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아이싱(Icing)이라 불리는 얼음찜질은 수많은 운동인들로부터 사랑받아온 회복법이다. 스포츠 중계를 보면 아픈 부위에 커다란 얼음 주머니를 대고 열을 식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아이싱이 통증과 붓기를 가라앉혀 타박상 등 부상회복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이런 아이싱이 오히려
부상회복에 역효과라는 연구결과가 나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는 일본 고베대학교 연구진이 발표한 흥미로운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은 아이싱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먼저 쥐 40마리의 근육을 혹사시킨 후, 20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아이싱을, 다른 그룹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이후 연구진은 2주 동안 근육 조직을 채취해 현미경으로 분석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놀랍게도 아이싱을 한 쥐들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근육재생이 더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의 분석 결과, 중요한 것은 염증(Inflammation)의 유무였다.
염증은 부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반응 중 하나다. 염증세포의 작용을 통해 먼저 손상된 조직을 정리한 후 이를 회복시켜 정상으로 되돌리는 시스템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종종 고통과 붓기가 동반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싱을 통해 이런 부작용을 완충시키는 방법이 널리 유행한 것이다.
문제는 붓기와 고통을 막으면서 염증 반응 또한 막는다는 점. 실제 연구진의 분석 결과, 아이싱을 한 쥐들에게는 염증세포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반면 가만히 놔 둔 생쥐들의 근육 조직에는 정상적으로 염증 반응이 일어났고, 2주 만에 완벽히 회복에 성공했다. 아이싱을 한 쥐들은 같은 기간, 완전 회복에 실패한 모습이었다.
지난 2015년에도 호주 연구팀이 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에서 비슷한 결과를 얻은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아이싱의 효과는 플라시보에 불과한 걸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타박상이 아닌 인대 부상 등 아이싱이 효과적인 부상도 분명 존재한다는 것. 위 연구의 결과 역시, 인간 대상 실험이 아닌 만큼 좀 더 정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중요한 것은 부상 부위나 상태에 따라 효과적인 치료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특히 여기서 명심해야 할 것이 엄밀한 과학적 근거에 따른 검증된 치료법을 고수해야 한다는 사실.
화상 후 급히 얼음찜질하기, 목에 걸린 생선가시를 밥 삼켜 넘기기 등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민간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화상 후 얼음찜질은 오히려 피부 조직을 손상시키고, 밥으로 생선가시 넘기기는 식도 상처를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아이싱 관련 연구가 말해주는 교훈은 일반적인 의학상식이 과학적으로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 기회에 코피 났을 때 고개 뒤로 젖히기, 체했을 때 탄산음료 마시기 등 오히려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민간요법들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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