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스마트한 생활로 증가하는 손목터널증후군 (KISTI)

조조다음 2020. 1. 13. 06:30



스마트폰과 컴퓨터 없이는 못사는 시대다. 그 덕분에 사람들의 생활은 더 편해졌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으니 바로 손목터널증후군의 증가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끝으로 가는 신경이 손목에서 눌려 저림이나 마비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손목에는 약 3cm 길이의 수근관이라는 통로가 있는데 그 속에는 손가락을 움직이는 인대들과 손가락이나 손바닥의 감각을 담당하는 정중신경이 지나간다.

나이가 들거나 반복적으로 손목을 사용하면 인대가 두꺼워지는데, 이 때문에 수근관이 좁아지면서 정중신경을 압박해 손이 저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프로게이머처럼 키보드와 마우스를 수없이 사용하면 인대가 두꺼워져 손목의 터널에 압박을 가하게 되고, 터널 안에 있는 인대와 신경이 자극을 받아 마비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한 노화현상이 아니다

손이 저리는 증상은 그동안 단순한 노화현상으로만 여겨왔다. 그런데 오랜 세월 가사를 해온 가정주부, 바이올린 연주가나 이발사, 미용사, 운전사, 화가, 조각가 등에게서 흔하게 나타나면서 직업적으로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에게 잘 걸리는 질환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 질환은 보통 30~60세 사이의 남녀 모두에게 발생하지만 남성보다 여성이 5배 이상 많다. 주로 반복적인 가사 노동을 하는 40~60대 주부들이 가장 많다. 특히 명절 연후가 지난 무렵에 손 저림 증상을 호소하는 주부들이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핸드폰과 컴퓨터의 대중화로 남성이나 청소년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키보드를 치는 동작은 자연스레 어깨 근육을 긴장하게 만들고, 그래서 컴퓨터를 오래 사용하다 보면 등과 어깨, 뒷목이 뻐근하고 쑤신다.

근육이 지속적으로 긴장해 수축하면 근육이 손상되고 결국 통증이 일어난다. 또 손목 골절이나 외상 등으로 인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 당뇨병, 갑상선질환, 뇌하수체종양, 류마티스 관절염 등도 원인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 뚜렷한 원인을 찾기 힘들다.

206개인 사람의 뼈 중 한쪽 손에만 열네 개의 손가락뼈와 다섯 개의 손바닥뼈, 그리고 여덟 개의 손목뼈가 있는 등 전체 뼈의 25%가 양쪽 손에 몰려 있고, 뼈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수많은 힘줄과 인대들이 존재한다. 만약 이 힘줄과 인대를 지나치게 사용하면 염증이 생기고 붓게 되면 다양한 손목 질환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이다.

처음에는 손가락 끝만 저리지만 점차 진행되면서 손바닥, 팔까지 저려온다. 다만 새끼손가락은 저리지 않다. 그 이유는 새끼손가락에 정중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주로 엄지, 둘째, 셋째 손가락이 저리거나 엄지손가락과 다른 손가락이 잘 맞닿지 않으면 이 병을 의심해 봐야 한다. 특히 잠잘 때 손이 저리고 통증이 심해 깨어나 손을 주무르거나 털어주면 통증이 가라앉는 증상을 반복해 경험한다면 손목터널증후군으로 생각해야 한다.
 
손목을 보호하는 습관이 중요

손목터널증후군을 예방하려면 평소 손목을 보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바른 자세가 가장 중요하다. 손목터널증후군은 손목 터널이 압박을 받아서 나타나는 증상이므로 손목이 구부려진 상태로 장시간 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손목을 뒤로 젖히지도 말고 똑바로 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특히 컴퓨터 작업을 할 경우 올바른 키보드 사용이 중요하다. 손목과 키보드의 높이를 비슷하게 맞춰 손목에 각이 생기지 않도록 하고 마우스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한다. 또 손목을 자주 쉬게 하고 손가락 등을 움직이며 마사지를 자주 해주는 것이 좋다.

손이 저리는 증상은 일시적이고 경미하게 시작하므로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경우가 드물다. 하지만 그렇게 손 저림 증상을 방치하면 신경막 조직이 변성되어 손가락의 감각이 무뎌지기 쉽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경우 손목 보호대를 약 1-2주 정도 고정시켜 착용하거나 소염제 등을 복용해도 도움이 된다.

스트레칭과 물리치료로도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손의 근육이 마르게 될 정도로 마비가 진행되면 수술 후에도 완전 회복이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되도록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글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