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고 피우면서도 두려워하는 질병은 바로 ‘폐암’이다. 하지만 폐암보다 더 두려워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다.
병명은 생소하지만 COPD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병이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2013년 기준) 전 세계에서 10초에 한 명씩 사망하는 병으로, 세계 사망 원인 4위에 올라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사망원인 7위에 올라 있다.
담배가 타면서 나오는 유해물질이 폐를 구성하고 있는 기관지와 폐포에 반복적으로 염증을 일으켜 생긴다. 환자는 거의 흡연자이다.
잘 알려지지 않은 무서운 질병
하지만 흡연자 중 COPD를 아는 사람은 10명 중 2~3명 정도.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에서 발표한 설문자료에 따르면(2012년) 흡연하는 45세 이상 COPD 잠재 환자군 737명 중 75%가 COPD를 잘 모른다고 답했다. 또 공해에 노출된 택시운전자 287명 중 90%는 COPD가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응답했다.
모르는 사람이 많은 탓에 병원을 찾는 사람도 적어 진단율도 낮다. <만성폐쇄성폐질환의 조기진단과 관리(2011)>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COPD 환자의 약 1/4만 진단을 받았고 이 중 13%만이 치료를 받고 있다.
COPD의 국민건강보험료 지출액은 연간 600억 원에 달한다. 대부분이 급성악화와 입원비용으로 중증 환자들의 치료비다. 그에 반해 검사와 진단 비용은 전체 5~6%로 상대적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이미 한참 병이 진행된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진단을 받지 못한 많은 수는 경도 환자다. 증상 초기에는 비탈길을 걸을 때 숨이 차다가 점점 평지를 걸을 때도 숨이 차기 시작한다. 이를 단순히 운동부족이라고 생각하고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걷는데 숨이 차다면 이미 폐 기능의 50%는 손상됐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COPD는 증상이 심해질수록 기침과 가래가 잦아지고 악화되면 들고 나는 숨소리가 힘겹게 들릴 정도로 심각한 호흡곤란을 겪는다. 발을 내딛는 것조차 어려워 외출은 고사하고 혼자 씻고 밥 먹는 게 힘들 정도로 일생생활이 어려워진다.
이미 망가진 폐는 회복이 어렵다. 또 악화될 경우 산소호흡기에 의지해야 할 만큼 스스로의 호흡으로 생명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치료는 회복보다 악화를 막는 것을 우선순위로 둔다. 전문가들은 COPD 환자의 5년 생존율을 80%지만 한번이라도 악화를 경험한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을 5% 미만이라고 전했다. 그만큼 예방과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금연은 이제 필수다
조기발견을 위해서는 정기적인 폐기능 검사가 필수다. 특히 10년 이상 흡연한 40세 이상이나 택시나 버스 운전사 등 직업적으로 유해 기체에 노출이 많은 직업은 가진 사람은 고위험군으로 기침과 가래가 잦아졌다면 바로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다.
100세 시대가 도래하면서 오래 사는 것보다 ‘어떻게’ 사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COPD 환자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유럽에서 COPD 악화로 입원치료를 받은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물었더니 61%는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상태’라고 표현했다.
죽는 것 보다 더 나쁜 상태, 상상하기 어렵지만 COPD 악화를 경험해 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연이은 기침에 가슴은 멍이 든 것처럼 아프고 인공호흡기 없이는 발을 뗄 수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밥 한 술 뜰 수도 없는 불편함과 서러움을. 전문가들은 비흡연자가 COPD에 걸릴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말한다. 오래는 아니더라도 건강한 중년을, 노년을 맞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하다. 금연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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