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을 다루는 콘텐츠에서 자주 나오는 장면이 있다. 침대에서 헤드셋을 끼고 잠에 든 상태로 가상현실 세계에 입장하는 것이다. 보통 뇌파를 조절해 잠든 상태로 완전히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곤 한다.
물론 이러한 완전 몰입은 아직까진 창작물 속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래도 최근 그 비슷한 장면이 재현될 가능성이 생기자 많은 이들이 주목하고 있다. 누워서 즐길 수 있는 VR 기기가 등장한 것이다.
일본 스타트업 다이버-X(Diver-X)가 공개한 하프 다이브(Half Dive)라는 제품이다. 특히 렌즈 10개를 바탕으로 134도의 시야각을 자랑하는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HMD)가 눈에 띈다. 침대에 누워서 사용하기 때문에 무게와 크기 제한에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양손과 발에는 전용 컨트롤러가 부착돼 누운 상태에서도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조작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발목 각도가 달라지면 웅크리는 동작이 재현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헬멧에 달린 2개의 팬은 가상 세계의 현실감을 더해준다.
아직 출시는 안 됐지만, 해당 기기가 VR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본 사람들의 호불호도 극명히 나뉘는 모습이다.
어쨌든 VR 콘텐츠의 향유 공간을 침대로 연장했다는 사실은 점점 영역을 넓혀가는 VR의 일상화를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여기까지 오기 위한 VR 기기의 진화를 살펴보며, 관련 기술의 변천사를 살펴보는 것도 나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VR의 역사는 무려 150년이 훌쩍 넘어간다. 1800년대 중반 등장한 스테레오스코프는 VR 기기의 조상으로 꼽힌다. 보통 나무 조각에 2개의 렌즈가 끼워진 간단한 구조로, 원시적 형태의 3D 안경이라 볼 수 있다.
이후 1940년대에는 미국 소여(Sawyer's) 사의 뷰 마스터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가운데 틈으로 릴타입 필름을 끼워 넣어 돌리며 이미지를 감상할 수 있는 제품이다.
본격적으로 입체 영상 감상이 가능한 센서라마(Sensorama)는 1960년대에 등장한 기기다. 냄새와 소리까지 구현 가능한
시대를 앞선 발명품이었으나 너무 크고, 콘텐츠가 제한적이라 한계가 있었다.
한편 오늘날 대부분의 VR 기기에 사용되는 HMD는 1968년 이반 에드워드 서덜랜드라는 학자에 의해 개발됐다. 당시 기술의 한계로 천장에 고정시켜야 했으나, 사람의 시선을 추적할 수 있어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한다.
이후 기술이 발전하며 단순히 ‘보는 것’만이 아닌, 사람의 동작에 반응하는 VR 기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1980년대 중반 미 VPL 리서치(VPL Research) 사는 손 움직임을 감지하는 데이터글로브를 내놓으며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특히 1989년 내놓은 데이터 수트는 센서를 이용해 온몸의 동작을 감지했다.
이후에는 VR을 게임에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콘텐츠와 기술이 더욱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 게임사 세가 SEGA)의 세가VR은 머리의 움직임까지 게임 속 조작에 반영해 즐거움을 더해 주었다.
다만 지금까지의 VR 기기들은 대부분 신기한 경험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현대적인 의미의 진정한 VR 기기는 2016년 오큘러스 사의 오큘러스 리프트가 출시되며 시작됐다.
이는 좌우 안구의 시야를 고려해 가장 적절한 화면을 제공하고 현장감을 높여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또한 3D 공간에서 자신의 위치 추적이 가능하게 하는 등 새로운 기능 역시 도입되면서 VR 콘텐츠의 활용도를 높였다. 한편 런닝머신과 VR 기기를 결합한 버툭스 옴니(Virtuix Omni)도 VR 체험의 지평을 넓힌 제품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마지막 퍼즐로 촉각 센서를 VR에 도입하려는 연구가 한창이기도 하다. 점점 더 몰입감을 더해가는 VR 기기의 발전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많은 기대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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