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와과학

근력 늘리는 데 필요한 시간은 하루 단 3초?

조조다음 2022. 4. 18. 06:30
헬스장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한 번만 더”라고 외치는 트레이너다. 근육이 덜덜 떨릴 때까지 동작을 반복했건만, 이런 ‘극한 상황’에서 한 발짝 더 움직여야 운동 효과가 있다며 닦달하는 모습은 흡사 저승사자처럼 느껴진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보지만, 괴로운 건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운동, 그렇게 ‘빡세게’ 할 필요 없다?
그런데 이런 ‘강경’ 트레이너를 설득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바로 하루에 3초간 동작을 한 번만 해도 근력이 10%가량 상승한다는 것이다. 호주 에디스코완대(ECU)와 일본 니가타보건복지대(NUHW)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를 국제학술지 ‘스칸디나비아스포츠의·과학저널’ 2022년 2월 1일자에 실었다.
연구팀은 건강한 대학생 39명에게 4주 동안 일주일에 5일씩 하루 3초간 최선을 다해 역기(덤벨)를 들어 올려 근육을 수축시키도록 주문했다. 또 대조를 위해 13명의 다른 학생에겐 같은 기간 동안 운동을 하지 않도록 지시한 후 두 집단의 팔 근력 변화를 비교했다.
운동을 수행한 학생들은 단축성(concentric), 신장성(eccentric), 등장성(isometric) 등 총 3가지 근육을 수축시키는 동작 중 하나를 실시했다. 세 동작은 모두 역기를 쥔 채 팔을 굽히거나 버티는 동작이지만, 조금씩 차이가 있다.
 
먼저 단축성 동작은 역기를 든 팔을 아래로 쭉 편 상태에서 팔꿈치 아래만 가슴 쪽으로 90° 가량 ‘접는’ 동작이다. 신장성 동작은 주먹이 어깨에 닿을 정도로 팔을 접은 상태에서 팔꿈치 아래 부분만 90° 가량 아래로 ‘펴는’ 동작. 등장성 동작은 팔꿈치 윗부분과 아랫부분이 ‘ㄴ’자 모양을 이루도록 한 후 그대로 ‘버티는’ 동작이다. 즉, 단축성 수축은 근육이 줄어들어 있을 때, 신장성 수축은 근육이 늘어날 때, 등장성 수축은 근육이 하중을 받고 정지되어 있을 때를 말한다.
두 집단이 4주간 운동한 시간은 총 60초고, 건강한 학생이라면 따라 하기 벅찬 동작도 아니었다. 이들의 근력은 얼마나 늘었을까? 동작에 따라 발달하는 근육 부위와 발달 정도는 달랐지만, 모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물론 운동을 하지 않은 집단은 근력 변화가 없었다. 
어느 동작이 가장 효과가 좋았을까?
가장 운동 효과가 좋은 동작은 팔을 접은 상태에서 펴는 신장성 동작이었다. 이 동작을 수행한 학생들은 근력이 평균 11.5% 증가했다. 부위별로 보면 특히 단축성 근력 12.8%, 등장성 근력 10.2%, 신장성 근력이 12.2% 늘었다. 60초만 들여 세 부위의 근력이 모두 늘어나는 효과를 본 것이다. 반면 단축성과 등장성 동작을 수행한 학생은 각각 한 부위에서만 근력이 늘었고, 그 정도는 신장성 동작보다 못했다. 
연구를 이끈 켄 노사카 에디스코완대 교수는 “연구 결과는 4주 동안 60초 정도의, 아주 적은 운동이 근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라며 “신장성 동작의 강력한 효과를 뒷받침하는 메커니즘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이 동작을 하루 3초만 수행해도 비교적 짧은 기간에 근력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운동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며 “짧고 질 좋은 운동은 몸에 여전히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 연구에는 한계가 있다.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은 ‘근력’이 늘어났지만, 근육량이 늘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이두박근과 같은 팔 근육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기 때문에 다른 근육들에는 어떻게 작용할지 불확실하다.
노사카 교수는 “아직 다른 근육에 대해 조사하지 않았지만, 만약 ‘3초 법칙’이 다른 근육에도 적용된다는 것을 발견한다면 여러분은 30초 이내에 전신 운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하루에 최대 한 번만 근육을 수축하면 통증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으로 노사카 교수 연구팀은 3초 운동이 다른 부위의 근육에도 마찬가지로 근력을 향상시킬지, 또 근육량도 늘려줄 수 있을지에 대해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팔뿐 아니라 신체 다른 부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면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이 효율적으로 운동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노화에 따른 근육량 감소와 근육 기능이 저하되는 근감소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로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헬스 트레이너를 설득하거나 주변 사람에게 핑계를 댈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됐다. 그런데 연구 결과를 다르게 생각해보면 한 가지 염두에 둬야 할 사실이 있다. “시간이 없어 운동하지 못했다”는 핑계는 더 이상 먹히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노사카 교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하루에 한 번이라도 운동하는 것이 분명히 좋다”고 말했다. 오늘부터 하루에 한 번, 단 3초라도 운동을 시작해보자.
글: 김우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이명헌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