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지구 아닌 행성에서 처음으로 동력 비행체가 날다! (KISTI)

조조다음 2021. 5. 24. 06:30

지난 2월 19일 화성의 지질을 탐사한다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화성탐사로버 퍼시비어런스가 화성에 무사히 착륙했다. 이 과정은 전 세계에 생중계됐고, 전 인류가 환호했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 표면 중 생명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착륙했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지구 밖에서도 생명체가 살 수 있는지 궁금해했다.

 

퍼시비어런스는 이전의 화성탐사로버와는 다른 특징이 있다. 바로 인지뉴이티(ingenuity)라 불리는 비행 드론을 장착했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인지뉴이티는 인류 최초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나는 동력 비행체가 된다. 인지뉴이티는 퍼시비어런스 하부에 부착돼 있어 퍼시비어런스가 인지뉴이티를 떨어뜨리면 비행을 시작한다.

 

화성에서 처음으로 비행한 인지뉴어티

 

지난 4월 19일 마침내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인지뉴이티가 화성에서 처음으로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이로써 인류가 만든 동력비행기가 지구 밖 행성에서 처음으로 날았다. 이는 라이트 형제가 지구에서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날린 지 118년만이라고 한다.

 

인지뉴이티 시험비행을 맡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 제트추진연구소는 퍼시비어런스가 보내온 이미지와 여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인지뉴이티가 이륙-상승비행-착륙에 이르는 비행 전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발표했다. 퍼시비어런스는 64m 떨어져 카메라로 인지뉴이티 비행 장면을 촬영했다. 첫 비행은 선회 비행 없이 30초간의 제자리 비행, 즉 호버링만 했으며 총 비행 시간은 39초였다.

 

인지뉴이티는 높이는 0.5m이며, 회전날개 길이는 1.2m, 무게는 1.8kg에 불과한 초소형 헬기이다. 무게가 가벼워서 비행하기가 쉬울 것 같지만 화성의 대기는 공기가 희박해 공기의 힘으로 물체를 띄우는 힘인 양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매우 어렵다. 화성의 대기 밀도는 지구 대기 밀도의 약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기에 화성에서 안정적으로 날려면 지구에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개를 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충분히 지상에서 떠오를만큼 양력을 만들 수 있다. 이에 인지뉴이티는 상하로 배치된 두 날개가 서로 엇갈린 방향으로 1분에 무려 2537회씩 회전하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초당 40회꼴로 지구의 일반적인 헬리콥터 날개보다 5배 빠른 속도로 도는 것이다. 퍼시비런스가 보내온 사진을 보면 인지뉴이티는 계획대로 지상 3m까지 상승했다가 내려왔다.

 

화성 탐사 임무에 혁신을 가져올 것

 

나사는 앞으로 30일 안에 고도 5m, 왕복 선회비행 300m를 목표로 4차례 더 시험 비행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발표 이후 4월 22일에는 두 번째 비행에도 성공했다. 인지뉴이티는 22일 51.9초 동안 지상 5m 높이까지 날아올랐다. 1차 비행 때의 39초, 3m보다 13초 더 오래, 2m 더 높이 난 것이다. 특히 이번엔 제자리에서 고도만 유지했던 1차 때와 달리 약 2m를 옆으로 수평 이동했다.

 

이날 비행은 화성 시간으로 낮 12시33분에 이뤄졌다. 인지뉴이티는 태양전지로 작동하기 때문에 햇빛이 가장 강한 한낮에 비행한다. 인지뉴이티는 5m 높이에서 잠시 제자리 비행을 한 뒤 5도 가량 동체를 기울여 약 2m를 움직였다. 비행 이미지 데이터는 약 4시간 후에 나사 제트추진연구소에 도착했다.

 

인지뉴이티 비행이 앞으로도 계속 무리 없이 이뤄지면 앞으로 화성에서 드론을 이용한 탐사도 전면적으로 행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지금의 로버가 가지 못하는 높은 지대나 험지를 비롯해 훨씬 더 넓은 지역을 자유롭게 탐사할 수 있다. 현재 화성에서 활동 중인 탐사로버 큐리오시티가 이동한 거리는 지난 9년 동안 25km에 불과하다는 것을 상기하면 인지뉴이티가 화성 탐사에 혁실을 일으킬 것이 분명하다.

 

글: 최붕규 과학칼럼니스트/일러스트: 이명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