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에 빠진 인명을 구조할 때 가장 핵심적인 사안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다. 재난재해 상황에서 우리 생명은 연약하다. 적절한 시간에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발견하고 재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면 중추신경 기능의 대부분을 회복할 수 있고, 영구적인 장애가 남을 가능성도 낮아진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국가는 각 재난재해 상황에 맞는 골든타임을 도출해 이에 맞추어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과학자들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같은 첨단 기술을 활용해 골든타임을 단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그동안 어떤 성과들이 나왔을까?
빅데이터로 출동 지점을 예측한다
이미 대한민국의 소방청은 빅데이터를 활용해 출동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2019년부터 강원도 소방청은 시범사업으로 AI를 기반으로 한 구급 환자 예측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강원도는 고령 인구가 많을뿐더러 소방관의 1인당 담당 면적도 5.8㎢로 전국에서 가장 넓다. 이 때문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구급 출동의 평균 도착 시각은 10분 31초로 골든타임 5분의 2배에 달한다.
119 구급대원은 신고가 들어오면, 소방서에서 대기하다 출동 준비에 들어간다. 이 때 신고자 위치를 확인하고 구급차에 올라탄 뒤 소방서를 빠져나오기까지 평균 2분 정도가 걸린다. 관건은 이 준비 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 기반 구급 환자 예측 시스템은 AI를 이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다. 지난 10년 동안 구급 출동 실적을 지도에 표시해서 구급 신고가 많이 들어올 장소를 예측해서 미리 나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신고 정보뿐만 아니라 환자 정보와 유동인구, 교통사고, 기상여건까지 엄청난 데이터를 AI로 분석했다.
이 정보를 토대로 순찰을 다니다 신고가 들어오면 곧바로 해당 장소로 출동한다. 강원도 춘천과 강릉, 원주에서는 119구급차가 하루에 3번씩 정기적으로 구급 수요가 많은 지역 일대를 순찰하고 있다. 이렇게 컴퓨터가 스스로 학습해 패턴을 분석하는 딥러닝 방식의 AI를 활용하자 평균 출동거리는 1.7㎞를, 평균 출동시간은 4분을 단축했다. 현재 강원소방은 이 시스템을 더욱 정교화하기 위해 최적의 순찰 경로를 도출해내고, 예측 적중과 미적중 요소를 분석할 예정이다.
화재 감지하고 비명 위치 파악하는 인공지능
화재 감지 시스템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화재 감지는 온도 감지 센서를 설치해 온도가 특정 수치 이상으로 일정 시간 지속되면 화재로 인식해 소화 시스템이 작동하도록 이뤄진다. 그러나 센서에 의존한 화재 감지 시스템은 실내 면적이 넓거나 천장이 높은 장소에서는 감지 시간이 느려진다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센서가 아니라 CCTV로 보이는 이미지를 딥러닝으로 분석해 화재를 조기에 발견하는 기술이 상용화됐다. 이 화재 감지 CCTV 시스템에서는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영상을 받아 분석을 위한 화재 감지 모델을 통해 화재 발생 여부를 판별한다. 그 결과 ‘화재 발생’이 맞다고 판단되면 영상에서 화재 부분이 박스 형태로 표시되는데, 화재가 연속으로 3회 이상 검출되면 최종적으로 화재로 보아 소화기를 작동시킨다.
그럼 어떻게 CCTV 영상으로 화재를 감지할까? 그것은 바로 딥러닝을 활용한 객체 검출(object detection) 기술이다. 객체 검출이란 이미지나 영상에서 사람, 자동차, 건물 등의 특정한 객체를 자동으로 식별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이다. 화재 감지에 쓰이는 객체 검출 딥러닝 알고리즘은 YOLO 알고리즘 분석이다. 이는 우리가 이미지에서 무언가를 찾을 때 한쪽에서부터 쭉 훑으면서 찾지 않고도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듯이 이미지를 한 번만 봐도 객체를 인식할 수 있도록 속도를 개선한 방법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이미지를 일정한 영역으로 나누고 영역마다 ‘어떤 객체가 있을 확률’에 대한 가중치를 부여하고 이를 통합해 최종 객체를 가려내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미지나 영상 하나하나를 분류할 필요가 없다.
요즘에는 사람의 음성을 분석해 그 위치를 알려주는 기술도 등장했다. 최근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 포항공대(포스텍) 공동 연구팀은 소리가 나는 곳의 위치와 크기를 AI로 시각화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쉽게 말해 누군가 “살려주세요”라고 비명을 지른다면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몇 명이나 있는지 빠르게 분석해 결과를 알려주는 기술이다. 연구진은 배경 소음이 있을 때에도 사람의 목소리를 구별해 내기 위해 음원 탐지 기술에 AI를 접목하게 됐다.
이렇게 골든타임을 단축하는 방법은 첨단 기술의 발전과 함께 날로 진보하고 있다. 미래에 우리는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며 발을 굴리지 않아도 아까운 생명을 잃지 않도록 제 시간에 필요한 조치를 모두 끝내는 사회를 만들게 될 것이다. 그때는 골든타임이라는 단어도 사라지지 않을까.
글: 정영호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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