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박현규 교수 연구팀이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핵산을 증폭,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유전자 돌연변이 검출에는 중합효소 연쇄반응(PCR) 검사가 활용된다. DNA의 짧은 조각인 ‘프라이머’ 물질을 이용해 유전자를 증폭시킨 뒤 시퀀싱(DNA의 염기서열 순서를 분석하는 기술) 등을 거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원리다.
하지만 검출 특이도가 낮고 절차도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연구팀은 30분 이내에 최대 1억 배의 표적 핵산을 증폭시킬 수 있는 ‘엑스파'(EXPAR) 등온 증폭 반응과 유전자 가위 기술을 결합해 높은 검출 민감도로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유전자 가위는 인간·동식물 세포의 특정 염기서열을 찾아내 해당 부위 DNA를 절단하는 편집 기술이다. 교정해야 할 표적 DNA를 찾아주는 ‘가이드 RNA’와 표적 부위를 실제로 자르는 절단 효소로 나뉜다. 연구팀은 카스나인(Cas9)을 절단 효소로 하는 유전자 가위 ‘크리스퍼-카스나인'(CRISPR-Cas9)을 이용, 유전자 돌연변이의 양 끝단을 절단했다.
크리스퍼 카스나인에 의한 이 같은 변이가 마치 PCR 반응에서 프라이머와 같은 기폭제 역할을 해 엑스파 반응을 일으킨다. 엑스파 반응 생성물에 의해 형광 신호가 발생하도록 설계함으로써 표적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고감도로 검출해낼 수 있다.
검출 민감도는 437aM(아토몰·10의18제곱분의 1몰) 정도로 높고, 측정에 걸리는 시간도 30분 이내로 기존 기술 대비 절반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DNA 내 폐암과 관련된 바이오 마커(질병의 진행 정도를 진단하는 생체 표지 인자)인 ‘HER2’와 ‘EGFR’ 유전자 돌연변이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표적 항암제의 치료 가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 등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박현규 교수는 “전체 유전자 시퀀싱이 필요 없이 유전자 가위에 의해 구동되는 반응을 이용해 변이를 찾아내는 기술로, 기존 기술보다 절차가 간단하면서 비용도 저렴하다”며 “질병 조기 진단과 환자 맞춤형 치료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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