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역산의 마술이 당신을 구한다
'멀리 그리고 정확하게(Far and Sure)'는 골퍼들의 영원한 꿈이다. 스코틀랜드의 해안가 벌판에서 골프라는 놀이가 탄생한 이후 골프채를 잡은 모든 사람들이 이 꿈을 좇아 헤매고 있다. 그러나 이 두 가지를 함께 갖추기란 불가능하다. 거리가 나면 방향성이 떨어지고, 방향성이 좋으면 거리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골퍼들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쪽으로 어느 한 쪽을 선택하곤 한다. 장타를 즐기는 사람은 몇 개의 OB를 감수할 준비가 돼 있다. 장타는 못 치지만 정확성이 뛰어난 사람은 정교함으로 거리 핸디캡을 커버할 수 있도록 연습한다.
그런데 냉정하게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 나머지 한쪽을 포기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골퍼들에게 가장 고치기 힘든 고질병의 하나가 자신의 특장을 살리는 쪽의 공략법을 제쳐놓고 '일단 멀리 보내놓고 보자'고 덤비는 것이다.
코스가 어떻게 설계되었든 간에 티 박스에 올라서면 드라이버를 뽑아들고 멀리 보낼 작정부터 하는 게 보통이다. 스코어 개선을 방해하는 최대의 장애물이 바로 '일단 멀리 보내놓고 보자'는 습관이다.
그러나 이 습관을 고치면 놀랄 정도로 당장 스코어 개선효과가 나타난다.
자신의 특장을 100% 발휘할 수 있는 공략법이란 티 박스에서부터가 아니라 그린에서부터 거꾸로 거리를 환산해가며 플레이하는 것이다. 스코어 개선에 놀라운 마력을 발휘한다.
가령 480야드 파5 홀이 있다고 치자. 통상 드라이버 거리가 230야드 정도 나가고, 100야드 정도의 피칭 샷에 자신이 있다면 먼저 그린에서 100야드를 빼보자. 380야드가 남는데 드라이버 샷이 정상으로 맞았다면 150야드가 남는다. 그러면 230야드, 150야드, 100야드로 분리해 공략하면 된다. 굳이 페어웨이우드로 두 번째 샷을 날려 미스 샷을 내거나 어중간한 거리를 남겨 둘 필요가 없다. 드라이브샷도 길게, 두 번째 샷도 길게 쳐서 40~80야드 정도를 남겼다고 버디나 파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주말골퍼들이 가장 자주 범하는 실수가 그린 가까이에서의 어프로치샷이다. 100야드 안쪽의 거리는 피칭웨지나 어프로치웨지 샌드웨지로 컨트롤 샷을 해야 하는데 평소 연습기회가 적은 것이 이런 종류의 샷이다.
풀 스윙 위주로 연습하기 때문에 컨트롤 샷에 익숙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의 실수는 자연발생적이라 봐야 옳다.
그러나 자신이 안심하고 일정한 거리를 날릴 수 있는 클럽이 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가장 자신 있는 어프로치샷의 거리를 그린에서부터 빼는 식의 역산을 하면 코스는 그렇게 함정만 도사린 곳이 아니다.
다른 샷은 시원치 않은데 8번 아이언으로 130야드 정도 날리는 데는 아무 부담이 없다면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480야드 파5 홀이라면 일단 자신 있는 어프로치거리 130야드를 빼면 350야드가 남는다. 어떤 클럽으로 치든 두 번 만에 350야드만 날리면 아무 문제가 없다. OB 걱정을 하면서 굳이 드라이버나 페어웨이우드를 잡지 않아도 된다. 부담 없이 코스를 공략하기에 부드러운 샷이 가능하고 자신 있는 거리의 어프로치샷은 좋은 스코어를 보장해준다.
모든 클럽을 골고루 잘 다룬다면 금상첨화이겠지만 프로선수도 그런 예는 거의 없다. 프로선수들도 자주 드라이버 대신 우드나 아이언을 잡는 것은 위험과 실수를 줄이면서 코스를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함이다.
주말 골퍼도 발상 전환만 하면 한두 가지 주력무기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는 게 골프라는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방민준 : 골프칼럼니스트
출처 : 골프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