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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바둑, 레이싱 게임… 인간 넘은 AI의 질주, 과연 어디까지?

조조다음 2022. 6. 1. 06:30

1997년 5월 11일은 IT 역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날로 손꼽힌다. IBM의 AI 딥블루가 인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와의 대결에서 2승 1패 3무로 승리한 것이다.
이 사건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주며  AI의 능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하지만 이는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
2011년 IBM사가 개발한 AI 왓슨은 제퍼디라는 퀴즈쇼에 출연해 또 한 번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왓슨은 발군의 실력을 자랑하며 인간은 AI의 상대가 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이벤트가 진행됐다. 2016년 11월 18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대강당에서 ‘대결! 엑소브레인’이라는 퀴즈쇼가 펼쳐진 것. 국내 기술로 개발된 엑소브레인 AI 역시 압도적 실력 차를 보여주며, 내로라하는 도전자들을 가볍게 제압했다.
한편 2016년은 그 유명한 ‘알파고(버전 18)’와 이세돌 9단의 역사적 대결이 벌어지기도 했다. 알파고가 4대1로 승리하며
“변수가 많은 바둑만큼은 아직 인간의 우위”라는 세간의 평가를 완전히 꺾어버렸다.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 알파고 이후로도 알파제로, 뮤제로, 알파고 제로 등 후속 AI가 연이어 개발돼 격차를 벌렸다. 2017년 공개된 알파고 제로만 해도 학습시작 36시간 만에 버전 18을 능가했다고 하니, 그 발전이 인간의 상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최근엔 레이싱 게임(그란 투리스모 스포트)에서 AI가 또 한 번 승전보를 울리며 또 하나의 영역을 차지했다. 최근 네이처지는 소니가 개발한 AI ‘그란 투리스모 소피’를 표지로 게재하며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이름부터 박진감 넘치는 레이싱 게임은 기존의 대결과는 양상이 다르다. 바둑, 체스, 퀴즈쇼가 빠른 두뇌회전을 요구하는 턴제 보드게임이라면, 순간적인 상황인식과 판단, 움직임이 중요한 레이싱 게임은 리얼타임 스포츠에 가깝다.
소니는 이를 위해 2년간 새로운 기계학습 알고리즘 개발에 매달렸다. 이를 통해 경기 규칙은 물론 노면 상태와 경쟁자의 위치 등을 고려해 최적의 동선과 움직임을 가져갈 수 있는 그란 투리스모 소피를 내놓은 것이다.
그란 투리스모 소피는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을 통해 수많은 경기를 동시 진행하며 인간을 능가하기 위한 내공을 쌓았다.그 결과 작년 10월 벌어진 대결에서 인간 드라이버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그란 투리스모 소피의 승리는 특히 자율주행차 개발에 희소식이라 할 수 있다. 최대한 빠르게 주행하면서도, 다른 차와 충돌하지 않는 동선을 실시간으로 채택하는 등 실제 안전운행에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을 잔뜩 보유했기 때문이다.
한편 AI는 또 하나의 실시간 게임인 스타크래프트2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바로 알파고를 제작한 딥마인드의 또 다른 작품 ‘알파스타’다.
알파스타는 2019년 1월 이미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10:1 승리를 거둘 정도의 강자였다. 이후 1억 2천만 번의 자체 대결을 통해 실력을 가다듬은 결과 배틀넷(Battle.net) 그랜드 마스터에 등극할 수 있었다. 유럽지역 상위 0.15% 수준을 기록했다.
바둑, 체스와 같은 정적인 머리싸움에서부터 순발력과 전략을 동시에 요구하는 실시간 경쟁까지. AI는 압도적인 분석력과 수많은 학습을 통해 수많은 게임에서 초고수가 됐다. 향후 또 어떤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앞지를지, 아니면 인간의 반격이 시작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