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프로바이오틱스 효과, 얼마나 믿어야 할까? (KISTI)

조조다음 2021. 8. 16. 06:30

인간은 몸속 무수한 미생물과 공존하며 살아간다. 2001년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와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숙주에게 충분한 양을 투여했을 때 건강 이익을 주는 살아 있는 미생물’ 프로바이오틱스는 이제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해 주는 건강 기능 식품의 일원으로 일반 시민에게 종합 비타민만큼이나 친숙한 존재가 되었다.

 

2008년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진행된 국가 연구를 시작으로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동물 대상 마이크로바이옴(미생물총) 연구는 몸속 미생물이 비만 등 만성 질환 치료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중에게 알려진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란 허상에 가깝다는 의견을 전한다. 김미경 국립암센터 암역학예방연구부 박사는 “세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가 건강에 유효하다는 연구 결과는 없다”며 “일부 동물 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지만 실제 사람에게 적용한 모든 임상 연구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말한 바 있다.

 

장을 스쳐 지나가는 프로바이오틱스

 

외부에서 섭취한 프로바이오틱스가 효과를 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이것들이 사람의 몸에 정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간의 소화 기관은 음식물을 분해하기 위해 위산과 같은 다양한 효소를 내뿜으며, 이미 소화 기관에 정착한 수많은 미생물종 사이의 네트워크 역시 공고하다.

 

1930년대 일본 미생물학자 시로타 미노루가 위산에 내성을 가진 균주(Lactobacillus casei, 2008년 L. paracasei로 재분류)로 유산균 음료를 상업화하기는 했으나 복잡한 소화계 기능 속에 미생물을 안전하게 정착시킬 방법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첫 번째로 고려할 점은 프로바이오틱스 제조 업체가 인간의 장에 적합하거나 건강을 개선한다고 알려진 미생물을 발굴해 생산하기보다 이미 대량 증식 방법을 알고 있는 균주를 자신들의 제품에 적용하게 된다는 점이다. 건강기능 식품에 포함된 비피도박테리움 또는 락토바실러스 균주가 산성화된 위장 환경에 생존할 수 있을지라도 이러한 미생물이 장에 정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부 미생물이 장내에서 생존하고 증식하더라도 장내 미생물 생태계 전체 구성을 극적으로 변화시키기에는 그 수가 너무 적다. 인간의 위장에는 약 39조 마리의 미생물이 있으나 건강기능 식품의 일반적인 제공량에는 1억에서 수천억 마리의 미생물이 포함돼 있다. 전문가의 표현에 따르면, 프로바이오틱스는 가득 찬 양동이에 첨가된 물 한 방울에 불과하다.

 

2018년 국제 학술지 《셀》에 실린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의 한 연구는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가장 상세히 기술한 것으로 소개된다. 이들 연구팀은 참가자 1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14명에게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11종을, 5명에게는 위약을 주어 매일 섭취하도록 했다. 참가자들의 변화는 섭취 전‧섭취 중‧섭취 한 달 후 등 세 번에 걸쳐 대변 검사, 위 내시경, 대장 내시경, 미생물총과 인체 숙주 전사체 분석 등을 통해 심도 깊게 관찰됐다. 그 결과 프로바이오틱스 섭취군의 절반은 장내에 미생물이 정착하고 마이크로바이옴과 유전자 발현에 변화가 생겼으나 나머지 절반은 사실상 위약군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상업화된 제품의 균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효과를 보이지 못한다는 증거다.

 

유익균이 도리어 해될 수도

 

그간 누적된 프로바이오틱스 연구는 특정 조건하의 사람에게 미생물이 어떤 효과를 줄 수 있는지를 기술한다. 가령 프로바이오틱스는 항생제 치료로 장내 미생물군이 붕괴된 일반적인 부작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숙아로 태어난 신생아의 장 질환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 개선에 프로바이오틱스가 유용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개선 과정에 프로바이오틱스가 되려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은 여전하며, 어떤 치료 장면에 특정 균주가 효과를 보였다고 해서 이와 비슷한 균주가 동등한 효과를 보인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점 등 후속 연구로 보완되어야 할 점이 많다.

 

무엇보다 시중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균주의 종류나 그 수가 저마다 달라 사람에 따라 도리어 해로 작용할 수 있다. 2006년 스웨덴의 50대 여성은 매일 다량의 유산균 제품을 먹다 패혈증으로 사망했으며 2018년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국내 사망 사례가 전해진 당해 과총 자문 포럼에서 이주훈 경희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교수는 “장기 출혈이 있거나 천공이 생긴 경우, 면역 체계가 약화된 사람이 프로바이오틱스를 과다 섭취하면 패혈증 등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감염성 질환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효과를 점치기 어려운 건강 기능 식품보다 신선한 채소나 곡류를 챙겨 먹는 쪽이 더욱 안전하게 건강을 돌보는 길일지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프로바이오틱스 시장은 매년 7% 성장률을 보일 만큼 그 성장 속도가 빠르다. 국내 시장 규모도 2012년 519억 원 수준에서 2019년 6444억 원 수준까지 10배 이상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열풍이 근거가 충분한 의학 연구에 기반한 것인지, 모호한 효과성에 기대어 프로바이오틱스라는 용어 자체를 상업적으로 활용한 결과인지는 한 번 더 따져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글: 맹미선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