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은 지진과 토네이도, 화산 폭발까지 잇따른 자연재해에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월 18일 일본 가고시마현에 위치한 활화산 사쿠라지마에서 대규모 화산 폭발이 일어난 데 이어, 9월 7일에는 과학전문지 네이처 지오사이언스에 일본 동쪽 해저에서 슈퍼화산이 발견됐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다행히 이 슈퍼화산은 활화산일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접국 일본의 화산 폭발 소식으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불안감은 한층 높아졌다. 몇 년 전부터 구체적으로 흘러나오는 백두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게다가 천지에 쌓여 있는 만년설의 양이 지난 10여 년간 급격히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를 두고 연구자들은 백두산 아래 150km에 걸쳐 분포하는 마그마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증거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백두산이 폭발한다면 언제쯤일지, 또 어느 정도의 규모일지 예측하기 위해 우리나라 과학자들은 중국과 첫 공동 연구에 나섰다. 한․중 양국이 본격적으로 공동 연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렇듯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주시하고 있는 백두산은 천지 아래 2~3km 지점부터 용암이 끓고 있는 활화산이다. 지금까지 백두산 화산 활동 연구는 대부분 지진파 측정이나 화산재 관찰 등 지표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폭발 시기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에 공동 연구팀은 지하로 접근하는 연구방법을 생각해 냈다. 백두산 지하 깊숙이 커다란 구멍을 뚫어 마그마에서 나오는 각종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폭발 시기와 규모를 예측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는 2016년까지 중국과학원(CAS)과 현장 조사를 벌여 최적의 시추 위치를 설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획대로라면 2020년부터는 마그마를 직접 시추해 분석할 예정이다. 마그마의 양은 얼마나 되는지, 가스의 압력은 어느 정도인지 종합적으로 모니터링 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하 관측은 지상의 관측보다 까다로운 작업이다. 땅 속의 엄청난 열과 압력, 습기 등의 극한 상황을 견딜 수 있는 첨단 기술과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적 시추 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영리단체인 ‘국제 대륙지각 시추 프로그램(ICDP)’에 인력과 기술 지원도 요청할 예정이다. 과학 시추 제안서를 제출해 검증을 받고 공동 연구팀은 한국 과학자 30여 명, 중국 과학자 수십여 명으로 꾸려질 예정이다.
백두산 화산 활동 예측을 위해 북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13일 북한이 백두산 화산 움직임 관측을 위해 4명의 국제연구팀을 구성해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 중이라는 뉴스가 보도됐다. 미국과 영국 과학자 3명, 독일 비영리단체 관계자 1명으로 구성된 국제연구팀은 8월에 북한을 방문해 화산 폭발 탐지용 광대역 지진계 6대를 설치했다. 이를 이용해 화산 폭발의 전조가 되는 땅속 움직임을 관측하게 된다.
또 미국과학진흥협회(AAAS)는 내년에 두 차례 이상 북한을 방문해 화산 활동 조사와 산림복원 학술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은 이미 2011년 북한 측이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화산 학자에게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 연구는 2000년대 나온 백두산 화산 재분화설과 관계가 깊다. 2002년 6월 중국 지린(吉林)성 왕청현(汪淸縣)에서 규모 7.3의 지진으로 백두산 일대의 지진 빈도가 10배로 증가하면서 주민들이 불안에 시달렸다. 2010년 2월에도 백두산 인근에서 규모 6.9의 강진이 발생해 지하 마그마를 자극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제임스 해몬드 교수는 “10여 년 전과는 달리 2000년대 중반부터는 백두산 화산 마그마의 활동 조짐이 보이지 않았다”며 “현재 백두산 화산의 재분화 시기를 예측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중국과 국내 일부 학자는 2015년경 백두산 화산이 다시 폭발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물론 앞으로 10년간 백두산이 폭발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발표도 나오는 등 폭발 시기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분분하다. 구체적인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예보의 역할은 막대하다. 우리나라와 북한이 함께는 아니지만 각자 여러 나라와 힘을 합쳐 공동연구팀을 꾸리고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했다는 점은 분명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글 : 심우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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