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운동으로 학습능력 향상시키는 방법! (KISTI)

조조다음 2012. 9. 11. 07:59

 

 

“갑자기 성적이 급상승하게 된 비결이 뭡니까?”
“매일 아침마다 달리기를 했어요.”

동문서답 같은 이 대화가 과학적으로는 근거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운동은 건강을 유지하거나 소위 ‘몸짱’이 되려는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행위다. 운동을 꾸준히 하면 심폐기능이 향상되고 골격근이 발달되며 혈액순환이 촉진되는 등 우리 몸을 튼튼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신체적인 발달 외에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2000년 10월 듀크 대학의 과학자들이 뉴욕타임즈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동이 항우울제인 졸로프트보다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이렇듯 꾸준한 운동이 우리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두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미국 하버드대 의대 정신과 교수인 존 레이티 교수는 “운동의 진정한 목적은 뇌의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다. 운동이 생물학적 변화를 촉발해서 뇌세포들을 서로 연결시킨다.”라고 말한 바 있다. 레이티 교수는 신체와 정신이 하나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운동과 뇌의 관계를 실제 사례를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한 뇌 연구의 권위자다.

레이티 교수가 분석한 연구결과 중 운동을 통해 학업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사례가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의 네이퍼빌 센트럴고등학교는 0교시에 전교생이 1.6km를 달리기를 하는 체육수업을 배치했다. 달리는 속도는 자기 심박수의 80~90%가 될 정도의 빠르기, 즉 자기 체력 내에서 최대한 열심히 뛰도록 했다. 이후 1, 2교시에는 가장 어렵고 머리를 많이 써야하는 과목을 배치했다. 이렇게 한 학기동안 0교시 수업을 받은 학생들은 학기 초에 비해 학기 말의 읽기와 문장 이해력이 17% 증가했고, 0교시 수업에 참가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2배가량 높았다. 또한 수학, 과학 성적이 전국 하위권이었던 이 학교는 전 세계 과학평가에서 1위, 수학에서 6위를 차지했다.

기타 다른 대학의 입학 성적이나 학력평가 성적에서도 같은 수준의 ‘학교 운영비’를 쓰는 다른 학교들 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냈다. 이제까지 많은 연구의 공통된 결과에 따르면 가계의 수입, 혹은 학교 운영비가 높을수록 학생의 성적이 비례해서 높아진다. 하지만 네이퍼빌의 학교 운영비는 고급 사립학교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즉 학교 운영비가 상대적으로 높지 않음에도 운동을 통해 성적을 향상시킨 것이다.

또 다른 실험 결과에 의하면 학력은 들이는 돈에 비례하며, 소득수준에도 비례한다. 그런데 저소득층 학생 중 운동량이 많은 학생과 운동량이 거의 없는 학생의 성적을 비교한 결과, 운동량이 많은 학생의 성적이 높았다. 이밖에도 정기적이고 강도 높은 운동을 통해 학습효율을 높이고 수업, 생활태도와 성격까지 개선한 사례는 많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공통점은 운동의 형태와 강도, 지속시간과 빈도 등이 고려됐다는 점이다. 운동은 자발적으로(강제적인 운동은 오히려 체벌과 같은 스트레스가 된다) 하며, 자신의 신체 능력을 최대한도로 사용하는 강도로(정확히는 최대 심박수의 80~90%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강도), 일주일에 4~5회 빈도로 규칙적으로 실시했다.

그렇다면 운동이 어떻게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일까. 유산소 운동을 통해 심장박동수가 증가하면 뇌세포의 성장에 비료 역할을 하는 신경세포성장인자인 ‘BGF(Brain Growth Factor)’의 혈중 수치가 증가한다. BGF는 일종의 단백질들로, 심박수가 높아진 상태의 심장과 근육에서 분비된다. 분비된 BGF는 뉴런의 기능(정보 전달)을 강화시키고 뇌세포의 성장 자체를 촉진하며 세포가 소멸하는 것을 방지하거나 더디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BGF와 더불어 분비되는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 혈간 내피세포 성장인자, 섬유아세포 성장인자 등은 복잡 다양한 과정을 거쳐 정신적인 환경을 최적화 해 각성도와 집중력, 의욕을 고취시킨다. 이들은 또한 신경세포가 서로 결합하기에 적합한 환경을 조성하고 결합을 촉진해 세포 차원에서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추도록 한다. 즉 기존 뇌세포의 기능을 강화하고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고착되는 과정의 속도를 현저히 빠르게 하는 것이다. 뇌세포를 새로 만들어 내며, 창의력이라고 알려진 뇌의 인지적 유연성도 대폭 증가시킨다. 실험에서는 단 한 번의 달리기를 했음에도 테스트에 대한 대답속도와 인지적 유연성이 향상되는 것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런 물질이 운동을 할 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은 한 실험을 통해 우연히 밝혀졌다. 쳇바퀴를 쉬지 않고 돌리는 쥐의 해마에 많은 수의 뇌세포가 새로 생긴 것이다. 이전까지는 뇌세포가 죽어갈 뿐 새로 생기지 않는다는 설이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뇌의 가장 복잡한 기능을 담당하는 해마와 전전두엽피질의 경우 뇌세포가 활발하게 생기고 죽는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듯 운동을 하면 뇌세포가 생성되지만 운동 직후 이 뇌세포들이 할 역할을 잡아주지 않으면 바로 죽고 만다. 즉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뇌세포간 연결을 이뤄 새로 생긴 뇌세포를 기존 지식체계 속에 포함시켜야 학습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센트럴고등학교가 0교시 체육시간 이후 가장 어려운 수업을 배치한 이유는 결국 운동을 한 직후의 뇌가 학습을 하기 가장 좋은 상태로 세팅이 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운동한 후 꼭 뇌를 사용하라!’
학습능력 향상을 원한다면 기억해야 할 필수사항이다.

글 : 유기현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