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구원(IBS) 분자 분광학·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연구단장 연구팀은 그래핀이 두께에 따라 습윤성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그래핀은 흑연의 한 층에서 떼어낸 2차원 물질이다. 전기·화학적 특성이 우수해 반도체 분야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습윤성(wettability)은 표면이 물에 젖기 쉬운 정도를 나타내는 성질이다. 기판 위에 증착해 사용하는 그래핀은 함께 쓰이는 기판의 종류에 따라 습윤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그래핀이 원자 한 개 두께 정도로 매우 얇아 기판의 습윤성이 그래핀을 그대로 투과하기 때문으로 알려졌지만, 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지금까지 그래핀 습윤성 연구는 주로 거시적 현상을 관찰하는 데 그쳤다. 그래핀 위에 물 한 방울을 떨어뜨리고 그 모양을 통해 습윤성을 파악하는 식이지만, 이 같은 방법으로는 그래핀과 물의 계면(서로 다른 두 개 상의 경계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분자 수준에서 측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이라는 기술을 이용해 그래핀과 물의 계면에 위치한 물 분자의 수소결합 구조를 선택적으로 관측하는 데 성공했다. 무작위로 늘어선 물 분자들은 그래핀과 물 계면에서는 일정한 배향을 하는데 이 분자들의 신호만 선별하여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플루오린화칼슘 기판 위에 그래핀을 한 층씩 증착해가며 합-주파수 생성 분광법을 이용해 계면에서 물 분자의 진동을 관측했다. 그 결과 기판의 습윤성이 그래핀을 투과하는 성질은 그래핀 층이 쌓일수록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층 이상의 그래핀에서는 소수성(疎水性·물을 배척하는 성질) 계면에서만 관측되는 수소 결합을 하지 않는 물 분자들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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