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2월 ‘채식의 배신’이란 책이 출간되며 채식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책의 저자인 리어키스는 20년간 채식을 했는데 오히려 건강이 좋지 않았다고 밝히며 자신의 사례를 들어 채식의 단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정제 곡물이나 설탕 등을 근거로 채식이 영양학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비판한다. 채식을 반대하고 비난하던 사람들은 이 책을 근거 삼아 채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채식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에는 온전히 동의하기 어렵다. 저자의 경우는 잘못된 채식을 해서 고생을 많이 하고 몸이 상한 것으로 보인다. 무조건 채식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잘못된 채식을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설탕, 정제 곡물 등 가공한 식물성 식품은 건강한 식품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점은 가공한 식물성 식품을 먹느냐는 것이다. 가공해도 식물성이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인식에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인지 책에서 가공식품산업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채식의 배신’이 아니라 ‘가공식품의 배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때문에 곡식에 도정을 한다거나, 곡식을 가루로 만든다거나, 곡식을 액체로 만들거나 발효하는 것, 이런 모든 것이 잘못된 채식의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곡식뿐 아니라 채소나 과일도 이와 같은 가공과정을 거치는 것은 좋지 않다.
채식을 하는 사람들은 ‘채식의 배신’이라는 책 때문에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이번 기회에 저자가 주장하는 여러 가지 것들 중 논란의 여지가 있는 몇 가지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반론 1]반추위가 없어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안 된다?
채식의 배신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초식동물에게는 ‘반추위’라는 특별한 위가 있다. 사람에게는 반추위가 없기 때문에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섬유소를 온전히 소화시키지 못한다. 그러므로 동물성 식품을 먹어야 된다….’
하지만 사람은 곡식을 먹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미에는 100g당 1.3g 정도의 섬유질이 들어있고 녹말이 77% 정도나 들어있다. 그러니까 아주 소량에 속하는 섬유질이 들어 있으므로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녹말조차 먹으면 안 된다고 하는 것은 논리의 지나친 비약이다.
또한 섬유질이 들어있지 않은 음식만 먹게 되면 우리 몸에는 대변의 찌꺼기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 섬유질은 체내로 흡수되지는 않지만 대변에 남아서 큰 역할을 한다. 대변에서 물을 붙잡고 있어 변비를 예방해 주고 해로운 물질들을 희석해 주는 것이 그것이다. 게다가 콜레스테롤을 붙잡아서 밖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동맥경화증을 예방해 주는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한다.
[반론 2] 감기가 잘 낫지 않는 이유가 채식 때문?
채식의 배신 저자 리어 키스는 채식하고 난 이후에 감기를 자주 앓게 되고 감기가 잘 낫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채식을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보인다.
감기는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이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려면 항산화 성분이 충분히 들어있는 음식을 먹어야 한다.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에는 항산화 성분이 많이 들어 있다. 항산화 성분은 몇 가지 비타민과 식물에 들어있는 색, 향, 맛을 내게 하는 독특한 성분을 말한다. 이런 성분들은 가공을 하면 많이 줄어든다. 열을 가해 요리를 해도 많이 파괴된다. 때문에 가능한 적게 요리한 자연 상태의 식물성 식품을 먹으면 감기를 비롯한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서도 매우 강한 저항력을 키울 수 있다. 또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었다 하더라도 잠이 부족하면 감기에 쉽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반론 3] 채식으로 생리가 끊어졌다?
저자는 채식을 하고 3개월 후에 생리가 끊어져서 힘들었다는 고백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채식을 잘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극도의 저칼로리 다이어트나 단식처럼 우리가 섭취하는 칼로리가 급격히 낮아지면 생리는 끊긴다. 올바른 채식을 할 경우 대부분 생리주기는 정상적으로 돌아온다. 일례로 중학교 3학년생 여학생이 6개월 정도 생리가 멈춰 내원한 적이 있다. 이 학생은 현미 채식을 한지 7일 만에 다시 생리가 시작됐다.
채식의 배신에 나온 내용 중 몇 가지에 대해 반론을 제시했지만, 결국 이 책은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어 의미가 있다. 우리의 먹거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채식주의자 중에도 닭이나 해산물 등은 섭취하는 약한 수준부터 달걀이나 우유 등 동물에게서 나온 모든 식품을 먹지 않는 엄격한 수준까지 부류를 나눌 수 있다.
· 세미(semi) : 채식을 하면서 닭과 같은 조류/가금류를 먹는 단계
· 페스코(Pesco) : 채식을 하면서 어패류까지는 먹는 단계
· 락토오보(LactoOvo) : 달걀, 우유같은 유제품과 꿀처럼 동물에게서 나오는 식품까지는 먹는 단계
· 락토(Lacto) : 달걀을 제외한 유제품까지는 먹는 단계
· 비건(Vegan) : 동물에게서 나온, 혹은 동물 실험을 거친 식품을 모두 거부하는 단계
글 : 황성수 의학박사(황성수클리닉 원장)
'KISTI와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새끼 새도 배고프면 ‘연기’ 한다 (KISTI) (0) | 2013.05.05 |
---|---|
지하철․엘리베이터, 휴대전화 전자파 급증 (KISTI) (0) | 2013.05.03 |
부끄러울 때 얼굴이 빨개지는 이유 (KISTI) (0) | 2013.05.01 |
생체에 삽입하는 전자신분증, ‘베리칩’이란? (KISTI) (0) | 2013.04.30 |
대기오염, 동맥경화 가속화시킨다 (KISTI) (0) | 2013.04.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