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커피는 대표적인 기호식품이다. 2018년 기준 전 세계인들의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132잔에 달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1명이 1년간 마시는 커피는 무려 353잔이나 된다.
그런데 사실 커피, 그 중에서도 블랙커피는 상당히 쓰다. 진한 원액의 에스프레소는 물론 많은 이들이 즐기는 아메리카노, 드립, 콜드브루 역시 쓴 맛을 내는 카페인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쓴 맛은 예로부터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던 미각이다. 옛말에도 고진감래(苦盡甘來)라 하여 쓴 맛은 고생과 연관시킬 정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쓴 맛이 강한 블랙커피를 남들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않을까? 최근 실제로 이를 증명한 연구가 나와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노스웨스턴대 연구진은 먼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등 영국과 미국의 대표 코호트 연구로부터 식품 선호도 데이터 및 관련 유전자 정보를 수집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범위 유전체 분석을 실시한 결과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 가진 특별한 차이점이 드러났다. 유전자 변이로 인해 카페인 성분 대사가 남들보다 빠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카페인 대사가 빠른 사람들은 카페인이 가진 쓴맛과 각성 효과를 동일시했다. 다만 개인의 [미각]과 커피 취향은 연관이 없었다.
결국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취향은 미각이 아닌, [카페인=쓴맛]이라는 학습효과로 인해 생기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카페인 대사가 빠른 이들은 남들보다 각성 효과가 빨리 떨어지기에 블랙커피를 더 마시게 된다. 연구진은 다크 초콜릿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고 전했다.
다크 초콜릿은 카페인 성분이 커피에 비해 적지만, ‘테오브로민’이라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각성 효과를 가진 테오브로민 역시 특유의 쓴맛을 통해 학습효과를 일으켜 다크 초콜릿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분석.
연구진은 이어 블랙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다크 초콜릿 역시 선호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유전적 특징의 발견은 향후 관련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크 초콜릿과 적당량의 커피(하루 2~3잔)는 파킨슨병, 제2형 당뇨병, 심장병 등 일부 질병 예방에 효과가 있다고 전해진다. 특정 유전이 일으키는 강력한 음식 취향을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 활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뭐든지 넘치면 독이 되는 세상이다. 아무리 쓴맛이 좋더라도, 과도한 커피 역시 카페인 중독으로 이어지기 마련. 적당한 수준에서 즐기는 것이야말로 기호식품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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