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으로 한국은 물론 세계가 들끓고 있습니다.
지금도 방역 현장에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 환자들을 돌보느라 밤을 지새우고 있는 방역 당국과 의료 인력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하루 빨리 이 초유의 사태가 얼른 진정되기를 바랍니다.
코로나-19가 무서운 이유는 전염력이 강하며 아직 치료제가 없기 때문입니다.
박테리아를 없애는 손세정제나 손 씻기가 코로나-19를 예방하는데, 같은 논리로 항생제를 쓰면 안 될까요?
안 됩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언뜻 보기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존재입니다.
이 둘의 차이를 이해한다면 아플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겠죠?
자, 그럼 가끔 헷갈리는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박테리아와 바이러스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봅시다.
먼저 크기입니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는 모두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생물이지만 바이러스의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박테리아의 크기는 보통 1~5 마이크로미터로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죠.
반면 바이러스는 나노미터 수준까지 내려갑니다.
대개 30~300 나노미터로서 광학현미경은 택도 없어 전자현미경으로 겨우 관찰할 수 있어요.
대략 바이러스는 박테리아보다 1000배 이상 작다고 볼 수 있죠.
잠깐! 여기서 나노미터라고 하면 얼마나 작은 걸까요? 우리에게 익숙한 1미터를 기준으로 생각해봅시다. 1마이크로미터는 1미터의 백만분의 일에 해당합니다. 그럼 나노미터는? 1나노미터는 무려 1미터의 십억 분의 1입니다. 보통 원자의 크기가 0.2~0.3나노미터이니까 원자 3개 정도를 줄 세우면 1나노미터가 되죠.
결정적인 차이는 박테리아는 하나의 세포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이지만 바이러스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에요.
박테리아가 생물이라는 말은 스스로 살아가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필요한 기관을 갖추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양분도 먹고 번식도 하죠. 세포벽(CELL WALL 부분 줌), 세포질(CYTOPLASM 부분), DNA, 리보솜(RIBOSOMES 부분), 플라스미드(PLASMID 부분) 등이 이를 위해 존재합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DNA나 RNA 같은 유전물질 하나와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단백질 껍질로 구성된 아주 단순한 존재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보죠. 외피(ENVELOPE 부분 줌), 스파이크(SPIKE 줌), RNA가 전부입니다. 참 간단하죠?
그렇다면 DNA는 뭐고 RNA는 뭘까요? DNA란 생물을 만드는 갖가지 정보가 암호로 저장된 물질입니다. DNA는 염색체라는 책에 쓰인 글과 같죠.
RNA는 DNA에 적힌 암호를 해독해서 단백질을 만드는 데 쓰입니다. DNA와 RNA에는 각각 짝이 되는 화학물질이 있어요. 아데닌-우라실 짝(DNA ADENIN과 RNA URASIL 줌), 시토신-구아닌 짝, 티민-아데닌 짝이 그것입니다.
이렇게 물질이 짝지어져서 마치 언어처럼 특정 단백질을 만들라고 지정합니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생물이 아니라고 보는 관점도 있습니다.
생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완전히 비생물도 아닌 중간적인 존재 아니면 기생자라고 할 수 있죠.
바이러스는 스스로 에너지나 유기물을 만들 수 없어 숙주 생물에게 기생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로서 숙주 세포에 침입해 RNA를 주형으로 DNA를 만듭니다. 그리고 이를 숙주세포 유전체 속에 끼워 넣어 자신을 복제하죠.
박테리아는 1600년대 네덜란드의 과학자 안토니 판 레이우엔훅이 현미경으로 미생물을 관찰하면서 발견했습니다.
레이우엔훅은 이를 미소동물이라고 불렀는데 미소동물이 무슨 작용을 하는지는 몰랐죠.
1877년에는 로베르트 코흐라는 과학자가 동식물에서 피부병변을 일으키는 탄저병이 병원성 박테리아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이후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 연구가 활발해졌어요.
인류 역사상 최초로 발견된 바이러스는 담배 잎을 모자이크처럼 얼룩덜룩하게 바꿔버리는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입니다.
식물 사이에 담배모자이크병이 전염된다는 사실은 이미 19세기부터 알았습니다. 하지만 박테리아를 걸러내는 필터를 써도 원인이 되는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죠.
그래서 과학자들은 박테리아보다 더 작은 무엇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마침내 1935년 미국의 생화학자 웬델 스탠리는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를 분리해 정제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를 통해 인류를 괴롭혀온 각종 질병들, 홍역, 독감, 천연두, 뇌염을 원인을 규명하고 백신이나 치료제를 만드는 길이 열렸습니다.
항생제는 대개 박테리아가 가진 세포벽이나 세포막을 합성하는 효소를 억제해 박테리아의 성장과 번식을 방해합니다.
그러니 세포벽이나 세포막이 없는 바이러스에게는 통하지 않습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되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이죠.
항생제는 여러 박테리아에 두루 이용 가능하지만 항바이러스제는 특정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개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치료하는 타미플루입니다.
타미플루는 바이러스의 생활사를 이용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억제합니다.
타미플루는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 밖으로 빠져나올 때 쓰는 효소 단백질을 억제해서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습니다. 다시 말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더 이상 퍼지지 못하도록 잠가두는 것이죠.
현재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사스, 메르스, 코로나-19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코로나 바이러스도 정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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