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은혜라는 건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조조다음 2021. 8. 3. 06:30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랬다. 꽃이 피어나는 것도 달님이 구름을 헤집고 나오는 것도 심지어 참새가 바구니 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랬다. 지켜보는 동안에는 잠자코 있다가 잠시 눈을 돌린 틈에 모든 일이 일어나 버린다.  - 53쪽

 

우리가 그리는 그림은 미세한 붓의 떨림이 만들어내는 우연의 산물이다. 자신의 손임에도 불구하고 감지해내지 못하는 그 떨림에 작은 가시일 망정 영향을 준다. 그것이 우리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이라 할지라도.  - 97쪽

 

세상은 거대한 음모 같은 사건보다 하찮은 개인 사건들이 더 많다. 나라를 건국하는 대업도 알고 보면 그런 하찮은 개인의 일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 155쪽

 

복이 많은 사람들을 가까이에 두면 그 복은 나에게까지 영향을 미치지. 은혜라는 건 서로 주고 받는 것이다. 한쪽으로만 일방적으로 흐르는 법이 없어.  - 208쪽

 

내가 화평회에 자네들을 초대한 것은 그림을 보고 담소를 나누자는 거였네. 한데 자네들은 그림은 아니 가져오고 품계만 가져왔어(선비도 아닌 도화원의 말단 화공이 그린 산수화 감상에 불평하는 선비들을 보고 안평대군)  - 213쪽

 

보호가 과하면 또 다른 감금이 되기도 하지.  - 299쪽

 

과거의 유물들은 당사자의 인격과 업적도 보고 가격을 매기는 게 옳을지도 모르지. 허나 우리는 현재를 살고 있소. 현재가 현재에 가격을 매기는 방법은 그와는 달라져야 하지 않겠소? 여기서는 품계 떼고 각 화단의 현판 떼고 그림에 대한 화평가들의 첨언도 떼고 오로지 그림만으로 판단하고 가격을 매긴다  - 358쪽

 

확신하지 마라. 인간의 눈만큼 불완전한 것은 없다. -> 그건 모르지요. 눈이 머리를 속이는지, 머리가 눈을 속이는 건지는.  - 410쪽

 

눈을 믿어라. 붓을 든 자가 자신의 눈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면 그것은 맹인과 다를 바 없다.  - 410쪽

 

최선을 버리고 차선을 쓰는 것보다(것만큼?) 멍청한 일은 없다.  - 509쪽

 

홍천기, 정은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