 있다고 추정된다. 북극해빙은 9월에 가장 작은 면적을 나타내는데, 최근 북극의 여름철 해빙 면적이 계속 줄어들고 있으며 겨울에조차 그 양이 감소하고 있다.
실제로 2012년 9월 지구의 평균 온도는 1880년 이래 가장 높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때문에 북극 해빙(海氷)이 역대 가장 많이 녹아내렸다고 한다. 북극해빙의 면적이 줄면 북극해의 수분 증발이 심해져서 시베리아의 적설량이 증가할 수 있다. 결국 극지방의 온난화가 시베리아의 강설을 유도하고, 시베리아에 쌓인 눈이 극지방 공기의 세력을 강화시켜 제트기류를 남하시키면, 중위도 지역에 한파가 찾아오는 것이다.
최근의 기상이변을 잘 관찰해보면 지역과 계절에 따른 온도차가 극심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앞서도 말했듯 이는 급속한 온난화가 중요한 요인이며, 최근의 한반도 기후변화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당분간 한반도는 여름은 더욱 더워지고 겨울은 더욱 추워지는 양극성기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겨울의 혹한을 예방하고 기후의 양극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뜻이겠다.
글 : 김성중 극지기후연구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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