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日 원전 오염수, 문제 되는 까닭 (KISTI)

조조다음 2013. 8. 28. 05:50

 

 

“도쿄에서 220km 떨어진 원전에서 누출되고 있는 방사능 오염수의 규모는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일주일 만에 채울 만한 수준이다. 이 물은 태평양으로 흘러들고 있지만, 그 위험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즉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 2013년 8월 7일, 로이터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그로부터 2년 6개월 후, 아직 그날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 최근 들어 각종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일본 방사능 괴담이 확산되며 사람들의 불안감이 급증하고 있다. 단지 ‘괴담’일 뿐일까. 일본 정부가 밝힌 공식 입장을 비롯해 각종 해외 언론에서 매일 업데이트되는 소식들을 보면 그 위험성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013년 7월 22일, 후쿠시마 원전의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 1원전 내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을 인정했다. 고준위 방사능 오염수(highly radioactive water)가 하루에 약 300톤씩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8월 19일에는 제1원전 냉각수 저장 탱크에서 초고농도 방사성 물질 오염수가 300톤가량 외부로 새 나갔다고 밝혔다. 게다가 이 오염수가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인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사흘 뒤, 다른 저장탱크 두 곳에서 또 다른 유출이 확인될 만큼 그간 도쿄전력과 일본의 대처는 안일했다.

도쿄전력이 추산한 바에 따르면 유출된 원전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은 스트론튬-90이 10조 베크렐(Bq, 1Bq=방사성 핵종이 1초 동안 한 개 붕괴하는 방사능), 세슘-137이 20조 Bq에 달한다(2013년 8월 22일 기준). 기존 도쿄전력이 원전을 정상 가동하던 때의 관리기준인 연간 2,200억 Bq보다 100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게다가 도쿄전력이 추산한 것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결국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이번 사고의 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상향조정했다. 3등급은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것으로, 7등급(심각한 사고)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인접국가인 우리나라가 느끼는 불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것 중 하나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수산물의 안전성이다. 2년 넘게 원전 오염수에 노출된 수생생물들이 버젓이 수입돼 우리 식탁에 올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원전 사고로 인한 직접적인 외부피폭의 영향은 거의 없더라도 내부피폭의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자주 비교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의 경험을 비춰 보면, 우크라이나 정부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방사성 물질 피폭 중 음식물을 통한 피폭이 80~90%라 발표한 바 있다.

이미 몇 달 전, 과학저널 ‘네이처’(2013년 4월 29일자)에는 동일본 내륙의 민물고기까지 세슘에 오염됐다는 연구결과가 실렸다. 일본 시가대학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반경 100km 내 은어의 활성 세슘 오염 정도가 1kg당 200Bq, 반경 100~200km 내에서는 1kg당 60~200Bq, 반경 200~300km(도쿄 포함) 내에서는 1kg당 20~60Bq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일본의 세슘 기준치는 60~90Bq로, 사실상 동일본 지역 민물고기 대다수가 오염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진은 판단했다.

결국 먹거리에 대한 안전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8월 9일 일본 농산물 13개현 26개 품목, 수산물 8개현 50개 품목의 수입을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세청에 따르면 이미 2012년 일본에서 수입된 명태가 5,446톤이다.

게다가 일본산 수산물의 검역 과정에 허점이 있다. 들어오는 모든 식품을 조사하는 ‘전수조사’가 아니라 일부만 채취해 검사하는 ‘샘플조사’를 한다는 점이다. 수입 수산물 검역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현재 일본산 수산물과 식품의 방사능 검사결과의 적합여부만 밝힐 뿐 검출된 방사능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일본은 원전 사고 이후 음식물, 음용수 등의 방사능 기준치를 세계 기준보다 높여 놓았다. 이 기준은 결국 의학적 안전 기준이 아니라 정부가 정하는 관리 기준이라는 뜻이다.

그간 우리나라는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괜찮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세슘이나 스트론튬 등의 방사성 물질은 기준치 이내로 검출돼도 인체에 축적되면 각종 질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수치상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슘-137과 스트론튬-90은 내부피폭 시 가장 문제가 되는 방사성 물질이다. 이미 유출된 양도 많은데다, 생체 내에 고정되기 쉬운 물질이기 때문이다. 세슘은 알칼리금속 원소로 포타슘(칼륨)과 비슷한 생물학적 성질을 갖는다. 때문에 체내에 세슘이 들어가면 우리 몸은 세슘을 필수 원소인 포타슘으로 인식하게 된다. 포타슘은 우리 몸의 물질대사에 꼭 필요한 무기질이다. 이를 세슘이 대체할 경우, 우리 몸에는 이상이 생기게 된다.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지만, 생물학적 반감기(체내로 들어온 방사성 물질 절반이 대사과정에 의해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걸리는 시간)는 70일이다. 얼핏 반감기의 기간이 짧아서 영향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물학적 반감기는 어디까지나 체내 원소들의 절반이 빠져나가는 데 걸리는 시간일 뿐, 140일이 지난다고 몸 밖으로 전부 배출된다는 개념은 아니다. 세슘이 계속 체내로 섭취된다면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세슘은 차곡차곡 축적된다.

세슘은 주로 근육에 농축되며 체내에 많이 축적되면 불임이나 골수암, 갑상선암, 유방암 등의 위험이 있다. 임산부의 경우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세슘을 섭취했을 경우 자궁, 특히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될 수 있고 모유에서도 검출될 수 있다.

스트론튬-90은 알칼리토금속 원소로 체내에서 마그네슘을 대체하기 쉽다. 마그네슘은 탄수화물 대사에 관여하며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등 우리 몸의 생리 작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트론튬은 주로 뼈에 축적되며 뼈암, 불임 등을 유발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인간이 인공․자연방사선에 노출되는 양은 연간 3.73밀리시버트(mSv, 생물학적으로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방사선의 양. 1Sv=매 kg 당 1J의 방사선량)이다. 이중 먹거리를 통해 섭취하는 양은 11.4%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인간은 자연방사능에 항상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적은 양에 지레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2012년 11월 ‘생물학 리뷰(Biological Reviews)’발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극히 미미한 양의 자연방사능이라도 인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생물학과 티모시 무쏘 교수와 프랑스 파리남부대 생태시스템진화연구소의 안더스 묄러 연구진은 지난 40년 동안 각국에서 조사된 방사능 피폭 연구결과 46건을 수집해 통계학 모델로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아주 적은 양의 자연방사능이라도 전혀 쬐지 않은 것보다는 인체와 동식물 등 유기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아냈다.

게다가 내부피폭은 외부피폭에 비해 변수가 많다. 같은 양의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어린이가 더욱 위험하다는 점 등 개개인별 피폭에 대한 적응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기준치 미만이라고 안일하게 대처하면 안 될 것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우리나라도 대책 마련에 서둘고 있다. 외교부는 국민들의 불안감이 심해지자 뒤늦게 오염수 유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이제라도 국민들의 안전한 먹거리 제공을 위해 신속하고 투명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