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입자’에서부터 ‘테트라쿼크’까지...LHC 가동 10주년의 성과와 과제
서로 인접한 스위스와 프랑스의 국경 아래에는 27㎞ 길이의 거대한 터널이 있다. 2008년 완공 이후, 몇 차례 테스트를 거쳐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 거대강입자가속기(LHC)다.
지하 50m~150m에 위치한 LHC는 원자보다 작은 세계를 관측하기 위한 일종의 현미경이다. 기나긴 빔라인을 통과하며 가속된 양성자끼리 충돌하면 광양자·전자·양성자 등 다양한 소립자를 검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과학자들은 60여 개에 달하는 많은 입자를 발견해 왔다. 그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단연 [신의 입자]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힉스(Higgs). 빅뱅 직후 모든 입자에 질량을 부여해 우주 형성에 기여했다는, 그야말로 전설과도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1964년 피터 힉스 박사가 예견한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의 당위성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증거로 꼽혀왔다. 수많은 이론과 관찰을 통해 그 존재가 확실하게 여겨졌으나, 실제 힉스를 찾아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왔다.
표준모형=우주를 구성하는 기본 입자와 4가지 힘 간의 상호작용을 규명해 우주의 근본 움직임을 설명하는 이론
그런데 지난 2012년, LHC 실험을 통해 힉스입자가 발견되면서 과학은 한 발짝 더 전진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표준모형은 현대 입자물리학에서 그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게 된다.
그런데 과학의 본질은 항상 의심하고 증명하는 것이다. 현재 입자물리학의 정석이 된 표준모형을 넘어 우리가 아직 규명하지 못한 우주의 근본을 알기 위한 연구가 LHC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작년 LHC 실험을 통해 그 존재를 드러낸 테트라쿼크(Tetraquark)다. 이는 4개의 쿼크로 이뤄진 입자로서,
오래 전부터 그 존재가 예상됐으나 실제 발견은 최근에야 이뤄진 것이다.
쿼크=양성자와 중성자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
17개 입자를 바탕으로 한 표준모형은 우주의 수많은 움직임을 설명하지만, 쿼크 사이의 상호작용을 명확히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테트라쿼크는 이러한 면을 잘 나타낸 굉장히 특이한 존재로서 물리학자들에게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밖에도 5개의 쿼크로 이뤄진 펜타쿼크(pentaquark)를 발견하고, 표준모형에 존재하지 않는 렙토쿼크(Leptoquark)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인류는 LHC를 통해 비로소 표준모형 너머의 물리학 세계를 바라보게 됐다.
지식의 지평을 넓히기 위한 대표적 도전 중 하나가 암흑물질(Dark matter) 발견이다. 우주의 약 1/4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가졌지만, 이론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 정체를 드러낸 적이 없기에 암흑물질이라고만 불리는 미스터리한 존재다.
이에 학자들은 LHC에서 암흑물질의 후보로 꼽히는 액시온(Axion)을 검출하는 방법으로 우주의 신비를 밝히고자 한다. 이밖에도 새로운 입자를 발견해 물리학계에 큰 파장을 가져오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앞으로도 LHC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이러한 LHC의 활약에 우리나라 역시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와 협약을 맺은 후 지속적으로 연구진을 파견, 데이터 계산 등 여러 분야에서 실험에 참가하고 있는 것.
최근엔 LHC의 성능 업그레이드에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이 적극 활용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립자 신호 증폭에 쓰이는 젬 포일(메카로), 자동 반도체 칩 검사장치(씨온테크) 등이 LHC에 탑재돼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데 활용 중이다.
현재 LHC는 성능 향상을 위한 업그레이드 중으로, 내년 2월 다시 가동될 예정이다. 우주의 본질을 탐구한다는, 과학의 근원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인류의 위대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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