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높아지는 여름철에는 해충으로 인한 산림피해가 늘어난다. 특히 가로수, 공원, 아파트 단지 등 생활권에도 다양한 산림해충들이 발생해 나무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생활권 산림해충은 제때 방제를 하지 않으면 나무에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혐오감, 알레르기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독성이 강한 농약을 쓸 수는 없다. 해충을 없애려다 산림의 생태계는 물론 인간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농약 처리 시기가 부적절하거나 굳이 농약방제를 하지 않아도 되는 밀도에도 방제를 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오늘날 가로수나 아파트, 공원 등 생활권 활엽수 수목에 큰 피해를 주고 있는 대표적인 해충은 미국흰불나방이다. 미국흰불나방의 원산지는 북미지역인데 1948년경 일본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에 침입해 1958년경 한국(서울), 1979년경 중국의 순으로 개체수를 늘려왔다.
회양목명나방도 생활권 주요 수목해충으로 꼽힌다. 회양목명나방은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에 주로 분포한다. 최근에는 유럽에도 발생해 정원수로 식재된 회양목에 큰 피해를 주고 있다.
가로수나 정원수로 인기 있는 회양목은 전 세계에 약 30종, 우리나라에는 1종 3변종이 있는 상록 관목이다. 회양목류를 가해하는 해충으로는 더듬이긴노린재, 회양목가루이, 회양목혹파리, 매실애기잎말이나방, 회양목명나방 등이 보고돼 있으며, 이들 중 회양목에 가장 큰 피해를 주는 것이 회양목명나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생활권 주요 수목해충인 미국흰불나방과 회양목명나방을 대상으로 페로몬 방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페로몬 방제법이란 말 그대로 해충의 페로몬을 이용하는 것이다. 페로몬, 특히 나방들이 내는 페로몬에는 성페로몬이 있다. 성페로몬은 주로 암컷이 내는 화학물질로, 수컷을 유인해 교미를 하기 위해 발산한다. 수컷은 아주 소량의 암컷 페로몬에도 반응을 하게 된다.
이러한 페로몬의 유인력을 방제에 이용하는 것이 페로몬 트랩이다. 페로몬 트랩을 이용하면 수컷 성충을 대량으로 포획하거나 정확한 해충 발생 시기를 알 수 있어 방제 적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한 교미교란제로 개발해 방제에 활용할 수 있다.
페로몬 분석을 위해서는 우선 페로몬을 얻어야 한다. 대상으로 하는 암컷 성충의 페로몬 샘에서 유기용매로 페로몬을 추출하고 여러 가지 분석기기를 이용해 분석한다. 이렇게 분석된 페로몬 후보 물질(2~3종 화합물)은 여러 가지 조성비로 제작돼 야외에서 유인력 검정을 시험하게 된다. 야외 실험에서 가장 유인력이 뛰어난 페로몬 조성비는 산림해충 방제, 혹은 발생 시기 모니터링에 활용된다.
2012년도에 미국흰불나방 페로몬으로 유인활성 실험을 진행한 결과, 트랩당 29.3마리가 포획됐으며 회양목명나방의 경우 페로몬트랩에 평균 9마리가 유인됐다. 당시 페로몬을 설치하지 않은 트랩에는 한 마리도 채집되지 않아 페로몬의 유인효과가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013년도에는 서울숲에서 두 해충에 대해 페로몬을 이용한 시범방제를 5월말부터 수행하고 있으며, 9월까지 효과조사를 한 후 시범방제 효과를 분석할 계획이다.
페로몬을 이용한 방제의 가장 큰 장점은 방제하고자 하는 해충만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페로몬은 종 특이적이어서 산림해충의 종류에 따라 반응하는 페로몬이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가 방제하고자 하는 해충이 반응하는 특정 페로몬을 이용하면 다른 곤충이나 동물이 피해를 입을 걱정이 없다. 또한 자연계에 이미 존재했던 물질이면서 아주 소량으로도 작용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거의 없다.
물론 페로몬 방제법에도 단점은 있다. 기존 유기합성농약에 비해 방제 효과가 떨어지고 유충시기에는 방제에 활용 할 수 없다는 점이 그것이다. 하지만 페로몬을 활용하게 되면 직접 방제에도 활용하면서 해충의 정확한 발생시기와 밀도를 예측할 수 있어 추후 농약의 사용 횟수를 줄일 수 있다.
앞으로 친환경 방제에 대한 요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다. 특히 생활권 수목해충에 대한 친환경 방제법 개발은 시급한 실정이다. 페로몬 트랩을 이용해 방제는 물론 유기합성농약의 적절한 사용을 유도하면 산림을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글 : 박일권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병해충연구과 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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