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누구나 좋아하는 바닐라향, 끌리는 과학적 이유 있다

조조다음 2022. 6. 15. 06:30

점차 날씨가 더워지면서 절로 생각나는 간식으로 아이스크림이 있다. 그중 가장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맛 중 하나가 바로 바닐라(vanilla)다. 
그런데 바닐라(vanilla)라는 단어는 의외로 게임, 프로그래밍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된다. 순정,  즉 특별한 꾸밈없는 기본 상태를 일컬어 [바닐라]라고 표현한다. 
이는 바닐라가  [가장 흔하고 기본적인 맛, 향]으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실제로 전 세계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향이 바닐라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제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는 최근 영국 옥스퍼드대와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공동 연구팀의 흥미로운 연구를 게재했다. 문화나 지역과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끌리는 냄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기존 [냄새 분자 선호도] 조사에 쓰였던  476가지 냄새 중 10가지를 선택했다. 마늘향을 내는 다이메틸다미설파이드, 버터향을 내는 옥탄산 등이다.
이후 연구진은 미국, 태국, 멕시코 등 전 세계 9개 문화권 235명에게 해당 냄새를 맡게 했다. 평범한 도시인, 열대우림에 사는 수렵채집인 등 다양한 거주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그 결과 바닐라 향의 원료인 바닐린이 가장 좋은 반응을 얻었다. 2위는 복숭아향을 내는 에틸뷰티레이트, 3위는 라벤더향을 내는 리날로올이었다.
반면 오래된 치즈 냄새를 내는 이소발레르산은 최악의 평가를 얻었다. 땀이 나 축축해진 발냄새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톡 쏘는 마늘향을 내는 다이메틸다미설파이드가 그 뒤를 이었다.
중요한 것은, 냄새에 대한 호불호가 지역, 언어, 문화와 상관없이 전반적으로 비슷했다는 점이다. 인류 전체를 아우르는
냄새에 대한 보편성이 어느 정도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진은 냄새, 즉 특정 분자 구조에 대한 호불호가 진화 과정에서 인류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추정했다. 예를 들어, 먹을 것의 독성이나 부패 정도 등을 냄새로 구별하는 과정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지금껏 냄새에 대한 호불호가 문화적 요소로 여겨졌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는 것이다. 실제 연구진 분석에 따르면, 문화가 냄새 호불호에 끼친 영향력은 6%에 불과했다.
반면 냄새를 유발하는 분자 구조는 40%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했다. 연구진은 다음 단계로 특정 냄새를 맡을 때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분석할 예정이다. 
결과적으로 바닐라가 순정, 기본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실제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상 속 흔한 냄새 하나에도 생존을 위한 과학적 이유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흥미로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