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지구 전역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27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3백만 명을 넘어섰다. 한국은 일일 확진자 수가 크게 줄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추세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국가들은 여전히 코로나 확산이 멈추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언제든 재유행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장기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코로나19에 대한 연구를 계속 진행 중이다. 코로나19에 대한 최근 연구 성과들을 살펴보자. 단, 주의할 것은 여기 소개한 연구들은 초기 단계의 연구로서 아직 학계의 완벽한 합의를 얻은 것은 아니다.
연구를 통해 감염과 확산 경로 밝히는 중
코로나 바이러스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바이러스 바깥쪽에 돌기 형태의 단백질을 볼 수 있다. 이를 스파이크 단백질이라고 하는데, 스파이크 단백질은 숙주세포와 바이러스를 강하게 결합시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로 빠르게 침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국 연구팀의 코로나19 3차원 분자구조 분석 결과,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은 사스바이러스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스파이크 단백질은 인체 세포 표면에 있는 ACE2 수용체와 결합해 체내에 침투한다. 다만 사스바이러스와 다르게 코로나19는 숙주세포의 ACE2 수용체에 더 강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는 코로나19가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빠르고 강력한 감염력을 갖는 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ACE2 수용체와 스파이크 단백질의 결합만으로는 바이러스가 세포 내로 들어올 수 없다. 인체 세포에 존재하는 단백질이 스파이크 단백질의 일부분을 잘라야 비로소 세포 내로 바이러스가 침투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경우 TMPRSS2라는 단백질의 도움을 받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미국과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국제공동연구팀은 이 단백질이 코에서 점액을 분비하는 술잔세포, 폐포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2형 폐포, 소장에서 일부 영양소 흡수에 관여하는 내막 상피세포에서 많이 발현된다는 것을 알아내 각각 국제학술지 ‘셀’과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비강 내에서도 배상세포와 섬모세포 등 TMPRSS2가 많이 발현되는 특정 유형의 세포들이 코로나19의 1차 감염 경로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의 변이 가능성
또 코로나19 바이러스는 3가지 유형의 변이를 일으키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연구팀은 코로나19 감염 환자 160명으로부터 채취한 바이러스의 염기서열을 분석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초기 진화 경로를 재구성했다. 그 결과 A형, B형, C형의 총 세 유형으로 변이를 일으켰으며 A형은 중국 우한에 거주했던 미국인들에게서 발견돼 미국과 호주의 많은 확진자를 낳았다.
A형에서 변이된 B형은 중국 우한에서 크게 유행했고 동아시아 지역 환자들에게서 나타났다. B형에서 변이된 C형은 유럽의 초기 환자들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이런 변이가 발견되고 있다고 해도 유래를 파악하기 위한 역학적인 구분일 뿐, 우려하는 것처럼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뜻은 아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해 변이 발생 여부를 확인한 결과, 바이러스의 전파력이나 병원성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의미 있는 유전자 변이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 바이러스 유전체를 공유하는 국제인플루엔자데이터공유이니셔티브에서도 코로나19 유전체에 대한 변이는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과 미각 상실 증상 추가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증상도 새롭게 추가되고 있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코로나19 감염 의심 증상에 ‘후각과 미각 상실’을 추가했다. 후각과 미각상실이 코로나19 초기 증상 중 하나라는 보고는 꾸준히 있어 왔다. 영국 이비인후과협회는 지난 3월 “독일과 이탈리아 등에서는 확진 환자의 3분의 2 이상이 후각감퇴나 상실을 경험했다”며 후각과 미각상실을 코로나19 증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미국 이비인후과학회도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중 상당수에서 후각 상실이 보고됐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 증상을 보인 환자들은 증세가 가볍게 진행됐다고 한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 메디컬센터 연구팀은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169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후각과 미각상실 증상이 있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들보다 중증도가 가벼워 입원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이 환자들의 경우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한 강력한 면역반응이 비강에만 국한되고 다른 부위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코로나19와 후각상실의 명확한 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를 출범했다. 연구팀은 코로나19 초기 증상으로 후각을 잃는 이유와 다른 증상들과 어떻게 동반돼 나타나는지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재양성 가능성 있어
완치자들의 ‘재양성’ 사례도 최근 코로나19의 큰 이슈 중 하나다. 재양성이란 코로나19에 걸린 뒤 완치 판정을 받았는데 진단 검사에서 다시 양성이 나오는 것이다. 재양성 사례는 사스나 메르스 때는 없던 일이다.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들은 재양성 판정의 원인에 대해 죽은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진단 검사는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방식인데, 죽은 바이러스의 유전자가 남아있다면 검사에 양성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재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바이러스 배양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음성이 나온 것을 보면 죽은 바이러스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2차 전파 사례도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치료제 개발은 아직 지켜봐야
마지막으로 치료제 개발 현황은 어떨까. 미국 텍사스대 연구팀은 현재 개발되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들의 개발 현황과 효과를 정리한 리뷰 논문을 국제학술지 미국의사학회지(JAMA) 4월 13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에 따르면 4월 초 기준으로 총 109개의 코로나19 약물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거나 완료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효과가 확인된 치료제는 없다.
최근 가장 이목을 끌고 있는 코로나19 치료제는 단연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일 것이다. 클로로퀸과 말라리아 치료제로 사용됐는데, 최근 바이러스 치료제로서의 가능성도 주목을 받아 왔다. 클로로퀸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의 세포막과 융합하는 과정을 차단한다고 알려져 있다. 코로나19로 마땅한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FDA는 클로로퀸을 코로나 치료제로 긴급사용 승인을 허가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클로로퀸을 두고 의료 역사상 가장 큰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에 미국 내 클로로퀸의 처방 건수가 폭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근거가 부족하며, 클로로퀸에 대한 과대광고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게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클로로퀸 다음으로 관심을 끈 후보물질은 ‘렘데시비르’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된 항바이러스제인데, 코로나19 치료에 쓰이면서 주목을 받았다. 세포연구에서도 항바이러스 효과가 입증됐다. 하지만 지난 4월 25일 세계보건기구(WHO)는 렘데시비르 중국 임상 보고서 초안을 실수로 게재했다가 삭제했다. 이 초안에 따르면 중국에서 237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렘데시비르의 임상시험은 효과를 입증할 만한 데이터를 얻지 못했다고 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 논란만으로 렘데시비르의 효과가 없다고 단정짓기는 어려우며, 앞으로 추가 실험을 더 진행해 확인해봐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단기간에 종식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치료제 상용화도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방역과 연구의 최전선에서 열심히 노력 중이다. 12월부터 지금까지 쉴 새 없이 논문이 발표되고 있고, 이를 통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바이러스의 작동 원리를 더 정확히 알아내고, 치료제와 백신 개발이 성공할 그 날까지 이들에게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주자.
글: 오혜진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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