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황금의 화가’ 클림트의 관능적 그림, 생명 탄생의 신비 숨어 있었다

조조다음 2022. 2. 16. 06:30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화려한 색채를 잘 활용해 일명 ‘황금의 화가’라 불렸다. 특히 시대를 뛰어 넘는 관능적인 표현은 오늘날까지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클림트의 대표작 ‘키스’는 그의 예술세계를 잘 표현하는 작품이다. 화려한 금박 문양, 뚜렷한 윤곽 없이 하나 된 남녀의 모습이 연인의 감정과 사랑을 강렬하게 전해준다.
그런데 이 작품이 과학적으로 생명 탄생의 신비를 담았다는 논문이 최근 발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유임주 고려대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발표한 논문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작품 ‘키스’에는 실제로 정자, 난자, 수정란 등의 모습이 곳곳에 구현돼 있다. 연구팀은 그림을 면밀히 분석해 해당 부분을 찾았다.
 
먼저, 남성의 옷 부분 검은색 사각형 주변엔 조그마한 점들이 있다. 이를 확대해 잘 살펴보면 정자의 목을 도식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난자도 적절하게 표현돼 있다. 여성의 옷 문양 중 일부가 동그란 난자, 그 주변을 둘러싼 무늬는 정자 모습이다. 수정이 완료돼 생긴 수정막은 오렌지색으로 표현했다.
 
두 인물 가운데 즈음에선 수정란의 세포 분열을 확인할 수 있다. 1개였던 수정란이 2→4→8개로 점차 분열하며 한 명의 인간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수정란 세포 분열이 좀 더 진행되면 작은 세포가 빽빽하게 형성돼 뽕나무 열매와 같은 모습이 된다. 이를 오디배 또는 상실배라고 한다.
 
이러한 그림 속 묘사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원래 클림트는 금세공업자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금박 기법을 그림에 적용하는 등 자신의 실험정신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화가였다.
 
그런 클림트가 머물렀던 오스트리아 빈은 일명 살롱이라 불리는 사교모임이 발달한 곳이었다. 예술가, 과학자는 물론 의사와 같은 전문가들이 만나 교류하는 과정에서 클림트 역시 해부학 실습실을 견학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특히 키스가 그려진 1907년은 현미경 기술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시기였다. 의학자들과 친했던 클림트에게 이는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특히 빈 의대 해부학 교수였던 주커칸들은 클림트에게 생물학자 에른스트 헤켈의 각종 그림 자료를 보여줬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클림트의 그림에는 당대 최신 발생학 지식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된 것이다. 
 
이는 오늘날 말하는 ‘융합’이 예술의 형태로 구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키스’에서 느껴지는 몽환적인 아름다움은
실제 생명 탄생의 신비가 들어있기 때문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