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위로는 '헤아림'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

조조다음 2021. 10. 7. 06:30

만약 누군가와 보내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진다면 그 사람이 내 일상에 침입해 시간을 훔쳐 달아나는 것처럼 여겨진다면 이유는 간단하다. 상대방을 사랑하지 않거나 사랑이라는 감정과 점점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 9쪽

 

만약 밤이 밀려오는 속도가 평소와 다른 것 같고 창으로 스며드는 공기의 서늘함이 전과 다르게 느껴진다면 누군가에게 마음을 빼앗긴 건지도 모른다.  - 29쪽

 

진짜 사과는 아픈 것이다.  - 37쪽

 

존중은 상대방을 향해 귀를 열어 놓는 것이고 진심은 핑계를 대지 않는 것이다.  - 39쪽

 

하수는 기본에 해당하는 '뻔함'의 가치를 아예 모르는 사람이고 중수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며 상수는 뻔한 것을 이미 자기 것으로 만들어서 그 너머의 세계로 훨훨 날아간 사람이다.  - 46쪽

 

조난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건 식량 부족도 체력 저하도 아닌 체념이나 희망을 내려놓는 순간 무너진다.  - 67쪽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 81쪽

 

둔감은 곰처럼 둔하게 산다는 뜻이 아니다. 어떤 일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지 않는지를 자각하고 적절히 둔감하게 대처하면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다. 무신경이 아닌 복원에 가까운 것이다.  - 100쪽

 

사람은 누구나 몸이 아닌 마음을 누일 곳이 필요하다.  - 111쪽

 

새로운 걸 발견하기 위해 꼭 먼 곳으로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건 아니다. 익숙한 것이 우연히 다르게 보일 때 안 보이던 새로운 풍경과 당신만의 깨달음이 눈과 귀와 마음으로 밀려들면 주변에서도 가능하다.  - 123쪽

 

첫 문장이 안 떠오르면 두 번째 문장부터 쓰면 되잖아. 기운 없을 땐 억지로 힘 내지마. 가끔은 힘 빼도 괜찮아.  - 133쪽

 

작가의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시간을 글을 쓰는 시간이 아니라 글을 쓰지 않는 시간(생각, 정리)이 아닐까.  - 141쪽

 

인간은 기억이라는 감옥에 갇혀 밖으로 감히 도망칠 수 없다. 行行本處 至至發處 간다 간다 해도 본래 그 자리, 왔다 갔다 해도 겨우 출발한 자리.  - 151쪽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마. 산타클로스를 믿다가 믿지 않다가 결국에는 본인이 산타 할아버지가 되는 게 인생이야.  - 163쪽

 

욕심은 칼과 여러모로 닮았다. 욕심은 손잡이 없는 칼과 같아서 욕심을 움켜쥐고 상대방을 찌르려면 내 손바닥에 상처가 생기는 것을 각오해야 한다.  - 171쪽

 

살다 보면 아예 답이 없는 질문도 많지만 질문은 대개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답이 되곤 한다. 질문이 답을 바꾸기도 하고 하나의 질문 속에서 또다른 질문이 새롭게 태어나기도 한다. 간절히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우린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 181쪽

 

위로는 '헤아림'이라는 땅 위에 피는 꽃이다. 상대의 감정을 찬찬히 느낀 다음 슬픔을 달래줄 따뜻한 말을 조금 느린 박자로 꺼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사랑은 내 시간을 기꺼이 건네주는 것이다, 이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