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헬리콥터가 거대한 코뿔소를 매달고 날아 오르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것도 거꾸로.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이 상황은 실제 2019년 아프리카 나미비아에서 벌어진 일이다. 거꾸로 매달린 채로 비행해도 코뿔소의 심장이나 폐가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미국 코넬대 연구팀의 실험이었던 것.
그 결과 코뿔소는 무사했으며, 옆으로 누워 매달린 것보다 상태가 더 좋았다고 한다.
멸종위기종인 코뿔소를 보다 안전하게 운송하는 건 생각보다 중요한 연구주제다. 그 의미를 이어받아 해당 연구는
2021 이그노벨상 수송상(TRANSPORTATION)을 수상했다.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우리에게 웃음과 영감을 동시에 주는
올해 이그노벨상 연구들을 만나보자.
생물학상(BIOLOGY PRIZE): 고양이와 대화하고픈 사람에게 추천!
스웨덴의 음성학 연구자 주잔네 쇠츠 박사는 고양이 5마리를 키우며 그 언어를 연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고양이 언어학’이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그녀에 따르면 고양이는 사료를 원할 때는 끝소리를 올린다. 이처럼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분석하면 그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생태학상(ECOLOGY PRIZE): 길바닥 껌 속에 박테리아가 산다
스페인 발렌시아대의 레일라 사타리는 땅바닥에 붙은 껌뭉치를 5개국에서 수집해 분석했다. 그 결과 껌 속에 다양한 박테리아들이 적지 않게 서식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해당 결과는 의외로 법의학, 전염병 통제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다.
화학상(CHEMISTRY PRIZE): 폭력적 영화 보면 체취가 달라진다
독일 막스 플랑크 화학연구소는 사람들이 정서적 자극을 받으면 휘발성 유기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을 자신도 모르게 내뿜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 상관관계를 실험하기 위해 영화관에 사람을 모으고, 폭력적, 반사회적, 선정적인 영화를 틀어주며 실제 공기 성분이 달라지는 것을 면밀히 관찰했다.
경제학상(ECONOMICS PRIZE): 정치인 뚱뚱할수록 부패지수 높다
프랑스 정치학 박사 파블로 블라바츠키는 정치인 사진 299장을 수집해 그 체질량 지수(BMI)를 유추하고, 해당 정치인의 부패지수를 알아보았다. 그 결과 실제로 정치인 BMI와 부패정도가 어느 정도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의학상(MEDICINE PRIZE): 성적 흥분, 코막힘 해소에 효과 있어
의학상은 성적인 흥분이 코 충혈 완화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증명한 독일과 터키 연구자들에게 돌아갔다. 이들이 성행위 직전과 직후 등 5차례에 걸쳐 코 호흡을 측정한 결과, 성적흥분이 1시간 가량의 코 충혈 완화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평화상(PEACE PRIZE): 턱수염, 얼굴 보호에 효과적
미국 유타대 연구진은 턱수염을 붙인 얼굴 모형에 물건을 떨어뜨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턱수염이 실제 충격 완화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는데,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얼굴 보호 때문에 턱수염은 퇴화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곤충학상(ENTOMOLOGY PRIZE): 잠수함 속 바퀴벌레, 확실한 퇴치법은?
잠수함 속 바퀴벌레 퇴치를 위해 미해군 소속 과학자들이 나섰다. 결론은 강력 살충제 성분인 디클로르보스(dichlorvos)의 활용. 다만 97% 이상 박멸되는 등 효과는 확실하지만, 그 위험성도 높기에 실제 큰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물리학상(PHYSICS PRIZE): 길 걸으면서 부딪치지 않는 이유
보행자들이 다른 사람들과 충돌하지 않는 이유를 물리학적으로 모델링했다. 그에 따르면, 상대를 의식한 보행자들은 거리를 유지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진로를 변경시킨다고 한다.
역학상(KINETICS PRIZE): 스마트폰은 우리를 부딪치게 한다
반대로 역학상은 보행자들이 충돌하는 이유를 탐구한 일본, 스위스, 이탈리아 공동 연구진이 차지했다. 결론은 생각보다 단순한데, 바로 스마트폰을 보면서 길을 걷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올해 이그노벨상에서도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가득 소개됐다.
어찌 보면 황당하거나 쓸모없어 보이는 연구일진 모르겠지만, 그 실험정신과 도전이야말로 과학이 추구해야 하는 가장 큰 가치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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